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7 절망의 늪
오늘 동경 날씨는 아침부터 흐렸다가 비가 온다.
어젯밤에 일본 선거가 끝나서 개표 결과를 보다가, 힘이 빠져서 더 이상 보기가 싫었다. 기대가 없기에 화는 안난다. 결국, 얼마나 큰 차이로 자민당이 이겼나 이런 것이 될 테니까. 자민당과 유신회가 이겨도 너무 이겼다. 일본이 정말 뒤집히겠다. 나는 일본에 살면서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선거결과는 중요한지라, 주목해서 본다. 그러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상한다. 이번 선거는 자민당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예상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민주당이 질 줄 몰랐다. 민주당이 시원치 않아도 그래도 자민당은 아니니까, 자민당과는 다른 걸 지향해야 하니까, 자민당의 폭주를 막기위해 민주당이 버텨줘야 했는데… 아니,, 결정적으로 북한이 쏘아 올린 로켓이 자민당 지지율을 쏘아 올린 걸까? 일본에서는 미사일을 쏘아올렸다고, 마치 자신들을 공격한 것처럼 보도를 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자민당 투톱 정치가 얼굴 꼴 대가리가 너무 보기 싫다. 나와 같은 이유로 TV를 안보는 일본 아줌마들 많을 거다. 어제 선거결과를 전하는 보도도 완전 남자들만 독점한 세계다. 화면이 전혀 아름답지 못하다. 어쩔수없이 불쾌감을 참고 봤다. 그러면서 절망감이 깊어간다. 아니다, 절망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 그걸 모르겠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가 자신들의 경험을 전해야 했다. 그래서, 절대로 전쟁을 향해서 가면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했는데… 그걸 제대로 못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참의원 과반수가 민주당이니까. 그리고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시민들이 사력을 다해서 헌법 개정을 막아야 한다.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게 헌법이 바뀌면, 일본이 가장 힘들어진다. 20세기 말에 경제적으로 파탄을 맞아 21세기에 들어서 주변국가와 갈등을 깊게 하더니 결국 이렇게 나왔다. 일본경제는 아시아에서 자원을 수입하며, 생산공장을 세워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을 해왔다. 그런데, 생산거점이였던 아시아가 경제발전을 해서 시장이 되고, 경쟁자가 되었다. 중국이나 한국도 언제까지나 얕볼 수 없는 나라가 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직도 아시아를 자신들이 침략했던 나라 정도로 밖에 안 본다. 특히, 중국이나 한국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데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만심이 있다.
그래도 중국에는 함부로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독립하지 못한 자신들 손아귀로 쥐락펴락할 수 있는 나라라고 봐왔다. 그렇지 않다는 걸 안 것은 21세기에 들어서다. 한국사람들이 자신들 나라의 향방을 자신들이 정한다는 걸 알기 시작했을 때, 일본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그리고 두려워했다. 사실, 식민지지배를 하기 전, 조선 각지에서 의병이 일어나서 일본에 대항했다. 식민지지배 때도 조선인들은 끊임없이 저항했다. 저항하는 조선인은 일본에게 악몽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 한국사람들의 움직임은, 일본에게 그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조선인들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자신들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동안 친일파를 앞세워 조선인 정신을 말살했다고 믿고 있었는데, 조선인 정신을 죽지 않고 살아남아있었던 거다. 거기에다,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다. 큰일이 났다. 조선인 정신 무섭다. 정말로 독립할 기세다.
주변국가에 일본을 얕보면 안 된다는 걸 보여 줘야지. 일본이 과거에 침략을 했고, 식민지지배를 했다는 걸 생각나게 해야지, 그래야 일본을 우습게 안 본다. 일본은 착각하고 있다. 주위와 싸울 생각을 하지 말고 사이좋게 살아갈 방향을 도모해야 하는데… 싸울 생각을 한다. 주위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거다. 불쌍하다.
옆에 사고가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리더가 된 나라와 문제없이 지내려면,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한다. 한국은 아직 시간이 있다.
투표하자, 투표, 그자체가 국방이라고 본다. 저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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