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3 이쿠노, 한국 수녀님들과 제주도 할머니들
동경은 지난 주 화요일 아침부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전 날까지도 더웠는데, 이럴 수가. 일본은 사계절이 확실했던거 아닌가??? 요즘은 이계절이 되어간다. 겨울이 길어지고 겨울에서 바로 여름이 되어 긴 긴 여름이 끝났나 하면 가을은 며칠 안되고 바로 겨울 모드로 돌입한다. 그동안 사계절에 익숙했던 많은 감각들이 좀 이상해진다.
내가 정상인가?
계절이 이상한 건가?
어쩌면 내가 이상한 건지도 몰라? 정말!!!
지난 월요일은 오랜만에 우체국에 갔다.
국제우편을 빨리 보내려고 멀리 있는 본국에 갔다. 서울로 국제우편을 부치고, 오사카 이쿠노 모모타니에 사는 금능언니에게 책을 한 권 보냈다. 그런데 책을 보내는 송료가 좀 비쌌다. 나는 예쁜 우표를 보면 사놓는 사람이라 항상 우표를 가지고 다닌다(예쁜우표를 보면 기분이 좋다!). 우표로 내려고 얼마냐고 물었더니, 580엔이란다. 좀 더 경제적인 방법이 없냐니까, 현금으로 내면 350엔 짜리 봉투에 넣어서 보낼 수 있단다. 물론, 350엔을 내고 보냈다. 근데, 뭔가 좀 이상하다. 우체국에서는 우표가 현금처럼 쓰이지 않았나? 적어도 송료는? 그리고 국제우편으로 중요한 서류를 보내는데는 220엔 밖에 안 들었다. 국제우편보다 국내우편이 훨씬 더 비싸게 느껴진다.
우체국이 민영화한 다음부터 우편요금이 자꾸 올라간다. 그대신 택배회사들이 우편도 받아주고, 배달요금을 개인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렇치 않아도 사람들이 우체국을 이용하는 빈도가 떨어지고, 편지도 안쓰고 그러는데 택배회사보다 우체국이 비싸면, 더 안 쓰게 되는 악순환이 될 텐데..... 왜 이럴까? 서비스도 나빠지고,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됐다. 일본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 민영화를 해서 자기네 목을 조르는 이상한 일을 한다.
이해가 안된다.
미쳤다.
참고로 우체국 민영화는 고이즈미총리가 이룬 대표적인 공적?이다.
다시 이쿠노로 가자.
이쿠노에는 일본 최대, 대표적인 재일동포 커뮤니티라, 종교계에서도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1992-93년 필드웍을 할때 참가했던 지역 활동, 종교기관에서 하는 곳에도 참가했었다. 이 전에 소개했던 어머니학교도 일본교회에서 시작된 활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볼런티어로 참가하는 사람이나 학생들도 종교와 관련된 활동이라는 걸 못 느낀다. 이게 일본의 종교활동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쿠노에는 한국수녀님들이 사시면서, 목요일에 모여서 한국말로 미사도 드리고 할머니들에게 한국음식으로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 그 곳에는 우선 한국수녀님들이 계시니까 할머니들이 마음을 의지하고 가깝게 지냈다. 그리고 당시에는 나이 든 수녀님과 젊은 수녀님도 계셨다.
3년 전에 오랜만에 갔더니 운좋게도 당시에 계셨던, 조금 나이 든 수녀님이 계셨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할머니수녀님이 할머니들을 돌보는, 한국 수녀님이 모자라는지 일본 할머니 수녀님도 활동에 참가하셨다. 일본 수녀님은 나이를 드셨는데도 마치 소녀처럼 발랄했다.
내가 한국 할머니수녀님께 물었다. 수녀님도 나이드셨는데 힘들지 않느냐고않으냐고? 그 수녀님 말씀, 지금은 수녀되는 사람이 적어져서 일손이 딸린단다달린단다. 수녀세계에도 고령화가 되었나 보다. 수녀님에게 가서 할머니들 근황을 묻는다.
어느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어느 할머니는 그동안 고생하셨는데 지금은 자식들이 잘해줘서 잘 지낸다고, 찾아가면 반가워할 거라고 한다. 다른 할머니는 자식 있는 데로 가셨다고 자세한 근황을 들었다.
이번에는 다른 수녀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할머니들 근황을 묻고, 수녀님 입장에서 요즘 이쿠노에서 느끼는 점 등을 듣는다.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이 있다.
내가 보고 싶었던 할머니는 요즘 나라에 살고있는 딸네집에서 지낸단다. 3년 전에 만났을때 약간 치매가 시작된 것 같아 긴장했었는데, 그건 그동안 외로워서 그랬던 거 같고 딸네 집에 갔더니 딸도 손자들도 할머니, 할머니하고 위해줘서 지금은 치매기도 없고 행복하게 잘 지내신단다. 그 분은 자신이 베풀어 오신 걸 누리고 사시는 것 같다고 하신다. 참으로 행복한 케이스 이리라. 그 분은 크게 성공했고, 또한 힘든 시간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접한 그분은 정말 살아있는 (할머니) 천사였다. 동경에서 전화로 소식을 들었지만, 수녀님을 만나서 소식을 직접 들으니 좀 안심이 된다. 잘 계시는구나, 나이드셔서 외롭지않게 노후를 보낼수 있는 축복을 받으셨구나.
참으로 다행이다.
나도 그 분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지만, 마음으로 고마워할뿐 내가 해 드릴수 있는게 별로 없다.
내가 할머니들에게 무언가 돌려줄수 없지만, 수녀님들이 계셔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내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진다. 비록, 내가 하는게 없고 카톨릭신자가 아니더라도 수녀님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야말로 헌신하는 수녀님들을 보고 있으면 종교의 역할이 큰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아침에 맛있는 빵집에가서 갓구운 빵을 사가지고 갔더니 수녀님이 그냥 가져가서 다른 할머니 드리란다. 아니에요, 수녀님 드시라고 가져왔어요.
수녀님은 서둘러 보육원으로 일하러 가시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교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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