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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새로운 것과 오래된 추억

2017/12/03 새로운 것과 오래된 추억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인 날씨였다. 아침에는 흐렸지만, 날씨가 맑아졌다. 어제도 날씨가 좋았다.

 

친구와 단풍놀이를 가기로 했는데, 어제와 오늘 중에 어느 날이 좋을까? 단풍놀이 시즌은 지난 주로 끝났다. 이번 주는 예뻤던 단풍이 낙엽이 되고 말았다.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할 일이 많아서 바쁘다. 어제도 이불과 베개를 말리고 빨래도 하고 바쁘게 지냈다. 아침부터 서둘러도 빨래가 거진 마를 정도면 오후가 되고 만다. 오후가 돼서 야채를 사러 나갔다. 가까운 농가 마당에서 배추와 무를 두 개 샀다. 보라색과 흰색 무였다. 좀 더 먼 곳에 있는 야채 무인판매에 가서 유자를 세 봉지 샀다. 배추가 200엔이고 나머지는 다 100엔이다. 가까운 농가에서 사는 배추나 무, 다른 야채도 신선도와 맛이 다르다. 농가에서 야채를 사다 먹으면 마트에서 사는 야채가 신선하지도 않고 맛도 없다. 농가에서 사는 배추에는 벌레가 붙었고 무도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실하지 않지만 확실히 맛이 다르다. 토란도 마트에서 사는 것과는 달리 농가에서 사는 것은 껍질을 벗기면 손이 가려워진다. 배추는 얇지만 달고 맛있어서 쌈을 싸서 먹으면 맛있다. 어제도 멸치와 다시마로 국물을 내서 배추 된장국을 끓였는데, 너무 맛있었다. 배춧국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어서 반찬이 없이 밥을 먹어도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되곤 한다.

 

어제는 메이데이님을 알려 주신 감을 이용한 떡이랄까, 전을 만들기로 했다. 지난 주에 정신없이 산 감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살 때 딱딱했던 감이 이튿날이 되니까, 감이 물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냉장보관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감이 쌌구나! 큼직한 감을 세 개 껍질 벗기고 으깼더니 양이 꽤 된다. 옥수수가루나, 밀가루를 넣으라고 했는데 옥수수가루가 없어서 밀가루를 넣었다. 감에서 수분이 꽤 나와서 밀가루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감의 단맛을 강조하려고 소금을 조금 넣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수저로 떠서 작게 전을 부쳤다. 처음에는 온도 조절을 잘 못해서 좀 태웠다. 감의 당도가 있어서 타기 쉬운 것이다. 차츰 익숙해서 타지 않고 적당하게 되었다. 오늘 친구와 단풍놀이를 갈 때 가져가려고 모양이 예쁜 걸 따로 담아놨다. 오늘 친구와 다카하타후도에 가서 간식으로 일본차를 곁들여서 먹었다. 친구가 맛있다고 자기도 만든다면서 호들갑을 떤다. 자기네 집에 옥수수가루가 있다고 나눠준단다. 나도 감을 두 개 나눠줬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 이 친구도 요리교실도 열만큼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나는 요리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일가견 같은 것 일체 없다. 내 주위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재미있어 한다고 할까? 내가 가진 재료를 활용해서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창작할 때가 많다.

 

어제는 피클도 담갔다. 어제 산 두 종류의 무와 무청도 소금에 살짝 절였다. 물기를 뺀다. 거기에 향이 약한 생강을 많이 채 썰어서 식초에 절인다. 다시마도 잘게 잘라서 식초에 담근다. 어제는 거기에 살구청을 담갔던 살구를 꺼내서 섞었다. 피클 색이 보라색과 흰색, 파란색에 노랑색이 전체적으로 섞였다. 피클 색감이 아주 예쁘다. 앞으로 피클이 절여지면서 보라색 무에서 색이 나와 전체적으로 핑크색이 되어 갈 것이다. 친구가 내가 담근 피클을 봤으면 또 소리를 지르고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걸 생각 없이 만들어서 그러는 모양이다. 맛도 중요하지만 색감이 예쁘면 훨씬 즐거워진다.

 

오늘 감으로 만든 전이 맛있다고 친구가 자기도 만들겠다고 했다. 나는 어릴 때 먹었던 호박이 들어간 떡을 생각했다. 지금 많이 먹는 밤호박이 아닌 물기가 많은 호박을 썰어서 말렸다가 백설기에 넣으면 노란 색감이 예뻤다. 살짝 단맛이 나는 호박이 포인트였다. 먹기 싫은 물기가 많은 호박이 변신해서 떡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다지 맛있다고 여긴 것은 아니지만 색감이 예뻤고 싫지 않았다. 흰설기에 들어간 짙은 노란색 말린 호박 색감으로 기억하고 있다.

 

새로운 걸 만들어 먹으면서 오래된 것을 떠올린다. 전혀 다른 데도 불구하고 같은 색감과 식감이라서 오랜 기억을 불러낸 모양이다.

 

 

사진은 어제 찍은 신사에 있는 수령 몇 백 년 되는 은행나무다. 딱 알맞게 은행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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