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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혐한에 목매는 일본 사회

이번 주말에 동경에 막강한 태풍이 온다고 한다. 지난번 태풍 피해에서 치바가 완전히 복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치바를 강타한 태풍은 다행히 동경 동쪽을 스쳐서 치바로 갔다. 나는 동경 서쪽 끝자락에 살고 있어서 피해가 없었다. 그래도 나뭇가지가 부러진 걸 보면 어느 태풍보다 강렬했다. 태풍이 지난 뒷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태풍이 오기 전에 준비하라고 하지만, 식량을 사재기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매스컴에서도 태풍에 대비하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모두가 불안한 가운데 우왕좌왕하고 있다. 

 

오늘 동경은 아침에 쌀쌀했다. 일교차가 심한 날씨여서 옷을 입기가 애매하다. 아침에는 쌀쌀해도 건물 안은 덥고 낮에도 덥기 때문이다. 오늘 첫 교시 수업은 지난주가 휴강이라서 간격이 벌어진 느낌이었다. 학생이 적었는데 차분하니 좋았다.

 

어제 아베 총리가 일본 국회에서 한국에 대해 거론했다고 한다.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거기에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상품이 팔리지 않고 한국사람 관광객이 준 영향인지,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는 계기를 한국이 마련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기조를 바꾼 것이 없다. 한국 일부 신문에서는 설레발을 치면서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 될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베 총리가 참 고맙다. 한국이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게 해서 한국사람들을 각성시켰다. 불매운동을 해보니 해 볼만하고 일본 상품이 없어도 그다지 힘들지도 않다. 여행도 일본이 아닌 다른 곳도 갈 곳은 많으니까. 한국으로서는 일본 상품 불매의 생활화에 여행도 다른 나라로 가면 된다. 한국이 아쉬운 것이 별로 없다.

 

한국 신문의 기사에 의하면 유니클로와 자매 브랜드 GU가 매장을 늘렸다느니, 손님이 늘었다고 나온다. 그러면서 '샤이 제팬'이라고 한다. '샤이 제팬'이 아니라, '샤이 일베'다. 불매운동을 하는데 일베들이 구매운동을 한다면서 인증샷까지 올렸으니까, 유니클로나 GU는 한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일베 브랜드로 변신했다. 한국에 '일베'와 '토착 왜구'라는 사람들이 일정수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불매운동을 해도 유니클로나 GU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일본 여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을 어중간하게 풀면 안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갈 데까지 가서 확실히 매듭을 짓는 것이 좋다. 일본의  유화적인 제스처에 속아서 다시 지소미아를 재개하거나 불매운동을 중단, 일본 여행을 재개하면 안 된다. 일본에서 '민간 교류'를 계속해야 한다고, 일본에 관광을 오라고 하지만, 단순히 한국은 싫지만 한국사람들이 일본에 와서 돈을 쓰고 일본 경제에 공헌을 하라는 말이다. 

 

지난주에 강의를 하다가 학생들에게 '혐한'에 대한 말이 나와서 지금도 일본에서 '혐한 데모'를 하고 있다. 즉, '헤이트 스피치'를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더니 단 한 명도 손 들지 않았다. 내 강의를 듣는 대학생도 '혐한'이 나쁘다거나,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아니다. 요새는 '한국은 반일'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졌다. '한국은 반일'이라서 괘씸하니 일본은 더 '혐한'을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뀐 모양이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혐한'을 할 수 있어서 좋은지도 모른다. 자신들이 '혐한'을 하는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걸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혐한'은 '애국'이요, 일본의 '프라이드'이기 때문에 죽어도 양보할 수가 없다. 

 

일본에서도 한국의 불매운동과 관광객 감소의 영향이 아니어도 일본 경제가 나빠진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일본 정부나 일본 사람들이 경제가 나빠져도, 아니 굶어 죽는 일이 있어도 '혐한'을 할 수 있다는 우월감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혐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인이라는 자부심을 유지하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극우나 진보적인 진영에서도 다 같은 말을 해왔다. "일본이 가난해지면 어떻습니까? 일본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살면 됩니다" 이런 것이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일본 사람들의 정신세계이다. 

 

일본과 관계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한국이 그다지 아쉬운 것이 없다는 걸 알게 해 줬다. 그렇다면 두 번 다시 일본의 노예가 되는 길로 들어서면 안 된다. 그런 한편, 일본에서도 한국과의 갈등으로 일부 기업이 한국에서 철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일본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 한국 관광객이 오던 곳은 손님이 없어 약간 곤란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당사자를 빼고 대다수는 아쉬울 일이 없다. 일본은 경제대국이다. 아베 총리가 예상했던 대로 일본 정부가 아쉬울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속이 시원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돌을 포함해서 아예, 전혀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재일동포에게도 일본에서 나가라고 하는 판국이다. 심정적으로는 일본에 외국인이 없이 순수한 일본인만 살았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도 극히 일부 젊은 사람 사이에서 한국이 유행한다. K-POP, 한국 음식, 화장품, 한국 아이돌이 입는 패션 등이다. 요새 일본에서 한국에 가는 사람들이 는 것은 한국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오지 않아 비행기표 값이 많이 내려서 가성비가 좋다. 거리도 가깝고 엔화를 한국돈으로 바꾸면 전보다 10% 정도 많이 받으니까, 여행 경비도 덜 들어서 좋다. 그런 이유다. 한국 매스컴에서 신오쿠보에 와서 취재해서 일본에서 한국이 유행하는 것처럼 떠든다. 신오쿠보는 원래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가는 정해진 장소이다. 신오쿠보를 취재한 걸로 마치 일본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 모르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한국을 좋아하는 줄 착각하기 쉽다. 예를 들어 서울에 중국 교포가 모여 사는 동네에서 취재해서 중국 교포가 많다고 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는 워낙 거짓말도 능수능란하고 조작의 달인이시다. 자신이 일을 저질러 놓고 한국에 책임이 있다고 하는 사람이다. 아베 총리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한국 시민은 그냥 지금 이 상태로 쭉 나가면 된다. 일본이 끝까지 간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을 존중해서 일본이 끝까지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일본은 일본이 갈 길을 가고, 한국은 한국이 갈 길을 가면 된다. 일본이 한국을 적대시하는 것처럼, 한국이 일본을 적대시하면 안 된다.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길이다. 상관하지 말고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탈일본'을 확실히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일본이 '혐한'을 그만둘 의향이 없는 이상,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오지 않는 것이 좋다. '혐한'은 일본의 극단적인 일부 극우들이 아니라, 일본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다. '한국 사람 죽여라'를 외치는 나라에 오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 '혐한' 서적을 얼마나 많이 냈고 베스트 셀러가 되었나, '혐한' 서적을 읽어서 이론무장까지 완벽하게 되어있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잘되는 장사가 '혐한 비즈니스'라고 할 정도다. 제발 한국 사람들이 정신 차려서 일본에 대한 이상한 환상을 버렸으면 좋겠다. 일본에 사는 나도 무섭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