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조금 덜 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31도였다. 요새 최고기온이 38도인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31도라면 서늘한 편에 든다. 더위를 견디는 것도 내성이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익숙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 더위에 익숙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기온을 봐가면서 움직여야지 움직일 수 있다고 움직였다가 나중에 힘들어진다.
지난 번에 도서관에서 열 받은 사건으로 입안이 확 헐고 말았다. 입안이 허는 것은 잠깐인 데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 게 문제다. 그래도 좀 나아져서 먹을 수 있다. 초기에는 자극성이 있는 것이 입에 들어가면 입천정이 아팠다. 그리고 잇몸도 덜덜거려서 뭘 씹지도 못하고 완전 큰일을 겪었다. 이러니 스트레스가 무섭다.
화요일에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학생이 와서 장시간 상담을 했다. 나중에는 후배까지 불러서 왜 대학원에 가려는지, 가능하면 대학원에 가지 말라고 말렸다. 내가 너라면 석사과정 하는 시간과 돈으로 여행을 하겠어. 여행을 하는 게 훨씬 공부가 돼, 내 제자가 되고 싶단다. 나 제자 안 키워, 클사람 다 컸어, 공부는 자기가 하는 거지 가르치는 게 아냐, 사회학이 자유로울 것 같지, 그냥 내가 자유스럽게 하는 것뿐이야,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한다는 건, 군대에 가는 것과 비슷해. 저 군대 같은 데서 럭비를 7년이나 했는 걸요. 럭비는 알기 쉬운 군대지, 대학원(학교라는 곳)은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 알고 보면 군대거든… 그래서 너의 개성을 살려주는 게 아니라, 개성을 죽여요. 너는 그냥 이대로가 좋아.
마지막에 그렇게 하고 싶다면, 기본적인 책을 읽어보라고 읽어보고 재미있으면 다시 생각하자고 했다. 재미가 없으면 안 맞는 거니까, 포기하라고… 그래도 숙제를 받았다고 신이 나서 돌아갔다. 어제 그 학생이 쓴 리포트를 읽었더니,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 일본인이라고 일본어를 안다고 그냥 책을 읽으면 안 되겠다. 외국인이 일본어 책을 읽는 것처럼 일본어 사전도 지정해주고 사전을 찾아가면서 단어 하나하나 정확히 읽으라고 해야지. 우선 말을 정확히 알아야지. 일본인이라고 일본어를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하나하나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수요일에 아침부터 준비해서 물리치료하는 곳에 다녀왔다. 아는 언니가 하는 곳에 편도 2시간 걸려서 갔다. 그 언니와는 개인적으로 말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 언니네 가족들과 알고 지내니까, 오래전부터 같이 알고 지냈던 것이다. 11시에 만나서 치료를 시작했다. 나를 위해서 시간을 많이 비워놨다고, 아주 성의를 가지고 몸을 봐준다. 어느새 11시 반이 되었다. 가장 긴 치료시간은 90분인 데, 한 시간 이상 오버했다. 요금도 특별히 저렴하게 받는다. 그리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서 점심도 사주셨다. 점심을 먹으면서 처음으로 개인적인 말들을 했다. 서로가 모르는 말들이었다. 그 언니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사람들이 가까이 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금은 나이를 먹었고 자녀들이 다 성장해서 독립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주 보람이 있단다. 아마도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인 것 같다고… 이런 시간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방황했고 아주 길게 힘든시기를 보냈단다. 나는 오랜만에 안심해서 이런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언니를 만나 말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많이 편해졌다. 내가 걷 보기와는 많이 다르다. 걷보기와는 달리 민감하고 섬세하다. 아주 강해 보이고,, 강하기도 하지만 상처도 많이 받는다. 단지 상처 받았다는 걸 안보이니까, 상처 받아서 피 흘리는 줄 주위 사람들이 전혀 모른다. 그 언니가 치료해보고 걷 보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란다.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은 전철에 앉아서 계속 잤다. 조는 게 아니라, 그냥 막 잤다. 그날 밤에도 정신없이 잠을 잤다. 채점이 밀려서 다음날부터 자료를 배낭에 짊어지고 도서관에서 장시간 일을 했다. 이틀 동안 열심히 해서 채점을 마쳤다. 다리를 구부릴 수가 있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다. 다음 언제 예약을 하느냐고 했더니 좀 지켜보자고 한다. 나는 시간이 있을 때, 멀더라도 치료를 다니고 싶은 데, 그 언니는 너무 멀다고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왔더니 밤이 되었다. 완전히 하루를 보냈다. 성의를 다해서 환자를 봐주는 좋은 치료를 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서 아주 좋았다.
요가도 산책도 한 달 이상 안 하고 가능한 움직이지 않았더니 근력이 많이 떨어졌다. 빨리 몸을 치료해서 산책도 하고 요가도 하는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데… 모르겠다.
오늘 밤부터 태풍이 온다고 내일은 기온이 낮아진단다. 태풍이 와도 좋으니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기온이 낮아진다면 집에 있어도 되고… 비가 안 오는 데 고온이 계속되어 식물들이 말라간다. 공원에 나무는 벌써 낙엽이 떨어져서 바스러지면서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야채들도 가뭄으로 말라비틀어진단다. 태풍과 비가 같이 왔으면 좋겠다.
요새 사진을 찍지 않아서 신선한 사진이 별로 없다. 벌레 먹혀가는 무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