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6 쉬는 날 소설책과 뜨개질
요즘 동경 날씨가 가을 날씨가 아니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게 봄 날씨 같기도 하다.
지난주는 대학이 축제를 해서 강의가 없는 수업도 있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소설책을 빌어왔다. 가끔 읽고싶은 소설책을 쌓아놓고 책에 파묻혀서 읽고 싶다. 쉬는 날에 아침에 천천히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 요즘 내가 집중해서 읽는 작가 책이다. 나는 관심이 있는 작가 책은 읽기 시작하면 전부 찾아서 다 읽는다.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하루종일 옷도 안 갈아 입고 뒹글뒹글하면서 책을 두 권 읽었다. 아주 가끔 그럴수 있으면 피로 해소를 한 것처럼, 영양보충을 한 것 같다. 어제 밤에 가까운 친구네 집에서 일본의 내셔널리즘에 관해서 말을 하다 보니 밤 한시가 넘었다. 오늘도 늦잠을 자고 천천히 일어나서 소설책을 읽었다. 정말로 쉬는 날 같이 보냈다.
그제 밤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뜨개질할 옷 그림을 두 장 그렸다. 이것도 석달 만에 그렸다. 석달 동안 뜨개질을 쉬었다. 쉬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 특히 큰 변화가 있을 때 어떻게 다시 시작을 하는 게 좋은지 잘 모른다.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있는 걸 그려내고 실제로 짜기 시작할 때,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머릿속에 있는걸 실제로 구체화시키는 건 손끝이다.
요즘 뜨개질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짜고 싶은 실을 늘어놓고 쳐다보면서 가끔 색도 맞춰보기도 하면서 뭔가 떠오르길 기다린다. 책을 보면서 색을 맞춰보고 실을 보며 온갖 상상을 할 때가 제일 즐겁다. 그리고 이 실들이 어떤 형태를 나타내고 싶은 건지 실을 보고 만지면서 대화를 한다. 어떻게 하는 게 실과 나에게 행복한 시간이 될지, 항상 실험을 한다. 실과 나의 공동작업이다.
이건 올 봄에 캔베라에서 친구에게 짜주고 남은 실과 리사이클숍에서 찾아온 자투리 실로 짠 거다. 아주 한정된 재료로 캔베라 가을 풍경을 담으려고 한 거다. 내가 캔베라를 떠날 무렵 캔베라 단풍이 참 아름다웠다. 그 인상을 뜨개질로 옮긴 거다. 그 걸 동경에서 베란다에서 찍으니, 봄 신록과 캔베라 가을 풍경이 같이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