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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아베정권

신기루 같은 인기-고이케 유리코 2

2017/10/09 신기루 같은 인기-고이케 유리코 2

 

오늘 동경은 맑고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간 햇볕이 따가운 날이다. 어제도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올라가서 더운 날이었다. 겨울날씨로 추웠던 날이 엊그제인데 며칠 뒤는 다시 여름날인가 싶을 정도로 더워진다. 일본은 오늘까지 연휴라서 도서관에 가는 월요일이지만 오늘은 도서관에도 가고 집에서 보내고 있다. 바뀌어 가는 계절에 따라 집안 일도 해야 하고 밀린 강의준비도 해야 한다. 나중에는 마트에 장도 보러 가야 한다. 연휴라도 나름 집에서 일이 있다.

 

지난번에 올린 글이 이번 일본 중의원 선거에 태풍의 눈이 된 고이케 유리코에 관한 것이었다고이케 유리코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보기로 하겠다이번 중의원 선거에 태풍의 눈인 것만은 확실하다그러나, 정작 고이케 유리코라는 정치가와 희망의 당이 환영을 받고 있느냐면 좀 아리송한 면이 많다. 고이케 씨가 말을 할 때 외국어를 남용해서 기자들이 말을 못 알아듣고 해석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박근혜의 향기가 나지만, 근본적으로 종류가 전혀 다르다. 새정치를 한다고 해도 뭐가 새정치인지 아리송함에도 불구하고 지지세력과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는 지난날의 안철수와 많이 닮았다. 무엇보다도 남자들만 보다가 뉴스 캐스터 출신인 미모의 여성이 나온 것만으로도 신선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뭔지 모를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사실 일본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수의 인기와 지명도이니, 안성맞춤인 것이다.

 

우선, 고이케 씨가 창당한 희망의 당이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도민 퍼스트회다. 지금도 동경도의회의 최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도민 퍼스트회는 고이케 씨가 주최하던 희망의 숙이 전신이라고 한다. 도민 퍼스트회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당의 지향성을 선명히 보여준다. 다음에 국정 레벨에 희망의 당이 되기 전, 고이케 측근이 일본 퍼스트회라는 것을 설립했다. 이 것이 나중에 희망의 당이 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일 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부산한 움직임은 다름 아닌 고이케 씨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세력의 움직임으로 일본에서 대대적인 정계재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계재편이라는 것이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을 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권을 잡고자 하는 정치가들에게 '바람직한' 것이라는 슬픈 이야기다. 이번 정계재편으로 리버럴이 완전히 쪼그라들고 '극우'세력이 팽창해서 극대화되었다. 솔직히 선진국 중에 정치적으로 이렇게 편향된 나라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고이케 씨의 인기가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 한 사태다. 고이케 씨 인기는 작년 동경도지사가 된 이후에 장기집권을 했던 이시하라 시대에 행해진 부정이 드러나면서 인 걸로 안다. 이시하라 씨는 이 전에 자살로 막을 내린 재일동포 출신의 유망한 정치가 '아라이 쇼케이'를 선거 전부터 공격하며 민족차별을 적나라하게 하는 걸로도 유명한 정치가다. 이시하라 씨도 '극우'에 속했던 인물로 동경도지사를 그만둔 것도 일본 유신회라는 '극우'를 넘은 '국수'정당에 합류하기 위한 것이었다. 참고로 일본 유신회도 희망의 당에 합류했다. 이시하라 씨는 동경도지사 선거 때, 같은 자민당 출신인 고이케 씨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격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시하라 씨가 동경도지사 장기집권 시 국정에서도 고이즈미 총리가 장기집권을 하면서 '극우'로 방향을 틀어서 일본을 '극우화'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쌍두마차였다.

 

고이즈미 총리 다음이 단기로 끝난 1차 아베 정권이었다.. 아베 씨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대를 이어 파워업 해서 일본을 더욱더 '극우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갔다. 장기화된 2차 아베 정권이 가장 큰 성과는 민주당(붕괴된 민진당의 전신)에서 정권교체를 하면서 '리버럴'한 세력을 억누르고 '극우화'를 극대화해서 '국수주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베정권이 '극우'쪽으로 기울어도 너무 기울어져 있다. 예를 들어 아베 정권에 비판하는 세력까지 모조리 없애서 마치 비판조차 없는 것처럼 착각을 할 정도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인 것이다.

 

고이케 유리코는 지금까지 '극우'로 쳐오던 이시하라 씨나 아베 씨를 가볍게 뛰어넘는 '극우'적인 행태를 보인다. 예를 들면 관동대지진에서 조선인 학살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나, 민진당에서 추진하던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없애고, 마스조에 시대에 약속했던 한국학교 부지를 제공하지 않는 등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비난을 받고 있는 판에 도민 퍼스트회를 만들었다. 그 후에도 일본 퍼스트회를 만들 때도 선거에 불리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환영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극우'적일 수 없는 '외국인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신조가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계기로 고이케 씨에게 등을 돌린 유권자도 있겠지.

 

지금까지 '극우' '국수주의', '외국인 혐오'가 마초인 남성 정치가들의 전매특허라는 인상을 고이케 유리코가 가볍게 깨고 여성 정치가의 '극우'의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도 남녀평등이 많은 진전이 있다. 하긴 남자들이 하는 일을 여자라고 못 하겠냐고. 어쩌면 여성이기에 아베 정권에 맞서 더 강하게 나왔는지도 모른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 슬프긴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희망의 당이 창당을 하면서 내건 것은 '정권 교체' '아베 타도'이다. 언뜻 보면 '극우' 아베 정권에 맞선 리버럴 한 세력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실제로는 아베 정권보다 더 심한 '극우'정권 창출을 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본의 정치상황이 세계적인 흐름과 달리 극단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는 동료가 만약에 희망의 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정권이 될 것이라고 참담해하고 있었다. 희망의 당이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극우'세력의 극대화가 되겠다. 위험하다재미있는 것은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를 표방하는 아베 정권을 타도하자고 나온 것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지향하는 것도 '미소지니와 제노포비아'로 뒤틀려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여성이나, 여성 정치가가 활약하기를 기대하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고이케 유리코를 지지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 진보적인 정치나 여성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1도 없다. 여성이지만 남성보다 더 남성주의적으로 강경한 여성으로 본다. 한편 '극우'적인 성향을 지지하는 남성들에게는 아베 정권이 새로운 일을 못 할 것 같으니 고이케 씨를 지지하는 것도 있다. 적극적인 고이케 지지가 아닌 아베 정권을 반대하는 의미로서 고이케 지지인 것이다. 고이케 씨를 지지하는 것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아베정권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지향하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이케 씨의 인기는 희망의 당에 희망을 가진다거나 고이케 씨가 내거는 정책에 매력을 느끼는 것보다, 아베가 싫다는 반 아베 정서로 인해 형성된 것으로 사막의 '신기루' 같은 현상이다. 사막과 같은 일본의 정치상황에서 '신기루' '신기루'로 끝날지 아니면  아베 정권을 넘어선 '극우' '오아시스'로 거듭날지는 일본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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