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3 수확의 계절?
오늘 일본은 근로 감사의 날로 휴일이었다.
나는 4일동안 연휴였다.
단풍이 예쁜 곳에 가고 싶었는데 결국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 근처 공원을 맴돌다 방 안에서 지냈다. 그 건 어제와 오늘 비가 왔기 때문이다. 실은 나리타에 놀러가려고 했는데 못 갔다. 이건 좀 속이 상하는 긴 이야기라, 다음 기회에 하리라. 오늘은 오후부터 비가 그쳐서 산책을 다녀왔다.
산책을 나가려고 할 때 마침 같은 단지에 사는 일본 선생이 문자가 왔다. 같이 산책하자고, 몇시에 나가냐는 것이다. 나는 주로 해질 무렵 석양을 보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오늘은 이틀전에 못 찍은 사진을 마저 찍으려고 일찌감치 오후 3시 쯤에 집을 나섰다. 날씨가 매우 흐려서 금방 어두워질 것 같았다. 나는 먼저 사진을 찍다가 그 선생이 외출에서 돌아와 4시반 넘어서 합류했다. 그 시간에는 이미 어두워져서 단풍을 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산책을 하고 오랜만에 그 선생네 집에 들러 차를 마시고 선물로 꽃화분을 받고 돌아왔다. 그 선생네 집에 간 건 몇 달 만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정신이 없었으니까. 아직도 정리가 다 끝나지 않아서 이 번 주말에도 오카야마에 아버지 책을 정리하러 간단다.
요즘 수확의 계절인지, 여기저기서 선물 받는 게 많다.
이건 여름이 끝날 무렵 10월에 내 방에 들어와 스스로 박제가 되어준 매미와 풍뎅이? 의? 기념촬영. 그 서비스 정신을 기리려고 사진을 찍어뒀다.
지난 주 구마모토에서 야채가게와 세탁소, 농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사업가? 미래의 정치가(내가 마음속으로 정해놓고 있음)가 되줘야 하는 제자(이 단어를 쓰니까, 자신이 훌륭한 선생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착각할 것 같다, 위험한 단어다)가 보내온 것이다. 감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보관방법을 알려줬다. 꼭지에 물 묻힌 휴지를 넣고 공기가 안 들어가게 랩으로 포장해서 냉장고 보관이란다. 이게 크게 보이지 않지만, 되게 크다. 맛은 사각사각 물기가 많으면서도 딱딱하지 않다, 단맛도 품위가 있다. 좀 비싸겠다. 그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나 내가 좋아하는 향기가 나는 것을 보내온다. 요즘은 문자만 왔다갔다 하는 걸 보니 별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문제가 있으면 전화가 걸려와 장시간 통화한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연락을 한다.
김치와 깻잎절임, 김, 떡국이다. 지난 주에 할아버지 생신이라서 오사카 이쿠노에 갔던 제일 제주도 사람 3세 학생이 할머니가 나한테 보냈다고 가져온 것 중 일부이다. 김치와 깻잎절임은 집에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었단다. 아이고, 요즘 세상에 이런걸 만들어서 들려 보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재일동포들, 제주도사람들은 그렇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생 여자아이가 그걸 당연히 여기고 들고 온다는 것이다. 생일날이나 무슨 날에도 꼭 집에서 모여 음식을 하고 같이 먹는다. 이번 생일음식도 할머니가 주로 하셨단다. 할아버지가 만 85세니까 할머니도 만만치 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시모노세키에 있는 대학에서 일하는 제자?가 가져온 안초비와 토마토 절임, 고급품으로 출하하려고 상품개발을 한 것이다. 동경이면, ‘기노구니야’나 ‘‘세조노 이시이’에서 팔릴 것이다. 동경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기노구니야(책방이 아닌 식료품점)’에 가보시라, 쪼끔 비싸다. 어느 정도냐면, 시드니에서 남편이 변호사, 자신이 대학교수인 인도 친구가 왔을 때 갔더니 가격을 보고 일본 사람들 미쳤냐고 화를 내더라, 그 친구네 집도 뒷마당이 바다와 직결되어 보트도 직접 댈수 있는 부잣집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조그만 병은 표딱지와 관계없이 오카야마에서 벌꿀을 하시는 분이 나누어주신 최상품 꿀이다. 꿀을 좋아해서 해외로 직접 공수하러 가는 내가 먹어 봐도, 맛이 ‘환타스틱’하다. 크리미하면서 단맛이 강하지도 않고, 잡맛도 안나면서 야성적인 풍미를 가졌다. 그리고 이렇게 하얀색 꿀은 잘 볼 수가 없다.
이 구두는 지난 번 고마바에 갔을 때 와타나베 엄마가 신발 사이즈를 묻더니 언니한테 받은 건데 좀 크니까 가져가서 신으라고 줬다. 신발이 좀 크긴하지만 편하고 멋쟁이다. 그 날 엄마는 내가 빨리 와 버려서 할 말을 못 해서 좀 섭섭한 눈치였다. 자고 갈 줄 알았는데, 태풍이 온다고 다른 손님들과 같이 나와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오늘 받아온 꽃화분이다. 포인세치아인데, 이 핑크색은 처음 본다. 실은 내 생일 때 주려고 다른 꽃화분을 사다 놨는데 시간이 너무 지나 조금 시들었단다. 근데, 내 생일이 언제였는지 나도 기억이 확실치 않은데, 호주에 있는 친구가 메일을 보내왔고 네팔 아이랑 전화통화를 한 기억은 있다.
내일은 첫교시에 수업이 있다.
그 준비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애고, 하루 만 더 쉬어도 이렇다. 내일은 기온이 내려갈 것 같다. 벌써 좀 추워온다. 뭘 입어야지, 지난 주 반소매를 입었더니 여학생이 용기를 내어 춥지 않냐고 묻길래, 응, 지방이 두꺼워라고 했다.
동경 다마의 가을 계속 편은 내일부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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