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3 바겐 헌터의 하루
오늘 동경은 맑은 날씨로 최고기온이 10도였다.
그다지 추운 날은 아니었는데, 최저기온이 -2도여서 추웠다. 어젯밤 자기 전에 비가 와서, 비가 눈이 될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눈이 쌓였다. 앗싸, 오늘은 눈이 왔으니 외벽공사를 안하겠다.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겠구나, 신난다. 아침부터 이불속에서 혼자서 신이나 있었다. 오늘은 한껏 커튼을 걷고 햇빛을 집안으로 초대하리라… 그런데, 내 머리 위에서 사람들 말소리가 들린다. 아니 윗층 사람들이 아침부터 베란다에 나와서 떠드는 걸까, 뭐지? 우선, 커튼들을 다 걷었다. 햇빛이여 어서 들어와라, 커튼을 걷었단다. 또 사람들 말소리가 들리고 다른 소리도 들린다. 확인이 필요하다. 내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너무 가까이 오는 건 전혀 반갑지가 않다. 창밖에 사람들이 움직인다. 아이고, 눈이 온 오늘도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침실만 다시 커튼을 쳤다. 다른 쪽은 커튼을 걷어서 집안이 좀 보여도 햇빛이 들어오게 했다. 환기를 위해서 창문도 조금 열었다.
아침 일과인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식량조달을 위해 일찌감치 하산을 해야지. 그동안 커튼을 열어두면 햇빛이 많이 들어와서 집안이 따뜻해질거야. 마트에 갔더니, 신선하고 먹을 만한게 별로없다. 미국에서 왔다는 오렌지와 필리핀에서 왔다는 파인애플을 비롯해 요거트, 계란 등을 샀다.
다음에 항상 내가 가는 가게에 갔다. 운이 좋게 뜨개질을 하던 사람이 집안을 정리했는지 남은 실과 뜨개바늘 등을 착한 가격으로 내놨다. 실과 뜨개바늘세트를 아주 싸게 샀다. 실이 한봉지당 100엔 세 봉지 반, 전부 샀다. 저 하늘색이 사진보다 훨씬 예쁘다. 품질도 아주 좋은 실들이었다. 바늘세트가 정가로 사면 만엔 정도 하는 걸 200엔에 샀다. 새거다.
그리고, 내가 산다면, 고급 이탈리안 실크 천을 싸게 가져가란다. 이분이 아주 좋은 것들을 저렴하게 내놔서 거의 내가 샀다. 그래서, 미리 말을 해뒀다. 저 천 가격이 내리면 내가 사겠다고. 그랬더니, 내가 사고 싶은 가격에 가져가란다. 지금까지 샀던 가격이 있는 터라, 한종류에 500엔씩 주고 샀다. 이분이 내놓는 것은 아주 좋은데 약간 화려하다. 보통 일본에서 선호하는 무난하게 어울리는 두리뭉실한게 아니다. 오늘 산 것은 아주 쌈빡하다. 내가 누군가, 패셔니스타라는 데, 오히려 나에게는 멋있는 것들이다.
거기에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가방이 두 개에, 라쿠텐 가방이 하나, 다 새 것이다. 라쿠텐과 요미우리가방이 각 100엔이다. 오렌지색 로고가 들어간 요미우리 가방이 50엔이었다. 물론, 새거다. 고마바 아버지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팬이다. 아버지에게 갖다 드리던지, 아니면 그냥 내가 써도 되겠다. 오늘은 좀 많이 샀지만, 완전 건지는 날이었다. 가끔 이렇게 건지는 날이 있다.
마지막으로 들린 마트에서 야채를 좀 샀다. 그리고 오랜만에 장에 갔다고 물건을 왕창사서 들고왔다. 그런데, 집이 가까워오니 뭔가 달라졌다. 외벽공사 하는게 밖에서 안보이게 그물을 둘렀다. 아니 이게 뭐야, 집안에 햇빛이 전혀 안들잖아… 완전 망했다. 창살 만이었을 때도 갇히는 기분이어서 이상했는데, 이 건 완전히 그물로 ‘포확’된 상태가 된다. 오, 노, 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맑은 날씨였는 데도 불구하고 집안에 볕이 안들었다. 즉, 춥다는 것이다. 그늘지게 있다는 것은 바깥보다도 더 춥다는 것이다. 바깥에서는 몸을 움직이지만, 집안에서는 몸을 움직일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 춥다.
밑에 사진, 창살만 있는 상태와 밑에 발판과 그물이 쳐진 상태, 전체적으로 잔그물이 쳐있는데 사진으로는 잘 안보인다. 육안으로는 아주 답답하다. 물론, 공기는 통하지만, 햇볕이 안들어온다.
나름대로 대응책이 필요하다. 마트에서 사 온 시금치를 한단 몽땅 씻어서 데쳤다. 찬물에 헹궈서 식초와 간장을 쳐서 먹었다. 거기에 슈퍼에서 산 맛없는 빵과 빵집에서 군 맛있는 빵을 먹었다. 시금치를 한단 정도 먹으면 뽀빠이가 될 줄 알았다. 먹고 나서 뽀빠이가 되는지 기다렸다.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시금치를 많이 먹는다고 뽀빠이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우선, 성별이 다르다. 그렇지, 시금치를 한단 먹었다고 갑자기 근육이 생기겠냐고… 내가 어렸을 때는 뽀빠이 정도로 충분히 히어로였는데, 아마 요새 아이들은 뽀빠이를 모르겠지. 뽀빠이가 히어로라고 해도 이해를 못하겠지.
집안에 앉아있으니 밖은 밝은 데, 집안이 어두침침하다. 시금치를 씻을 때 전기를 켰다. 화가 났다. 보통 일본 집이 어둡다. 그래서 거의 낮에도 항상 전기를 켜고 생활한다. 나는 그게 싫어서 자연광이 듬뿍 들어오는 시야가 탁트인 곳을 택했는 데, 뭐야 대낮부터 전기를 켜야하고… 그래도 방에는 못켠다. 밖에서 훤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5시가 되니, 공사하는 사람들이 퇴근했다. 그런데, 너무 춥다. 내복을 입고 청바지를 입은 위에다 얇은 셔츠를 두 장 입고 그 위에 다운패딩 베스트를 입었다. 목에는 얇은 스카프를 했는 데, 턱과 머리가 춥다. 모자를 꺼내서 썼다. 모자는 아주 추운 날 밖에서만 쓰는 건데, 처음으로 집안에서 쓴다. 스카프도 두꺼운 걸로 바꿨다. 요새 내가 입는 옷은 청바지에 맞춰서 거의 청색이다. 모자도, 셔츠도, 점퍼도 다 청색이다. 옷을 너무 껴입어서 아주 둔해진다. 코끼리가 된 느낌이다. 나 자신도 내가 변신하는 걸 못따라가겠다. 코가 길어지진 않았지만, 코끼리 정도로 몸이 둔중해졌다. 청색코끼리가 한마리 탄생했다.
어제 학교 도서관이 추웠던 건, 아무리 생각해도 도서관 직원이 난방을 안켰던 것 같다. 컴퓨터도 내가 가서 켰으니까. 아니면, 학생들 감기 걸리게 그렇게 추울 수가 없는 법이다. 요즘 사람들 일을 하는 모양이 이렇다. 못살아. 어제 내가 물어볼 것 그랬다.
추워서 뭔가 먹어야겠다. 저녁으로 부추를 한단 썰어서 부침개를 부쳤다. 그리고, 따뜻한 차를 계속 마신다. 저녁에 환기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더니, 창밖 공기가 오히려 집안보다 따뜻하다. 햇볕이 들어왔더라면 오늘은 그다지 추운 날이 아니었다. 언제쯤 외벽공사가 끝날까, 하루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이상해질 것 같다. 창밖에 철장이 쳐지고 그물이 쳐진 걸로 인해, 철장 안에서 사는 동물과 그물에 걸린 것들에 대해 아주 조금 이해가 간다. 그들은 아주 우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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