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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겐헌터

마리메꼬를 샀다

2018/03/31 마리메꼬를 샀다

 

오늘 동경은 맑지만 기온이 낮고 쌀쌀하게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어제 시립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미쓰코시, 지금은 폐점해서 이상 미쓰코시는 아니지만 그냥 미쓰코시라고 부른다. 사실 폐점을 했지만 그다지 변함없이 쇼핑몰처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쓰코시 백화점이 아니어서 아무래도 힘이 약간 빠졌다. 부근에서는 백화점과 비슷하다. 지하를 리뉴얼 오픈했다고 해서 한번 들르고 싶었다. 왠지 어제 들리고 싶었다. 유니클로에 들러서 봄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고 싶었다. 열 발자국을 왼쪽으로 틀기 싫어서 그냥 내려왔다.

 

옷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이 바뀌면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선한 기분이 되는 새로 산 옷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작년에 사서 가격표도 떼지 않고 있는 바지도 몇 장이나 있다. 저녁에 집에서 인터넷으로 유니클로를 검색해서 새로운 것이 있나 봤다. 어마나, 세상에 마리메꼬와 콜라보를 해서 어제부터 판다네. 어쩐지 유니클로에 가고 싶더라니. 나는 유니클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소모품으로 옷을 살 때 가성비가 좋다는 의미로 가끔 이용한다. 내가 사는 옷도 유니클로와 다른 디자이너가 콜라보를 한 것은 사는 편이다. 유니클로 옷이 맞지 않아서다. 문제는 유니클로에서 그런 옷은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리메꼬를 파는 매장을 봤더니 다마센터도 있다. 다른 매장이면 하루에 다 팔릴 수도 있지만 다마센터는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마리메꼬를 좋아한다. 오랜만에 옷을 살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밤을 보냈다. 마음 설레는 대상이 있다는 것 고마운 일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를 하느라고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아침을 먹고 유니클로에 갔다. 유니클로에 갔더니 다른 곳에는 사람이 전혀 없는데 마리메꼬가 있는 곳에만 사람들이 있어서 재빠르게 골라서 시착을 하고 있었다. 그 시간에 시착하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같이 간 사람이 다른 사이즈를 찾아서 가져가는 팀플레이도 하더라, 다마센터에서 이렇게 조용하게 치열한 경쟁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찾는 사이즈가 없어서 마네킹이 입고 있는 사이즈를 점원에게 물으려고 했더니 눈 앞에서 다른 사람이 마네킹 옷을 벗겨간다. 내가 졌다, 아는 사람들이 생각은 비슷하고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작전까지 짜서 팀플레이를 하는구나. 내가 누군가세계를 돌아다니며 갈고 닦은 바겐헌터의 실력을 보여야 하는데, 여기서는 맥을 못춘다. 바겐헌터의 세계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내가 들어갈 옷은 다 가지고 시착하러 갔다. 엄청난 양의 옷을 가져갔다. 점원이 한 번에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5개라고 하지만, 시착할 옷을 확인하고 굳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가격대가 좀 있던 딱딱한 천은 옷이 맞지 않았다. 사이즈가 아니라, 옷이 체형에 맞지 않았다. 민소매는 입었더니 오랜만에 자신의 팔뚝을 봐서 그런지 깜짝 놀랐다. 이런 팔뚝은 사람들에게 보이면 안 될 것 같다. 그래서 민소매는 사지 않았다. 결국 내가 입을 수 있는 것은 가장 저렴한 티셔츠였다. 망설이다가 한 디자인은 결국 사지 않았다. 무늬가 있는 것을 잘 입지 않는데 입으니까 재미있어서 무늬가 있는 것도 샀다. 약간 A라인 티셔츠는 소매가 길고 목라인도 괜찮다. 사이즈를 하나 올린 것이 라인이 살아서 다 사이즈를 하나 큰 걸로 샀다

 

마지막에 원피스는 입을 수 있을까? 했는데 의외로 좋았다. 물방울 무늬는 무난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 화사한 색감은 밖에서 못 입어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되는 색상이라서 샀다. 이 것은 사이즈를 하나 줄여서 M이 좋았다. 물방울 무늬는 L이다. 화사한 색은 우중충한 장마철에, 물방울 무늬는 더운 여름에 넉넉하게 입으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바겐헌터에 분류했지만 오늘은 바겐으로 산 것이 아니라, 다 정가대로 샀다. 하지만, 사기가 어려운 상품이라, 바겐헌터가 된 기분이었다. 어제부터 팔기 시작했는데 불티나게 팔린 모양이다. 아까 검색을 했더니 벌써 두 배의 가격으로 중고품 거래에 나왔다. 되팔려고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나는 내가 입을 것만 샀다. 사고 와서 보니 좀 많이 산 느낌이다. 하지만, 사고 싶어서 가슴이 설레는 옷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일이라, 다 샀다. 마리메꼬지만 유니클로 가격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옷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입은 쪽이 훨씬 좋다. 혹시 매장에 가서 살 때에는 같은 무늬라도 옷에 따라 다르다. 옷 사이즈는 물론이지만 무늬가 어떻게 나오는지? 같은 무늬라도 옷에 따라 다르기에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맞춰보고 좋은 것으로 시착하러 가져가시라.

 

유니클로는 일본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옷을 만든다. 체형이 얇고 마른 사람이 입는 걸로 예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줌마에게 잘 맞는 옷이 드물다. 오늘 산 마리메꼬는 날씬한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아줌마처럼 체형에 볼륨이 있는, 다시 말하면 뚱뚱한 사람에게도 잘 맞는다. 사실, 마리메꼬와 콜라보를 기대한 것도 내 체형에 맞는 옷이 꼭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어떤 브랜드여도 날씬한 젊은이에게만 어울리는 옷은 그림에 떡이다. 현실적으로는 다양한 연령대와 체형이 있다. 마리메꼬가격도 저렴하니까, 봄을 맞은 기분전환 겸 살만하다.

 

 

며칠 사이에 느티나무가 꽃가루를 내뿜으면서 초고속 성장으로 새순을 냈다. 새순은 아직 노란색이다. 베란다에는 느티나무가 뿜어낸 노란색 꽃가루로 노랑색 얼룩과 날아온 벚꽃잎이 콜라보로 무늬를 만들었다. 여기도 느티나무와 벚꽃과 바람의 팀플레이다.

 

2019년 7월 수출규제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공격한 이후 한국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중에서도 유니클로는 한국의 소비자를 조롱하는 대응 밖에 하지 않았다. 나에게 유니클로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가 되었다. 세상은 넓고 물건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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