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2 설날 식사
오늘 동경은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였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 따뜻한 이불속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일어나서 커튼과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첫 번째로 하는 일은 침대를 정리하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나서 물을 끓이고 고구마를 쪄서 아침을 먹었다. 요새 고구마를 먹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는 친구에게 초대 받아서 식사를 갔다. 전날밤에 새해맞이 산책을 같이 가서 아침에 일어난 것이 느지막했다. 새해 첫날 아침에 한 일은 스트레칭을 하고 목욕을 했다. 자기전에 목욕한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해서 피로를 풀기 위한 것이고 아침에 하는 목욕은 몸을 씻기 위한 것이다. 머리도 감고 목욕을 해서 정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친구네 집에서 식사를 약속한 시간이 한시라서 아침을 먹기가 애매하다. 아침으로 사과를 하나 먹고 커피를 마셨다. 그래도 새해 첫날이라, 옷을 챙겨서 입었다. 터키블루 원피스에 남색 바탕에 흰 구슬로 화려하게 수가 놓인 카디건을 입었다. 그래도 새해니까…...
친구네 갔더니, 크리스마스 장식이 그냥 남아있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양초가 나와있었다. 친구는 촛불 매니어다. 특히, 향초를 좋아한다. 촛불에 관해 분석과 해설을 할 정도다. 내가 외국에 가서 사다 준 각종 촛대와 향초도 많이 쓰고 있다. 나도 항상 향초를 몇 개씩 가지고 있어서 가끔 냄새를 맡는다. 집에서 냄새가 나면 향을 피우지만 향초를 피우는 일은 별로 없다. 촛불을 키고 촛불이 타오르는 걸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힐링을 얻는 일도 없다. 친구는 촛불이 타는 걸 바라보면 힐링이 된단다.
친구는 먹거리와 요리에 관심이 지대하다.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식기를 쓴다. 친구가 좋아하는 옻칠을 한 식기에 차도구가 담긴 오동나무 상자에서 꺼내는 특별한 다기를 쓴다. 새로 산 말차도 개봉했다. 일본식 떡국인 오조니를 먹고 식사와 후식에 차를 마셨다. 친구는 차종류도 좋아해서 많은 차를 구비하고 있다.
나도 집에 아주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다. 일본집에서는 절기에 맞춰서 장식을 한다. 나름 크리스마스도 신정은 절기 중에도 중요한 절기라서 집 안팎으로 장식을 많이 한다. 연말에 대청소를 마치고 명절 장식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명절장식이 적은 것 같다. 보통은 아파트여도 문 앞에 장식을 거는데, 올해 본 것은 딱 하나다. 가게에도 장식이 드물어졌다. 점점 절기를 즐기는 마음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진 모양이다. 이런 부분에서도 경제동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슬프다.
식사를 마치고 친구와 둘이 주변 산책을 나섰다. 친구와 화제가 크리스마스나 명절을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을지 대화를 했다. 크리스마스나 명절이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가족적인 행사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급변해서 크리스마스나 명절을 지낼 필요가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친구가 없으면 크리스마스나 명절도 전혀 상관이 없이 지낼 것이다. 명절이라고 아는 사람네 집에 가려고 생각해 봤더니 민폐일 것 같아서 포기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에서 연하장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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