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1 춘설이 1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눈이 오고 있다. 제비님 블로그에 등장한 '춘설이'다. 동경에 30여년이나 살아도 이 계절에는 여행을 가서 동경에 잘 없다. 그래서 자신있게 말 할 수 없지만, 이 시기에 눈이 온다는 건 드문 일인 것 같다.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오늘은 춘분이라고 휴일이라, 도서관이 문을 닫는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정상적인 생활에 돌아가야 해서 일어났다. 집안이 겨울 느낌이다.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보니 눈이 오는 것 같다. 설마, 내 머리가 어떻게 됐거나, 눈이 잘 안보이는 것이겠지. 눈이 올리가 없어!
분명히 눈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 되겠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눈이 펑펑 온다. 아침에 요가를 해서 체온을 올리고 따뜻한 아침을 먹었다. 눈이 계속 와도 요즘 날씨가 따뜻해서 지면이 따뜻했던 관계로 금방 녹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온도 영도로 내려가고 눈도 계속 오니까, 땅 위나 주차한 차 지붕에는 눈이 쌓이고 있다. 살다 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을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는 장면에 맞닥뜨린다. 멀어져 가던 겨울이 마지막으로 몸부림을 치나? 잊지말라고?
지난 1월 하순 '대설경보'가 내렸을 때 찍은 사진을 올린다. 지난번에 찍어서 다 올리지 못했던 사진들이 남아 있다. 오늘 오는 눈도 '대설경보' 못지 않다. 단지 전에는 한겨울이었고 지금은 따뜻한 봄으로 치닫던 중이라, 주변에 온기가 남아 있다는 차이다. 그래서 지난번처럼 눈이 많이 쌓이지는 않을 것이다. 내일도 최고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올라간다니까, 오늘 온 '춘설이'는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겠지? 내일이 되면 오늘 왔던 '춘설이'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길 바란다. 요즘 날씨가 봄을 향해서 성급하게 달린다고 느꼈다. 벌써 반팔을 입고 설치더니 아무래도 이상했다. 4월이 되기 전에 벚꽃이 피는 것이 아닐까, 오늘 아침 베란다에 나가서 벚꽃나무를 봤더니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창밖의 느티나무도 겨울의 갈색에서 미세한 싹을 보이며 꽃가루를 날리고 있다. 날씨가 계절과 심하게 밀당을 하고 있다. 그 밀당에 휘둘리고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춘설이'를 얕보면 안 될 것 같다.
사진은 오늘 온 '춘설이'가 아니라, 1월 하순 '대설경보' 때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