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1 달항아리와 문재인
오늘 동경은 맑고 햇볕이 강해서 일교차가 심한 날씨였다. 그래도 날씨가 맑다는 것이 어딘가, 맑기만 해도 고마운 날씨인 것이다. 오늘은 일교시 강의가 축제관계로 휴강이라서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했다. 그래서 아침에 느지막히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밥으로 고구마를 쪄서 어젯밤에 만든 피클과 같이 먹었다. 오전에 짧은 산책을 겸해서 농가와 무인판매에 야채를 사러 다녀왔다. 고구마를 먹고 나서 급하게 걸어서 그런지 정신없이 트림이 나왔다. 요즘 운종부족이라, 괜히 배에 가스가 차서 배가 불러있다. 트림이 많이 나와서 피곤했지만 가스가 빠져서 몸이 좀 홀가분 해졌다. 서둘러 머리를 감고 준비해서 오후 강의를 위해서 길을 나섰다. 첫교시 강의가 있었다면 첫교시를 마치고 천천히 오후 강의를 갔을텐데 첫교시를 쉬는 바람에 이상하게 발걸음이 꼬이고 말았다.
서울에 갈 때 집에서 공항에 가는 시간을 생각하고 공항에서 숙소에 가는 걸 고려하면 김포공항과 하네다를 쓰는 것이 좋다. 시간대가 좋은 걸로 예약을 하다 보면 주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를 쓰게 된다. 다른 비행기를 쓰다가 대한항공을 타보면 대한항공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지난 9월 서울에 갈 때는 대한항공을 썼다. 차이나 에어를 쓴 다음이라 그런지 대한항공이 아주 좋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아시아나를 썼는데 이전에 비해 기내 환경도 그렇고 서비스도 질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이전에는 아시아나가 좋았는데...... 다시 괜찮은 아시아나로 돌아오길 바란다.
대한항공에 얇은 일본어판 기내지가 있다. 표지나 내용이 괜찮아서 대한항공을 탔을 때는 오며 가며 들고 내린다. 기내지는 학교에서 강의할 때 학생에게 참고자료로 보게 한다. 한국을 소개하는 것이라, 학생들에게 부담 없이 보게 하는 자료로 쓰기에 좋은 두께와 내용이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한국의 수공예를 소개하는 사진으로 표지 사진이 좋다. 주로 전통적인 한국의 명품 수공예를 특집으로 소개하고 표지로 쓰더니 나중에는 다른 내용을 특집으로 하고 표지가 되기도 했다. 한국을 소개하는 내용이 필요하기에 다른 내용이 특집이면 가져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가져온 기내지 중에 좋아하는 사진은 달항아리가 가장 좋다. 다음은 푸른색 상어 껍질을 쓴 사진이다. 지금까지 달항아리 사진을 봤지만 이 각도는 잘 볼 수가 없다. 달처럼 넉넉하게 은은하게 빛나면서 사람들을 받아주고 받쳐 주는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김포공항에 설치된 달항아리와는 전혀 다르다. 김포공항의 달항아리는 사람들이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차갑게 반짝거리면서 사람들을 위압적으로 압도하는 조형물인 것이다. 달항아리라는 모티브에 최신 기술이 더해져서 사람들을 압도하고 지배하는 조형물이다. 하늘에 달도 항상 올려다본다. 토끼가 방아를 찧는 것도 아니고 계수나무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빛은 전깃불처럼 환히 밝기보다 은은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이전에 전깃불이 넉넉하지 않았을 때는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정신없이 뛰어놀았던 추억이 있다. 그때는 달빛이 아주 밝다고 생각했다. 전깃불 빛에 익숙해서 그렇지 지금도 달빛은 밝을 것이다.
실제로 달항아리를 보면 넉넉한 형태, 그 크기와 밝기 등으로 압도적이다. 압도적이지만 사람을 억압한다고 느끼진 않는다. 친근감이 있고 품어주는 느낌이 든다. 은은하게 빛나며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기가 느껴진다는 점이 압도적으로 출중하다는 것이다. 차갑게 날카로운 빛이 아니다. 권위적으로 위압적이거나 지배적이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 달항아리 같은 빛과 온기로 여유롭게 품어 주길 바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달항아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은은한 빛으로 나라를 비추면서 어둠을 드러내고 친근감 있는 넉넉함과 사람의 체온 같은 따뜻함으로 국민을 널널하게 품어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고 상처가 많은 국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정치를 해주시길 바란다. 역시, 사랑인 것이다. 국민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도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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