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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눈과 벚꽃

2015/04/08 눈과 벚꽃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 밖을 봤더니 눈이 온다. 아니, 지금이 언제야? 눈이 올리가 없어, 내가 드디어 미쳤나 헛것이 막 보여. 오늘은 개강에 첫 교시 수업이라, 학교에 가기 싫어 헛것이 보이는 줄 알았다. 아침에 못 일어날 줄 알고 알람을 7시에 맞췄는 데, 끄고 다시 자서 일어나고 보니 8시여서 황당했다. 개강날부터 지각하려고 이러나 싶었다. 학교 갈 준비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라, 뭘 먼저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창밖에는 눈이 오고 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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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에 눈이라니… 내가 경험한 4월에 눈은 오래전 영국 런던이었다. 그 게 88년인가, 봄에 3개월간 혼자서 유럽을 배낭여행하고 서울에 들러서 동경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4 10일쯤이었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야 하는 데, 하필이면 언더그라운드, 지하철이 스트라이크여서 버스를 타야 했다. 눈은 무척 많이 와서 쌓였고 버스도 늦는다. 나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무사히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날 인상적이었던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영국 사람이 눈이 펑펑 와서 바바리코트 어깨 위에 눈이 높게 쌓여 있는 데도 불구하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었다. 참을성이 많다는 일본사람도 어깨에 눈이 쌓이는 걸 그냥 있지는 않는다. 나는 옆에서 오두방정을 떨면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내가 느낀 것은 참을성 많은 영국 사람이 무섭다는 것이었다. 결국 오래 기다려서 늦게 온 버스를 타고 어떻게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탔다. 나에게 4월에 오는 눈은 런던에서 경험한 것과 오늘이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서 개강이라, 눈이 온다는 말부터 시작되었다. 아시아사회론 과목 내용을 안내하는 것으로 수업을 끝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이 휠체어를 쓰고 다니는 모양이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이 질문을 하려고 두 명이나 기다린다. 한국에 다녀왔다는 학생과 장애가 있는 학생이 질문을 한다. 서울에 갔었다는 학생은 엑스오 팬이란다. 장애가 있는 학생은 리액션페퍼를 손으로 쓸 수가 없는 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수업을 끝내고 교실도 변경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 카드를 연장하고 새 책이 있을 거라서 갔더니 새 책은 없었다. 학기초라서 대학 내도 부산한 모양이다. 세 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일찌감치 도서관을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벚꽃이 떨어진, 벚꽃이 남아있는 길을 골라서 걸었다. 올해는 벚꽃을 그다지 즐기지 못하고 넘어갈 것 같다. 눈은 거의 비가 되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달걀집에 들러서 달걀을 사고, 꽃도 얻어서 돌아왔다. 집에 꽃을 꽂으니 삭막했던 집에도 봄바람이 부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도서관 4층에서 찍은 사진이다. 도서관에서 보는 조망이 아주 괜찮다. 도서관을 즐겨찾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교정에는 벚꽃이 아직 남아있는 데, 눈이 내리고 있다. 4월에 내리는 눈과 벚꽃, 보기드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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