일본에서 '한류'는 위험한 '종교'인가? 일본 가정에서 '한류'로 인해 가족이 단절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여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나 K-POP을 좋아하는데, 아버지가 반대하는 것에 대해 내 의견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족 내에서 '한류'를 둘러싸고 단절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족 내에서 '한류'를 반대하는 남성과 '한류'를 좋아하는 여성으로 나뉘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6도로 더운 날씨였다. 오전에 더워지기 전에 주말 행사인 청소를 마쳤다.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려서 집안에 햇살이 들어오지 않게 해서 얌전히 집에서 지냈다. 가끔 베란다에 물을 뿌리고 있으면 그냥저냥 지낼만하다. 저녁이 되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요새는 매미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밤에는 방에 매미가 날아 들어와 우는 소리가 아주 시끄럽다. 지금은 작은 매미와 큰 매미가 다 들어온다.
이번 학기말에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라는 명목으로 '경제 보복'을 했다. 참담한 상황이라, 과목을 불문하고 학기말 리포트를 '아시아 사람들과 대화를 계속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라'고 했다.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을 쓰라고 했는데, 이번 학기 리포트는 평균적으로 너무 저조했다. '아시아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사고를 가져야 하고, 대화는 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일본인으로서 '우월'하다는 사고와 국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리포트를 쓰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나는 학생들이 다른 나라와 사람을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편견이 강한 것에 놀랐고, 평등한 관계를 상상하지 못한다는 것에 실망했다. 리포트를 읽고 채점을 하면서도 마음이 아주 복잡했다. 일본의 상태를 보면 앞으로 좋든 싫든 아시아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한다. 설사, 일본에서 취직해서 죽을 때까지 외국에 나가는 일이 없어도 아시아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들 스스로가 아시아에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올해에 들어 여학생들이 나에게 자기가 '한류'를 좋아하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혐한'이라, "한국이나, 한국 사람을 좋아하면 안 된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기면 가족의 연을 끊겠다"라고 협박한다. 또는 "K-POP팬인데, 아버지가 '혐한'이라 반대해서 괴롭다"는 내용이 몇 건이나 있었다. 내가 그런 내용을 소개하면서 학생들 반응을 보면 여학생 중에 그런 케이스가 꽤 있는 모양이다. 나에게는 여학생 아버지는 학부형이라서 학부형(의 '혐한')을 비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학생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혐한'이라는 편견으로 자녀들 취향마저 반대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말이다. 내가 하는 말로 가족 간에 단절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기에 그런 말을 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속으로는 '한류'나 K-POP팬이라는 걸 '한국 문화'라고 반대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자녀가 한국인과 결혼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한국 드라마'를 보고 K-POP팬인데, 반대까지 한다는 게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지금 일본 가정에서는 '한류'를 둘러싸고 자녀와 부모, 주로 아버지와 딸이나, 아버지와 아들이 대립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 가정은 어머니는 '한류' 팬인 경우가 많다. 다르게 말하면 아버지가 '고립'해 있는 것인데, 아버지가 자녀에게 '권력' 행사해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녀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자신의 취향을 존중받지 못하는 걸 슬프게 여기고 있다. 한편, 여학생이 '한류'나 K-POP팬인 것은 너무나 확고한 것이기에 아버지가 반대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학기말 리포트에 그런 가정 사정을 써서 낸 것은 남학생이었다. 먼저, 자신의 부모가 '혐한'이나 '혐중'의 경우, 학생은 매스컴이 전하는 뉴스를 들으면서 한국이나 중국을 욕을 달고 사는 부모를 보며 한심하다고 여긴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로 존경해야 하지만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것은 어른으로서 바람직한 행동거지가 아니라고 느낀다. 한국이 좋고 싫고를 떠나, 대부분은 부모의 그런 태도에 대해 반발을 느껴도 부모와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용감한 학생이 부모에게 묻는 모양이다.
일본에서 한국에 대한 '헤이트' 즉 '혐한'감정이 불타고 있어서 한국이 관계된 일이 있으면 "역시 한국은 어쩌고 저쩌고"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널리 전해진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 탤런트나 캐스터가 한국의 좋은 점에 대해 발언하면 "저 놈은 재일(조선인)이다", "반일"이라고 라벨을 붙인다. 학생들에게도 그런 편견은 당연한 감각이 되고 말았다. 지금 학생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면 '극우'를 연상해서 '극우'가 되라는 말이냐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어느 후보는 귀화한 조선인이라서 한국에 유리한 정치를 할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았다. "일본에 유리하게 정치하려면 저 놈들은 반대의견을 내서 방해할 것이다"하는 말을 한다. 한국에서 들으면 아주 극단적으로 보이겠지만, 일본 문맥에서는 '정상적'인 것이다. 대단한 '민족주의'다. 일본에서는 '핏줄'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기에 '세습 정치가'가 많고 총리도 '세습' 즉, '핏줄'이 중요한 것이다.
리포트를 쓴 남학생 아버지도 '혐한'사상이라서 툭하면 '조선인'이나 '재일'이라는 말을 쓴다. 학생이 아버지에게 그 '재일'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나쁘냐고 물으면 구체적인 이유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그저 '싫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한다. 이런 편견은 한국이라는 국가 단위만이 아니라, 이슬람이라는 종교 단위로도 나타난다. '한국인이니까'. '이슬람이니까'라는 편견으로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차별'과 '혐오'는 엄연한 '폭력'인데,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폭력'을 '폭력'이 아니라고 은폐한다. '폭력'을 지적하는 사람에게 다시 '혐오'의 화살을 날린다. '폭력'이 판을 치고 활개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다른 남학생의 경우는 지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픈 케이스다. 중학생 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일본이 조선에 대해 수많은 '나쁜 일'을 한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임진왜란때 조선에 가서 무장들이 자신의 전적을 알리려고 조선인의 귀와 코를 베어내 소금에 절여 일본에 가져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자신의 역사 인식에 자신을 잃고 말았다. 일본은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으로부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로 공격받은 '피해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가해자'였다니 믿을 수가 없다. 당시 자신은 그런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일본의 역사교육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냥 방치하고 말았다.
그 후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고 '한류'의 유행에 따라 한국 아이돌이나 배우의 패션을 참고로 하며, 한국 드라마를 보고 K-POP을 듣는 등 한국 문화를 즐기며 살고 있다. 그래서 '한일 관계의 악화'가 매일 보도되는 걸 보면서 이대로 양국 관계가 악화해서 문화적인 교류까지 제한되는 상황은 피하길 바란다. 한일 관계의 악화로 마음 편히 한국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분위기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혐한'인 아버지, 원래는 중립이었는데 수년전부터 한국 드라마 팬으로 돌아서서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어머니가 있다. '혐한'사상의 아버지와 '한류'팬 어머니라는 양대 진영이 대립하는 가정에서 중학생 때부터 중립을 유지해서 가정의 평화를 지키려는 자신이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가 나오면 식탁에서 토론을 했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다"라고 느낄 때도 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스컴에 의한 '정보조작'에 오염된 것이 아닐까 해서 자신이 없어질 때도 많다고 한다.
올해 2월에도 "한국 3.1 독립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가 예상된다"고 매스컴에서 일제히 보도할 때도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방적으로 한국을 비판할 수 있다면 속이 편하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 최근에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관계를 계속할 것인지, 반은 포기하는 심정이 되었다고 한다. 홍길동도 아니고 '한류'팬이면서도 '한류'팬이라고 커밍아웃을 못하는 황당한 실정이 있다. '한류' 팬이라는게 위험한 '종교'에 입신한 것도 아닌데, 지금 일본 분위기에서는 거의 '반사회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한류' 팬도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다. 나는 한국 사람으로서 한일 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지금까지 '최악'에서 더욱더 '최악'으로 가고 있으니까. 정말로 일본은 '전쟁'을 하고 싶은 거다. 한국에 '폭탄'을 던졌으니까. 일본에서는 정부가 뭘 했는지 모른다. 한국에 대한 보도에 민감해서 잘 듣고 나름 공부를 잘하는 학생 레벨에서도 일본이 하는 일이 한국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일이 된다는 걸 모른다. 현재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서 일본 사람이어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동아시아를 연구하는 동료 정도였다. 보통 일본 사람들은 '혐한'이 기조이기에 한국에서 '감정적'으로 '반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매스컴에서 그렇게 유도하고 있다. 자신들의 역사는 커녕, 21세기에 들어서도 오랫동안 해온 '혐한'에 대해서는 무지할 정도로 모른다. 아직도 주변 국가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아시아를 침략했던 '대일본제국'이라는 의식에 사로잡혀있다. 아니, 그런 망상에 의지해서 자신들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 '자존심'이 되고 말았다. 이러니, 아시아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극우'의 승리, 교육의 패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