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5 야스쿠니 2017-1
오늘도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였다. 올해도 야스쿠니에 가려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친구가 어제 저녁에야 문자를 보냈다. 아침 8시반에 만나서 가기로 했다. 나는 여름방학에 들어간 이후 평소에 쓰던 역근처에도 가질 않았다. 이 주일이 넘도록 전철을 타지 않는 생활, 도보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전철을 타지 않는 생활, 도보생활은 스트레스가 없어서 참 좋다. 도보생활도 나름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채점을 하고 책을 열심히 읽는 단순하지만 바쁜 생활이다. 일의 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지만, 평화롭다. 문제라면, 햇빛에 너무 타서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 밭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젯밤에는 야스쿠니에 간다고 잠을 설쳤다. 아침에는 오랜만에 일어날 시간에 알람을 맞춰서 일어나 준비해서 나가느라고 아침에 나갈 때는 벌써 피곤했다. 친구도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매 해마다 가면서도 둘이 헤매며 가느라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날씨가 비가 와서 선선해서 참 다행이었다.
구단시타 역에 도착해서 느낀 것은 사람들이 적다는 느낌이다. 지상에 올라와서 봐도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붐빌 시간인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적은 느낌이다. 올해는 주위에서 주는 자료를 하나도 받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 야스쿠니에 들어가기 전에 길을 건너려고 봤더니 일본은 침범, 침략전쟁을 하지 않았다는 횡단막을 걸어 놓았다. 셀프로 침범, 침략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아닌 게 되나? 아이들도 아니고 항상 느끼지만 하는 짓이 유치 찬란하다.. 허긴 정권의 톱이 그런 경향이니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핫한 흐름이기도 하다. 올해는 사람들이 적어서 한산한 느낌이 든다. 한산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도 열기가 없고 움직임도 아주 다르다.
추도식을 하는 곳을 지나면서 연설을 들으니, 자신들의 최종 목표는 천황부부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천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희망사항이다. 올해는 참배하는 열에 서지 않고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옆으로 걸어가면서 주위를 본다. 오른쪽으로 걸어갔더니 참배자 휴게소라는 새로운 건물이 하나 생겼다. 그 건물을 나오면 참배 오는 정치가들 차가 지나가는 길이었다. 보도진을 비롯해 사람들이 서서 누가 오는지 지켜보고 있다. 나도 거기 서서 차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었다. 차가 지나는 길을 지나서 연못가에 갔다. 약간 비가 오고 있어서 연못가에 앉기가 주저스러웠지만, 새로 만든 벤치에 비닐을 깔고 앉았다. 친구의 주먹밥을 하나씩 나눠먹고 내가 삶아서 가져간 계란과 방울토마토, 귤을 나눠서 먹었다.
비단잉어 사진을 찍고 친구와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친구는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참배를 한다면서 왜 관용차를 타고 오느냐고 투덜거린다. 입간판에는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의 모임이라고 있었다. '개인'이 아니라, 공적인 자격 '국회의원'으로 오는 거다. 뭔가 복잡하게 이런저런 말로 본질을 감추려 한다. 개각을 한지 얼마 안 돼서 누가 참배를 오는지 궁금하겠지? 내가 본 바로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가가 오면 "요! OO센세이" 하면서 박수를 치곤 했다.. 올해는 조용한 가운데 차가 들어오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친구가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 한다. 내가 "세상이 야스쿠니화 했는데, 지금 와서 야스쿠니가 특별한 긴장감이 있겠어" "이제는 일본 전체, 일상이 야스쿠니라고 봐" 친구는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웃는다. 친구가 "고노 요헤이 아들은 정치가로서 줏대가 있는 걸까?" 그때 다른 사람이 가까이에 온다. 내가 "쉿, 여기서 고노 요헤이라는 이름을 말하면 안 돼, '매국노'라고 하는데...." 친구가 "나도 알아" "그러니까, 여기서 그 이름을 말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조심, 행동 조심해야 한다. 연못가에 앉았더니 모기가 몰려온다. 자리를 뜰 때가 되었다.
연못가에서 나와 유슈관에 잠깐 들렀다. 유슈관에 들어갔더니 카레 냄새가 난다. 다른 해에 비해 사람들도 적고 분위기도 비에 젖은 듯 축축했다. 관찰을 하는 입장에서도 비에 젖은 듯한 분위기가 보기가 안타깝다. 미친 듯이 뜨거웠던 열광은 지난 것인가? 친구와 유슈관을 나와서 역을 향하는 시간에 무도관에서 기념식전이 시작되어 장내에 중계가 된다. 사람들이 정숙하게 서서 기념식전에 주목하고 있었다. 갑자기 친구가 "아니 왜 이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베 총리의 목소리였다. 나는 친구의 반응이 재미있어 웃음이 나왔지만, 주위 분위기상 차마 웃을 수는 없어서 무심한 반응으로 친구 뒤를 쫗았다.. 나에게도 아베 총리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심리적으로 듣기를 거부했다.
천황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사람들은 한층 더 엄숙한 분위기로 고개를 숙이고 중계되는 식전에 참가하고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일본인이어도 지금 이 분위기에서 자기 행동이 '반일'이라고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까, 조심해"라고 했다.
친구와 둘이 사람들을 거슬러 역으로 향하면서 걸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군복 코스플레이'를 하는 분들이 많아 보였다. 이건 다음에 쓰기로 한다.
야스쿠니에 다녀와서 아무래도 피곤했는지, 방에 누워서 좀 졸았다. 하긴 어젯밤부터 긴장해서 잠도 못 잤는데, 신경을 곤두세워 관찰하느라고, 마음 한편에는 한국인이라는 게 들통나서 봉변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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