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NHK에 의하면 동경도 코로나 19 신규 감염자가 36명으로 4일 연속 50명 이하라고 한다. 감염자 누계는 4,846명이고 사망자 누계가 180명으로 사망률 3.72%가 된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감염자는 114명이며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감염자 누계가 16,489명, 사망자 누계는 637명으로 사망률 3.86%가 된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감염자는 18명으로 해외유입이 1명, 나머지는 이태원 클럽 관계 확진자로 서울 12명에 경기도가 4명이다. 감염자 누계가 10,840명, 사망자 누계는 256명으로 사망률 2.36%가 된다.
오늘 일본에서는 위안부 할머니가 수요집회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뉴스가 사람들이 많이 읽은 뉴스 탑이었다가 지금은 2위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윤미향 당선자가 비례대표가 되었을 때부터 콕 집어서 후보로 내세운 자체가 '반일적'이라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나는 더불어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일본 언론에서는 거듭 같은 지적을 하고 있었다. 총선을 하기 전부터 비례대표를 보면 앞으로 문재인 정권이 더 '반일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한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나는 그런 지적이 아주 우습게 보였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한국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지 일본을 위해 뽑는 것이 아니다. 아직, 국회의원이 당선되기도 전에 자신들이 거슬리는 후보를 저격하고 있었다. 그런 흐름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지금까지 했던 일을 다 뒤집는 것 같은 발언에 수요집회까지 개최하지 말라니, 그야말로 일본 극우 정부가 대단히 기뻐할 만하다. 아니, 일본에서 아주 기뻐하고 있다. 어제 일본군 성노예가 없었다는 발언을 하던 유명한 정치 평론가가 코로나 19 감염으로 사망했다. 같은 시기에 맞춘 듯한 위안부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 원래 위안부 그 자체가 없었는데, 일본에게 돈 뜯어내려고 거짓말로 만들었던 것이 들통이 났다는 식이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극우들이 그렇게 선전해왔다. 위안부 할머니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위안부 할머니가 말하는 대로 라면 운동하는 조직이 그 오랜 세월 동안 내부고발이 있어도 몇 번이나 있었을 것이다.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그만뒀을 리가 없다. 어떤 꼬투리가 잡혀서 라도 일찍이 풍비박산이 났을 것이다. 일본 극우가 위안부 할머니를 저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해온 세월이 얼마인데, 동참하는 시민들은 흔들리지 않고 나갈 것이다. 일본 극우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간질 할 대단히 좋은 소재를 잡은 걸로 보인다.
서울에서 이태원 클럽에 갔다가 집단감염된 신규 확진자가 대폭 는 것에 대한 뉴스가 많았다. 어제 NHK의 기사를 보면서 일본에서 기뻐하는 것 같은 뉘앙스가 느껴졌다. 오늘 다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확실히 그렇다는 걸 알았다. 댓글들이 "그러면 그렇지, 당연하다"는 식이다. 한국이 그렇게 '자화자찬'을 하더니 꼴좋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자화자찬'을 한 적이 없다. 외신들이 평가해서 세계적인 평가를 얻게 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코로나 19가 종식되지 않고 막판에 가서 다시 감염이 확산되는 걸 기뻐하고 있다. 어제 기사에서 느껴졌던 뉘앙스를 일본 사람들 댓글을 통해서 확인하고, 역시 그렇구나. 나는 한국에서 코로나 19 감염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설마 일본 사람들이 기뻐할까? 나 자신을 의심했는데, 그게 아니다. 기뻐서 다시 한국을 욕하고 난리가 났다. 보통 생각하면 한국이 코로나 19를 잡으면 일본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먼저 끝내야 일본도 끝낼 수 있다고 봤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일본이 코로나 19를 언제 잡을지 몰라도 한국에서 다시 감염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 '고소하다'는 평이다. 역시, 일본에서는 '혐한'이 없으면 안 되는구나. 한국의 불행한 뉴스를 보면 자신들의 문제를 잊을 수 있기 때문인가?
이건 일본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에 이기고 있다는 소식으로 '축제'를 했다. 지금도 그런 추억을 되새기면서 기념한다. 예를 들어 중국 남경을 함락한 날에 기념식을 하고 정치가가 참가한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예가 있을까? 이전의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고 영광스러운 일로 기념하고 기리는 일을 하고 있을까? 신경란 씨가 쓴 [풍운의 도시, 난징]에 보면 일본에 의해 중국이 침략을 당해 당시 중화민국의 수도 남경이 함락된다. 그전에 남경에서 마지막 일본인 소개 작전이 실행됐다. "8월 13일. 일본군의 상해 총공격으로 형세가 험해졌지만, 일본인 민간인과 외교관은 무사히 소개되었다. 그날 오후 일본 나가사키에서 날아온 폭격기가 남경에 폭탄을 무차별 투하했다. 중국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제공한 특별 열차 편으로 중국 헌병대의 안전한 호위 하에 상해 조계지를 향하던 일본인들은 그 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243페이지) 남경에서 살았다면 자신들과 마주쳤던 중국인이 폭탄에 맞아 죽고 자신들이 살았던 지역이 파괴된다. 자신들이 살았던 지역이나 주위에 있던 중국인에 대한 같은 인간으로서 연민의 정 같은 게 있었을까? 지금 한국의 상황에 대해 똑 같이 기쁨을 느끼는 심정과 남경 함락을 위해 폭격을 가하는 것에 대해 기뻐하는 것과 겹친다.
책을 펼쳤으니 조금 더 인용하자. 남경에는 태평양전쟁 전투지역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소 중 가장 규모가 큰 동운 위안소가 있었다고 한다. 2003년에 북한에 살던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가 가서 밝혀지지 않았던 옛날 위안소 장소를 특정하고 증언을 했다고 한다. 저자는 거기에 동석한 모양이다. 할머니는 17살에 "1939년 높은 임금의 간호사 자리가 있다고 떠들던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 평양역에서 화물열차에 올랐고, 일본 헌병 감시하에 몇 날 며칠을 달려 양자강 변에 도착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끌려온 곳이 남경인 줄도 몰랐고, 위안소에 당도하고서야 속은 것을 알았다고 한다. 죽도록 맞고 성폭행을 당한 뒤에 주저않은 것이 7년. 하루에 몇십 명을 상대하며 난폭한 일본군의 칼에 찔리기도 다반사였다". 전쟁에 패한 일본군은 모든 위안부를 사살했으나 그 할머니는 기적같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때 만삭의 상태로 미군에 찍힌 사진이 이후 널리 유포되어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고 한다. (261페이지)
또 하나, 731부대는 남경에도 있었다고 한다. 남경 731부대에 3년 근무했던 인물이 83세 말기암으로 임종을 앞두고 중국에 유학 중이던 조카에게 가슴에 담아 뒀던 사실을 털어 놓았고 그 조카가 연구해서 그 부대의 존재와 정체를 세상에 알렸다. 남경 731부대에서 최고 등급의 기밀 임무를 맡았던 군의관 출신들은 당시 교토 제국대학과 도쿄 제국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다. 그들은 전쟁이 끝난 뒤 일본 의학계의 권위자 또는 고위 의료 공무원으로서 빛나는 삶을 살았다. 개중에는 중일 수교 후 남경 731부대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 반성은 커녕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중국 의학계의 초청을 받아 낙후한 중국 면역학계와 교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겠지.
나중에 "일본의 민간 의사단체 오사카보험 의사협회는 1995년 8월에 [민간 의사단체가 패전 50주년을 맞이하여 민간 의사단체에서 침략 전쟁을 반성하면서 반전과 평화에 관해 결의한 내용]을 발표한다.
침략 전쟁에 군의관으로 적극 협조한 일본 의사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731부대 등 전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논문을 쓰기도 했으며 의료계와 의학계 고위직에 올라 일본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우리는 아시아 및 세계 각국에 초래한 상처에 대해 정식으로 사죄하고 배상할 것을 요청한다. 일본 민간 의사단체인 본회에서는 일본의 2차 대전 참전 군의관들의 비인도적 죄행에 관해 침통한 심정으로 사죄한다."
지금의 일본에 90년대에 발표했던 결의 내용과 같은 양심을 지닌 사람은 1%도 안 되는 극소수일 것이다. 왜 길게 인용했냐면 전시 상황에 벌어졌던 일이 지금 눈 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전쟁'에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서 그럴 수가 있다고 치자. 전쟁이 끝나고 그 전쟁은 '침략 전쟁'으로 일본이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지금도 같은 멘탈리티를 유지하고 계승하려고 한다. 이웃나라들과 '전쟁'을 하려는, 아니 '전쟁'이 아닌 코로나 19라는 공통의 적과 싸우고 있는 마당에도 이웃나라에서 피해가 커지는 것에 대해 작은 연민도 없고 잘됐다는 걸 본다. 자신들이 아파도 한국과 중국에서 아픈 것이 기쁨이 되는 모양이다. 중국이 코로나 19로 힘들어할 때, '혐중'이 강해졌던 것처럼, 한국이 힘들면 좋다고 '혐한'이 강해진다. 잘되면 잘되었다고 질투하며 '혐한'이다. 이웃나라를 '혐오'하면서 실상은 자신들이 무너져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남경대학살'은 없었던 일을 '날조'한 것이라고 한다. '날조'는 일본의 전매특허로 아베 정권에서만 봐도 얼마나 '날조'하고 있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일본보다 더 한 것은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다. 논조를 보면 이태원 클럽에 갔던 사람들이 확진자가 느는 것이 아주 기쁜 모양으로 그것 봐라, 잘 되었다는 걸로 보인다. 위안부 할머니 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극우의 앞잡이가 아니라면, 같은 사회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 왔는지, 희생된 사람들이 있는데, 헌신하는 의료진을 조금이라도 떠올리면 그렇게 보도할 수 있나 싶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인가? '토착 왜구'라는 말이 헛말이 아닌 모양이다. 총선이 끝나고 잠시 조용했던 그들이 다시 연대해서 움직이는 모양이다. 흔든다고 흔들릴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은 어쩌다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힘들게 노력해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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