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3 엥겔계수 논란
오늘 동경은 맑게 개인 날이었다. 어제 내린 눈은 거진 어제 다 녹았다. 응달이 진 곳에 조금 남은 것도 있었지만 거진 다 녹아서 참 다행이다. 오늘도 아침을 먹고 빨래를 할까 망설이다가 채점 자료를 짊어지고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농가 마당을 들여다봤더니 쇼고인 무우라는 둥근 무우와 시모니타 파라는 달콤한 파가 나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사려고 그냥 갔다. 도서관에서 일을 일찍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야채 무인판매에 들렀더니 야콘이 많이 있어서 들수 있을 만큼 샀다. 보라색 무도 큰 걸로 하나에 낑깡도 한봉지 사서 짐이 엄청 무거워졌다. 마트에도 갈 예정이었는데 가다가 돌아왔다. 짐이 많아서 마트에 가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다. 가는 길을 돌아오기도 할 줄 알게 된 자신이 기특한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생각한 것은 무작정 해서 몸이 고생이 많았다. 마트에는 다시 가도 된다. 오늘 먹을 것이 없는 게 아니다. 오늘은 야콘을 많이 먹고 저녁으로 닭고기와 감자를 두 종류 넣어서 스튜처럼 만들었다. 조미료를 아주 적게 넣어서 맛이 달달하다.
오늘도 채점 지옥을 헤매면서 두 과목 채점을 마치고 입력을 했다. 내일은 도서관이 쉬는 날이라, 청소와 빨래를 하면서 집에서 쉴 것이다. 채점은 마지막 150명 수강생이 있었던 과목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큼지막한 덩어리가 남은 것이다. 채점이 끝나면 내년도 시라바스를 입력하고 필요하다는 서류를 작성하고 보내면 학기말 작업이 끝난다. 빨리 일이 끝나서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서 도쿄신문 사설을 읽었더니 일본의 근래 엥겔계수가 높아졌다고 한다. 2016년 총지출 내역 중 엥겔계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적으로는 25.8%란다. 연령층으로 보면 30~59세 세대는 엥겔계수 비율이 25%, 60대가 29%, 70대 이상은 31%나 된다고 한다. 국회에서 엥겔계수가 상승했다는 걸 근거로 국민생활이 힘들어졌다고 아베 총리에게 추궁을 했다. 총리의 답변은 소비생활의 다양화로 인한 것이지, 생활이 힘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식으로 답변을 했단다.
엥겔계수는 소비에 차지하는 비중이 낮으면 생활수준이 높은 것이고, 높으면 생활수준이 낮은 것으로 친다. 물론, 개별적으로는 다른데는 돈을 안써도 좋고 비싼 걸 먹는 사람이 있고, 먹는 것에는 돈을 쓰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먹는 것은 줄이려고 해도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 엥겔계수로 생활수준을 짐작하는데 유용하다.
신문의 사설을 읽고서 내가 느낀 것은 일본 매스컴에서 일본 경제가 잘 굴러가고 '버블'이라는 기사가 나와도 체감하는 경기는 나빴다. 학생들이 먹는 것도 부실하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서도 생활이 점점 힘들어져 가는 걸 피부로 느끼던 것이 여기서 증명이 되나 싶었다.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가 잘 되고 있다고, 경기가 좋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다지 느끼질 못했다. 임금도 올라갔다는데, 생활이 힘든 것은 내탓이요 하는 풍조였다. 분명히 뭔가 잘 되는 것이 아닌데, 많은 것들이 감춰져서 국민들이 힘든 것을 명확히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면 그렇지 일본내에서는 어떻게 감출 수 있어도 국제적인 통계를 보면 드러나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엥겔계수의 가파른 상승은 내가 체감하는 일본의 경기를 말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정말로 화가 난다. 젊은 세대는 그렇다치고 나이 먹은 사람들 생활, 지출에서 엥겔계수가 30% 가깝다는 것이다. 60대나 70대가 얼마나 식사를 호화스럽게 많이 먹겠나? 결론은 수입이 적은데 식료품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보기에 일본사람들은 생활이 아주 검소하고 먹는데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이 훨씬 잘 먹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은 요리도 많이 하지 않아서 아주 간단하게 식사한다. 노인들은 나이를 먹어서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식료품 가격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먹을 걱정을 하게 만드는 정치는 무엇인가? 정말로 기가 막히다.
엥겔계수가 부쩍 는 것은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2014년의 24%부터라고 한다. 2014년에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이 되었고 법인세가 내렸다. 엔이 싸지면서 수입 물가가 올라갔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가격이 조금씩 아주 많이 올라갔다. 어느 학자의 해설에 의하면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상승했다고 한다. 그래서 실질적인 임금은 하락한 셈이 된다고 한다. 식료품을 포함한 생필품 물가가 어느 정도 상승을 했냐면 아베 정권이 들어서기 전, '아베노믹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2년에 비해 2016년에 8.1%나 상승했다고 한다. OMG! 세상에, 여기서 답이 나왔다. 나는 마트에 다니면서 분명히 느끼는 것이 있는데 매스컴에서는 경기가 좋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이 힘들면서도 내탓이려니 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속이고 사기쳤다. 그것도 먹는 것에 연연하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2014년 소비세 이후 생활이 부쩍 힘들어 졌다고 경기도 나쁘다고 한다. 그런데 2019년에 소비세를 다시 올려서 10%가 된다. 소비세는 거의 모든 것에 붙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 세금을 거두기에는 이렇게 좋은 방법이 없다. 그런데, 세금 체납이 가장 많은 것도 소비세라고 한다. 소비자는 세금을 내지만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황당한 말이 된다.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이 싸진 것은 기업에 좋을지 몰라도 국민생활에는 물가가 올라가서 힘들어진다. 거기에 소비세 인상으로 더블펀치가 된 것이다. 식료품 가격이 비싸서 엥겔계수가 가파르게 올라간 것으로 나왔다. 생각해 보시라, 총지출의 26%나 엥겔계수가 차지하는 생활을....... 소비패턴의 다양화라고 한다.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는 '미식'을 즐기느라고 돈을 많이 쓸 수도 있겠지. 나이가 든 연령층의 엥겔계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일본 노인들은 '미식'을 즐겨서 식비를 많이 쓸까? 천만에 말씀이다. 생활이 힘든 것이다.
선진국 중에 엥겔계수가 높은 나라가 이탈리아, 프랑스라고 한다. 두 나라가 '미식'으로 유명해서 국민들이 '미식'을 추구해서 엥겔계수가 높다는 해석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도 '미식'을 추구해서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비싼 '명품'을 만든다지만 그 '명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아주 적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브랜드의 비싼 '명품'이 잘 팔리는 곳은 일본이나, 한국, 중국 등이다.
일본도 국민들이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미식'을 추구하는 소비를 해서 엥겔계수가 높아졌다는 해석이 있다. 지극히 일부 사람들에게만 적용이 되는 말이다. 앞으로 이런 해석을 속임수로 많이 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미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아니다.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미식'을 추구해서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미식'을 추구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일본 마트에 가서 보면 야채가 너무 비싸다. 요새는 겨울이라, 비싸다고 해도 너무 비싸서 고기가 싸게 느껴질 정도이다. 생선도 동일본지진 이후에 사람들이 방사능 오염을 염려해서 소비가 많이 준 탓에 이전보다 가격이 싸졌다. '미식' 이전에 건강한 체력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먹을 식료품이 훨씬 더 중요하다.
'미식' 추구 이전에 사람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걱정없이 먹을 수 있는 정치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식료품이 비싸서 못 사먹는 것을 '미식'을 추구하는 소비라고 속이지 말기 바란다. 엥겔계수가 높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화가 난다. 화가 나다가 슬프다. 노인들이 얼마나 먹고 쓴다고 식비를 걱정해야 하는 노후라니....... 정말로 정치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정치라고 본다. 우선, 먹을 것을 안심하고 배불리 먹게 해줘야 한다.
오늘 올리는 사진은 수요일에 다카하타후도에서 찍은 것이다. 평소와는 달리 명절이라고 꼬까옷을 입고 치장하고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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