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4 일본은 데모 중
오늘 동경 날씨는 아주 더운 날이었다. 아직 3월 중순인데 더운 날이라니, 최고기온이 23도나 올라간 정말로 더운 날이었다. 어제 도서관에 갈 때 겉옷은 다운 베스트였다. 오늘 아침에는 일기예보를 보지 않았지만 집에서도 날씨가 따뜻한 것 같아서 얇은 티셔츠에 가벼운 윈드브레이커를 걸치고 나갔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땀을 흘렸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 왜 이렇게 다르지? 도서관이 난방을 껐다. 통유리로 된 맨 위층 지정석에 앉아서 세금신고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운 공기가 점점 위로 올라와 졸음이 쏟아진다. 졸음을 참고 일년 동안 쓴 영수증을 정리했다. 다음은 내일 하기로 했다. 영수증을 정리하는 것은 아주 단조롭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라 은근히 피곤하다.
어제와 오늘 도서관을 다니는 주변을 보며 느낀 것은 봄이 공격적으로 오랑캐처럼 왔다는 것이다. 대학 캠퍼스 벚꽃나무 밑에는 달래 밭이었나 싶을 만큼 달래가 지천이다. 겨울 건조해서 목이 말랐던 세상에 며칠 전에 사흘이나 주야장천 비가 오더니 건조했던 땅이 물기를 머금었다. 건조해서 쭈글쭈글 말랐던 대지가 물기를 머금자 확 펴졌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새싹과 풀, 꽃이 동시에 솟구쳐 올라오면서 피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은 추워서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더니 며칠 사이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변한다. 변하는 것은 계절만이 아니다. 때가 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신문을 훑어봤다. 어제도 일본 전국에서 데모를 했는데 신문에 기사가 떴는지 보고 싶어서다. 오늘은 아사히신문에도 데모하는 사진과 기사가 실렸다. 도쿄신문에도 실렸다. 다른 신문에는 데모하는 기사나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 지금 문제가 된 데모하는 사안에 대해 지면을 할애한 비율도 어제와 같았다. 전체적으로 어제보다 훨씬 줄었지만 아사히가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번 일은 실질적으로 아베 정권대 아사히신문이기도 하다. 아사히신문이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묻혔을 것이다.
집에 있을 때는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기사를 본다. 기사도 그렇지만 댓글을 보면 어제부터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이 날을 세우고 있다. 내가 느끼던 것이 댓글로 쏟아지는 걸 보면서 나만 느끼던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는 아베정권에 대해 제대로 비판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기사를 쓰는 기자나 댓글을 쓰는 일반인도 마찬가지였다.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가 넷우익이라 불리는 우익이라지만 실제로는 일베들이 몰려와서 공격한다. 그런 공격이 뻔히 보이는데 기자가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고 이익도 없는데 안 쓰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 되었다.
예를 들어 평창올림픽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인 것은 외국 매체가 쓴 것을 빌려다 쓰거나, 아니면 외국에 사는 외국인 저명한 대학 연구소에 있는 전문가가 쓴 것을 실었다. 왜냐하면 넷우익의 공격이 두렵다는 이유로 저널리스트의 태만이 감춰지니까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를 썼다가 어떤 몰매를 맞을지 모를 정도라, 한국이 하는 일을 평가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위험했다. 이게 일본의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나마 평가하는 기사는 한 손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을 정도다. 전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한국에서 자한당이 평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말로 자한당과 아베 정권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다.
북한에 대해 보도하는 것과 한국에 대한 것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서 특사가 북한을 방문해서 성과를 가져온 다음부터다. 남북정상회담 발표에서는 미동도 하지 않고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남북한 정상을 싸잡아 비난하는 뉘앙스였다. 아베 정권으로서야,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말이다. 북한에 대해 태도가 바뀐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다.
우선 기사에 쓰는 사진부터 확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지도자 사진이 같은 레벨로 한 국가의 원수로서 경의를 표하는 걸로 바뀌었다. 사실 그동안 일본 매스컴에서는 북한 지도자를 개돼지 취급했다. 설사 속내가 그렇다 해도 개인이 아닌 기사에 책임을 요하는 주요 매체에서 버젓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쭉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 사진이 확 바뀐 것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 보면 비핵화보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리라. 미국에 대해 실례가 되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그다음에는 남북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 정세가 급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그동안 해왔던 짓이 있어서 왕따를 당하는 제팬 패싱이 두려웠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거짓말로 하도 세뇌를 시켜놔서 국민들이 아베 총리가 아니면 대북정책을 못하는 줄 알고 있다. 사실 아베 정권에서 잘한다고 하는 안보나 외교가 전혀 엉터리로 안보는 전쟁을 향하고, 외교는 주변 국가와 관계를 파멸시켜서 점점 고립하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만 좋으면 되는 거다. 정말로 주변 국가가 대인배라서 다행이다. 2020년 동경올림픽은 일본에서 마치 예수님이 재림하는 날처럼 모든 것이 올림픽을 향했다. 마치 올림픽이 이 세상 마지막 축제라도 되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시켰다.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도 살아야 하는데......어쩌라고.
지금 일본의 데모는 시민들이 그동안 참고 참다가 터져 나온 것이다. 아베 정권에서는 적당히 무마하고 싶겠지만 무마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해온 거짓말이 너무 많다.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앞으로 밝혀야 할 것도 많다. 아무리 아베 정권을 열렬히 지지하는 극우가 힘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이상하게 망가진 국가가 정상적인 국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진영이냐가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참 다행이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춥지 않게 목소리를 내라고 하늘이 돕는 것인가? 새싹이 나고 꽃이 피는 봄이다. 일본 열도에서도 봄을 맞고 싶다고 시민들이 전국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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