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국에 한국 교회에서 '아베'를 위한 축복기도를 올리는 것은 '신사참배'에 해당하지 않을까? 덕분에 일본 식민지 시절 조선 기독교 일부는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친일'을 하고 '신사참배'를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5도로 더운 날씨였다. 낮에 도서관에 가서 새로 배치된 책을 읽다가 저녁에 이웃네 강아지와 강가를 산책했다. 낮에 도서관에 가는 길에 가지를 한봉지 사서 저녁에 볶아 먹었다. 마트에도 가려고 했는데 더워서 있는 걸로 먹기로 했다.
7월 하순에 내가 서울에 갔을 때 일요일에 가는 교회에서 동경으로 많이 오셨다. 그 교회는 아는 사람이 다니는 곳으로 작은 교회라서 좋았다. 그런데, 가끔 교회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말을 듣는다. 목사님은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 나가신 걸로 알고 있다. 신자 중에는 '태극기 집회'에 나가시나? 아니면 에스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발언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하시는 걸 듣고 몇 번이나 깜짝깜짝 놀랐다. 내가 아무리 나이롱 신자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동경에 왔을 때 가까운 절에 구경가자고 했을 때, 일본 문화를 잘 보이는 곳이라서 소개했더니 완강히 거절했다. 나는 절이나 성당, 신사에도 참배가 아닌 문화시설로 보거나 관찰 목적으로 간다. 지금까지 사회활동도 스님과 신부님과도 많이 했다.
학기말이 끝나지 않아서 교회에서 와도 나는 시간을 같이 보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아는 사람들이 왔다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는데, 여목사님이 식사기도를 한다. 거기서 가장 먼저 "일본을 축복합니다" 했다. 일본에 왔으니까, 일본을 축복할 수 있다. 다음이 귀를 의심했는데 "아베를 축복합니다"를 연달아 두 번 했다. 기도하기 전에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 말을 좀 했다. 나는 아베 정권이 너무 이상하다고 했는데 다른 분들은 일본이 무조건 옳다고 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들으라고 두 번이나 강조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커피를 사주셨던 분도 오셔서 저녁을 사러 갔지만, 정신이 혼란했다. 아니, 후들후들 떨렸다. 이 시국에 일본에 온 것은 그전에 예정했던 것이라, 괜찮다. 그런데, 절을 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아베'를 위한 축복기도를 올리다니. 내가 보기에는 '신사 참배'나 마찬가지다. 식사기도를 하신 여목사님 개인적인 것인지, 아니면 교회로서 방침인지, 아니면 교단의 방침인지, 기회가 있으면 목사님께 여쭤볼 생각이다. 나로서는 여목사님의 개인적인 생각이길 바라지만, 교회로서 방침이라면 다시는 그 교회에 못 갈 것 같다. 그 걸 보면서 일본 식민지 시대 '신사 참배'는 강요 당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으로 알았는데, 목사님 중에서는 솔선해서 '친일'을 하고 신자를 데리고 '신사 참배' 한 경우도 있겠다는 걸 알았다. 나도 같이 기도를 했기에 엉겁결에 동참한 꼴이 되고 말았지만, 나는 '아베'를 축복하진 못하겠다.
실은 동경에 도착한 날에도 기다렸다가 저녁을 같이 했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일본의 실정에 대해 말했다. 그 분들은 일본에 대한 환상을 가진 것인지,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일본의 실정에 대해 말할 때는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해서 받는 월급이 15만 엔이라고 했다. 아주 잘 아는 유학생 월급이 15만 엔이라, 알바를 하는 것보다 적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못 믿겠다고 한국에서는 적어도 200은 받는다고 했다. 친한 여학생이 올해 졸업해서 취직했는데 6월까지는 정시 퇴근을 했다. 7월부터 다른 부서에 배치받아 바쁘다고 연락했더니 7월에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고 했다. 퇴근 시간도 모른다고 하면서 8월은 8월이 돼봐야 알 수 있다고 하더라. 교회분이 "어디 제조업 같은 데서 일하나요?" 아니에요, 중간 정도 대학을 졸업해서 유통업인데 노동조건이 나쁜 편도 아니에요. 내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나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한 것뿐이다. 이건 그냥 보통이에요. 오래된 졸업생은 일류 기업을 전전하다가 이제는 파견으로 일하는데, 30대 중반 아가씨가 '아저씨'가 되고 말더라고요. 오랜만에 집에 놀러 왔는데, '아저씨' 냄새가 났어요. 사실이다, 거기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서 30세가 되기 전에 생리가 끊겼다고 해서 내가 기가 막혀했다. 유명 사립대 법학과를 졸업해서 해외 유학까지 했던 재원이다. 파견이 된 것도 자신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기 위해서다. 교회분들 눈치가 내가 워낙 일본을 싫어해서 일본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나쁘게 말하는 것으로 들린 모양이다. 못 믿겠다는, 내가 이상한 사람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일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소개한다. 내가 혹시 이상한 말을 한 것일까? 하고 검증을 받는다. 두 군데서 일화를 소개하고 검증 받았다. 학생들은 내가 한 말이 일본의 실정이라는 걸 인정했다. 한국에서 온 분들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내가 일본을 워낙 싫어해서 일본에 대해 나쁘게, 나쁘게만 말하는 줄 알더라고 했더니, 오히려 학생들 얼굴이 어두워졌다. 월급도 학생들이 알고 있다. 한국에서는 적어도 20만 엔은 받는다고 하더라 했더니, 깜짝 놀란다. "허걱, 한국이 일본보다 월급이 세다니" 하는 눈치다. 한국이 일본보다 월급이 작지 않아,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일본 상황을 학생들은 잘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제조업이냐고? 주말에 쉬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한다고 했더니, 얼굴이 어두워진다. 퇴근시간을 모른다고 한 것도 일본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내가 한 말이 일본을 나쁘게 말한 거냐고 했더니,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젓는다. 선생님은 일본의 당연한 실상을 말했다는 검증을 받았다. 내가 소개하는 말을 듣고 일본 학생들이 오히려 놀랐다. 한국을 몰랐구나,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일본이 대단히 잘 나가고 좋은 줄 알고 있었는데, 실은 그렇지 않은지도 몰라, 라는 걸 느낀 모양이다. 내가 하는 말을 듣고 학생들이 급우울해지고 말았다. 그래도 가장 심각한 사례, 아가씨가 '아저씨'가 되고 말았다는 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빤스 목사'에 대한 기사를 읽어도 설마, 그런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 이전부터 목사님들에 관해 비슷한 소문은 많이 들었고 나도 처음 만난 목사님이 막 들이대면서 '축복기도' 해준다고 숙소까지 온다고 할 때도 그냥 왜 이럴까 했다. 옆에서 보던 여신도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봤던 걸 기억한다. 고맙지만 친구네 집에서 잔다고 거절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충분히 다른 사건이 생길 수도 있었겠지. 목사님 앞에서 '빤스'를 내리는 것이 여신도가 신앙을 증명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빤스'를 내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엉덩이를 흔들어야 한다는 걸, 자유 한국당 지지자 여성들이 공공연히 표명했을 때, 나는 여신도로서 자신을 완전히 잃었다. '빤스'를 내려 신앙을 증명할 수도 없지만, 지지하는 정치가에게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흔들지도 못한다. 쉽게 말하면 내 신앙이 그 정도고 정치가에 대한 지지도 그 정도라는 것이다.
'아베축복' 기도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많은 사람에게 '축복'을 올릴 수 있다. 만약에 '아베'가 기독교 신자였다면 같은 종교라는 틀에서 가능할지 모른다. 특히 누군가에게 가까운 사람이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국에 한국을 '공격'한 장본인에게 '축복'할 정도로 내 신앙은 깊지 못하고 마음도 넓지 못하다. 졸지에 '신사 참배'를 한 것 같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마,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이겠지.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기독교 세력이 다시 한국 대통령이 되야 한다는 큰 그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 한국 기독교가 일본 '신사 참배'를 하는 식으로 일본에 '충성'을 보여야 하는 것인가? 그게 기독교적 신앙인가? 나이롱 신자인 나지만, '신사 참배'는 못하겠다. 한편으로 '축복'받은 '아베'가 반가워할까? 일본 '극우'도 황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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