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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제주도 사람들

밀항한 삼춘네

2010/10/17 밀항한 삼춘네

 

아까 장 보러 갔다 올라올  전화가 왔다지난번 오사카에서 만났던 제주도 청년이 그동안 일본 여행을 마치고 내일 돌아간단다 청년에게 이쿠노를 안내했다는 인연이다.


이쿠노 얘기를 
계속하자.


9월 14일 
오전에는 절에서 스님 후배와 예정에 없었던 만남이 있었다.


점심때 가까이 오이케바시 가까이에 있는 아는 삼춘네를 갔다 전날 어머니학교에서 만난 금능분에게 소식을 듣고 전화를 했다. 오이케바시로 자전거를 타고 갔더니 삼춘이 마중을 나왔다이쿠노 안에서 이동은 자전거가 편리하다사실  삼춘에 집에 간 건 두 번째 인 것 같은데이번이 처음처럼 느껴진다 삼춘은 올해 86세이시다드디어 마을에서 최연장자가 되셨다. 그런 말을 하는 삼춘이 조금 쓸쓸해 보인다.


  주에 부부가 제주도로 벌초를 다녀오셨단다아마 다시는 벌초를  갈지도 모른다면서어쩌면 마지막 벌초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신다그동안 동생과 둘이서 번갈아서 해마다 벌초를 다니셨단다.


 삼춘 경우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 밀항으로 오셨다. 그전에 일본에 왔던 적이 없는 전후에 처음 일본에 밀항으로  것이다 삼춘이 밀항하게  동기는 4.3 사건 관련이다. 1946년부터 지하운동에 참가하다가 1947년에 잡혀서 벌금형으로 풀려난 케이스로 그냥 마을에 있었다가는 경찰에 총살당하거나 산으로 올라가야  처지였다여동생과 같이 친척네 집 제사 먹으러 간다면서 동네를 나왔다. 제물과 제주가 든 떡구덕을 여동생이 지고 위장해서 마을을 나와 귀덕에서 나오는 밀항 배를 탔다고 한다같이 지하운동에 참가해서 잡혔던 사람도 한 명 같이 같은 배를  예정이었지만, 돈을 마련할  없어 배를 못 탔다.   그분은 경찰에게 총살당했다고 한다.


 삼춘은 일본에 밀항 와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제주도 사람 
중에는 4.3 사건  일본에 밀항한 경우가 적지 않다. 6.25 때 전쟁을 피해 일본으로 피난한 경우도 많았다일본에서 전쟁이 심해졌을 때는 제주도로 소개(疏開)  것처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보다 안전한 곳으로 난을 피해서 간다.


 삼춘은 집이 가난했다고 하지만당시로서는 교육을 받은 편으로 중학교를 졸업했다.


근데 삼춘이 일본에 밀항할 어머니께서 미녕을 짜서 양복을 맞춰주셨다고 한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종손, 장남을 타지에 내보내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해 정성으로 미녕을 짰으리라. 그리고 같은 마을에는 구두를 만드는 데도 있어서여름철이라 양복부터 구두까지 흰색으로  입었단다. 일본에 와서도  양복으로 겨울까지 지냈다. 흰 구두가 더러워져 닦으려 해도 천으로 만든 것이라 닦을 수가 없었단다. 그 시대, 백구두에  미녕 양복을  입고 밀항 배를 탔다는 게 키워드다. 이런 이야기는 전혀 드문 것이 아니다. 외지에 나가는데 잘 입혀서 보내야 한다는 부모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삼춘답게 멋쟁이에다 키도 크고  생겼다밀항하는 사람이 눈에  띄는 흰옷을 입었다는 게  시대 감각이었나 보다. 밀항이라고 해도 외국을 가는데 옷은 멋있게  입는게 당연하다. 


그리고 일본에서 오래 한 일은 패션 관계, 유명 메이커 하청으로 제조와 나중에는 판매도 했다일본에서 재혼한 예편 삼촌은  시대에 문화복장 전문학교를 나왔다.

 

밀항 와서 이일 저일 하다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곤란해서 앞이 막막했을 때 꿈처럼 같은 마을 선배가 눈앞에 나타났단다. 그 후에는 주위 도움을 받아가며 장사도하고, 일본에서 결혼도 다시 했다자녀들도 대학에서 예술계통을 전공했다.


나중에 30년 만에 자신의 등록을 만들어 고향에   있었다.

 삼촌 자녀들은 건국학교에 다녔다.

다른 재일동포처럼 통명을 쓰지 않고 한국 이름을 쓴다.

  자랑스러워한단다.


이번에 갔을 때  아들에 막내딸이 내가 강의를 하는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인사를 시킨다. 일 학년 독일어 전공이란다손녀도 자신은 한국사람이란다. 한국 이름을 쓰고자신이 한국사람인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다른 아이들이랑 얘기할 때 들었다). 3 세지만 한국음식을 먹고한국상품을 쓰는 걸 당연해한다. 요즘은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해서 봤더니 제주도에서 가져간 자리젓과 제주도 고등어가 나온다제주도에서 공수해  것이다 분들에게는 소중한 제주도 음식을 나눠서 먹는 것이 최상의 대접인 것이다.


나에게는 고등어를  토막이나 주셨다.

나도 참으로 오랜만에 자리젓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