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7 남경대학살 기념일에
오늘 동경은 맑고 기온도 높은 따뜻한 날씨였다. 내일은 다시 추운 날이 된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를 하고 쇼핑을 하러 나갔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물가가 올라간다. 연말에 특별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말이라고 먹을 것은 있어야 한다. 평소에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르는 역에 가까운 곳에 갔더니 아침부터 손님이 많아서 붐비고 있었다. 역시, 주말에는 사람이 많구나. 러시아산 냉동 연어가 통째로 착한 가격으로 팔아서 세 마리나 샀다. 러시아산은 자연산이다. 양식이 아니라, 자연산이 기름기도 적고 좋다. 조금씩 사서 먹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양을 산 것이다. 올해는 오징어가 엄청 비싸다. 생물을 그냥 싸게 파는 것은 없어졌고 사시미로 조금씩 비싸게 파는 것 위주로 신분상승을 했다. 지난 주에 사시미용 큰 오징어가 착한 가격이라서 한 번에 다섯 마리나 사서 냉동했다. 착한 가격이라고 해도 이전 가격의 세 배다. 오늘 연어는 반 마리에 1080엔이었다. 가리비도 한 상자 샀다. 명절용으로 나온 것으로 평소에는 없는 것이라, 가격도 좀 비싸다. 벌써 명절용 식품들이 나왔다.
유니클로에도 가서 아는 사람에게 줄 다운 베스트를 한 장 샀다. 다이소에서 수세미도 샀다. 연말에 집안을 정리하면서 쓸 것도 봐 뒀다. 정확한 사이즈를 알아야, 필요한 것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농가와 무인 판매하는 곳에 가서 야채를 사러 갔다. 농가에서 보라색 무를 하나 사고 무인 판매에서는 야콘을 열한 봉지 사서 짊어지고 왔다. 어제 돌아오는 길에 ATM에서 만 엔을 뽑았는데, 오늘로 다 쓰고 말았다. 식료품만 하루에 만 엔이나 사는 일은 내 인생에 없던 일이다. 덕분에 냉동고는 연어로 꽉 찼고 겨울 내내 먹을 생각에 든든하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하 대통령)의 방중에 관한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같은 날 홍준표 씨가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일본에서 대통령에게 12월 중 방문을 해달라는 서신이 전해졌다. 방중 일정이 잡혀있는 상태라, 일본 방문을 못한다고 거절했다. 일본에서 대통령이 방중을 알고 있으면서, 일본을 방문해달라는 무리한 요청을 한 것이다. 참으로 아베 정권다운 일이었다. 일본에서 대통령에 관한 뉴스가 제대로 전해지는 것이 없는 상태다. 대통령에 대해서 견제하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두고 중국에 먼저 가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는 걸로 읽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할까? 한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과는 긴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우선, '사드 문제'로 인한 경제적인 교류가 원활하지 못 한 이유로 한국경제에 영향이 크다. 북한과의 관계도 중국의 협력을 구해야 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일본이 중요한 이웃나라이긴 하지만, 현 상황에서 중국보다 긴급히 해결해야 할 일도 관계가 개선될 여지도 없다.
솔직히, 일본에서 한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이 아베 정권에서 원하는 대로 '위안부 문제'를 끝낸 것으로 해서 '소녀상'을 철거하고 다시 세우는 일이 없길 바라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 대해 일본과 같이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에 동조해 주길 바라는 것도 있다. 한마디로 한국이 아베 정권에서 원하는 대로 하길 바라는 것이다. 일본 사회를 보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은 거의 꿈같은 일일 정도로 험악하다. 특히, 요새는 북한에서 표착하는 배가 많아서 미사일 문제와 더불어 일본 사람들이 북한이나, 한국에 대해 욕이 나올 정도로 험악하다.
13일, 남경대학살 기념일에 방중을 해서, 중국에서 아주 중요한 날에 방중을 했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80주년인 것이다. 같은 날 홍준표 씨도 일본에 온 모양이다. 일본 뉴스에서는 몰랐다. 대통령이 방중에 대해 분명히 일본에서 좋게 보도 할리가 만무하다. 한국에 대해 비난에 가까운 보도가 없어서 웬일인가? 싶더니 홍준표 씨가 방문한 것이다. 하필이면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맞춘 듯이 겹친다. 나도 올봄에 남경대학살 기념관에 간 적이 있어서 일본과 한국에서 남경대학살 기념일에 대해서 어떻게 보도하는지 궁금했다. 일본에서는 대통령 방중 뉴스도 없었지만, 남경대학살 기념일에 관해서 보도한 것은 생뚱맞은 것이었다. 참고로 자신들이 행한 일에 대한 반성은 1도 없다.
일본에서는 '남경 대학살'이라고 불렸던 것을 '남경 사건'이라고 축소해서 부른다. 이번 기념일에 시진핑 주석이 연설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일본에 대한 배려'라고 한 것이다. 일본과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서 특별히 배려를 했다는 것이다. 아전인수로 어디까지나, 자신들 위주로 세계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배려'를 해야 하는 것은 '침략자'이며, '가해자'인 일본이다. '침략을 당한 패해자'인 중국이 아닐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에 관해서도 관계를 거꾸로 역전된 걸로 해석한다. 일본에서만 통하는 일본식이다. 일본에서는 '남경 대학살'이 실제로는 없었는데, 중국에서 '날조'된 것이라는 게 요새 트렌드다. 중국이 있지도 않은 일로 생트집을 잡는다는 것이다. 한국과는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경에서는 같은 날 '남경 공략 80년 기념 대강연회'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웃나라를 '공략'했던 역사를 기념하다니, 일본에게 그 역사가 현재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강연회 주제는 '외무성이여 눈을 떠라, 남경 사건은 없었다'였다. 나는 라디오를 통해서 강연의 일부를 들었다. 강연하는 연사는 전 방위대신(국방장관) 이나다 도모미, 희망의 당 마쓰바라 진 의원, 자민당의 야마다 히로시 의원의 순이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방위대신을 했던 사람이 이런 연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마다 히로시 의원의 연설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은 '남경 대학살'은 물론 '위안부 문제'도 없었다. 중국이나 한국이 제멋대로 '날조'해서 떠들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있었던 것이 언제냐? 만약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옛날에 말을 했을 텐데, 조용히 있다가 요즘에 들어서 없는 일을 '날조'해서 일본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다. '반일'이라고 한다. 참고로 야마다 씨의 강연 제목은 '일본은 올바른 정보를 세계에 발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새 일본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중국에게 '남경 대학살'이 어떤 일인가? 정말로 일본이 중국을 조금이라도 '배려'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그냥 제스처인 것 같다. 솔직히 일본도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서 힘든 일이 많다. 중국 관광객은 계속 오지만 일본 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에서 야기한 일로 인해서 관계가 틀어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쪽에서는 그동안 중국을 비난하고 조롱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신들 잘못은 없다는 태도다. 이번 '남경 대학살' 기념일에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로 본다.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 관광객이 와서 돈을 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심정적으로는 중국인이 오지 말았으면 한다.
아베 정권은 중국과 한국에 대해 갈등이 있지만, 한국과 중국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또 눈뜨고 볼 수가 없다. 참 이상한 심보다. 한국이나 중국이 미우면서도 둘이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싫은 것이다. 일본은 한국도 싫어하고 중국도 싫어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한결같이 일본을 사랑해주길 바라는 것 같다. 모럴 해러스먼트적인 관계성이다. 한국이나 중국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그럴수록 일본에서는 심술을 부리고 괴롭히면서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조르는 것처럼 보인다. 모럴 해러스먼트다. DV도 같다. 자신이 절대적 우위에 있는 관계성인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뜻을 받아주는 것이 당연하며 거스르고 반항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 관계성은 상대방이 받아줘야 성립한다.
나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이 어른스러운 성숙한 지도자여서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아베 정권이 어리광을 부리고 떼를 써서 '이지메'를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홍준표 씨가 아베 총리와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홍준표 씨의 그런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다. 아주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베 총리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베 총리에게 홍준표 씨는 조금 반가웠을 것이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과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같이 싫어해 줄 사람이 왔으니까.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에 찬동하는 사람이 왔으니까. 그러나, 이번 홍준표 씨가 아베 총리와 만나서 대통령을 비난하고 조롱한 것이 득이 될까? 대통령을 조롱한 것은 홍준표 씨만이 아니라, 한국 기자들도 난리를 피웠다. 이해가 안 된다. 홍준표 씨는 한국의 보수라면서 한국의 현 정권과 대립하고 있는 아베 정권 편에 섰다. 오히려, 자신들의 지난 정권에서 쌓은 문제를 해결하러 다니는 대통령만이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그런 사람이 '보수'라니,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 생각해 보니, 홍준표 씨와 아베 총리가 참 많이 닮은 것 같다. 자민당과 자한당도 닮은 점이 많다. 홍준표 씨가 잘 모르는 것은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인 것 같다. 일본은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지 않는다. 한국은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서 '혁명'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홍준표 씨는 일본이 부럽겠지만, 일본이나 한국을 우습게 보지 말기 바란다. 아직은 한국의 정치인이니까.
이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솔직히 한국이 아쉬워서 간 것이 아닌가? '사드 문제'라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에도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겸허한 자세로 임하면서 실리를 추구한 것은 중국에 아주 좋고 필요한 접근 방식이다. 중국 사람들 그런 거 다 알아보고도 남는다. 겸허하게 자신을 낮춰서 임하는 성숙한 지도자에게 누가 함부로 대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내가 아는 한 중국 사람들도 아주 겸손하다. 상대방을 깔보고 우습게 본다는 것은 자신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는 반증이다. '사드 문제'로 닫힌 중국 사람들 마음의 문도 열어야 했던 이번 방중 과제는 어려운 일이었다. 대통령의 중국에서의 태도에서 단지 외교적인 수사가 아닌 진정성이 통해서 중국 사람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깊게 남겼을 것으로 본다.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위상적으로도 한국에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런 어렵고 힘든 과제를 잘하셨다. 마지막으로 중경을 방문해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까지, 개인적으로는 이번 방중의 백미였고 하이라이트였다.
사진은 겨울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과를 기리는 의미에서 빛나는 가을날을 찍은 사진으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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