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3 망고 결핍증
오늘 동경 날씨는 기온이 낮았지만 맑은 날씨였다.
어제는 아주 추운 날씨였다. 5월임에도 불구하고 3월처럼 추운 날씨였다. 북해도에선 눈이 왔다던가… 날씨가 반전이 심해서 인간들이 적응을 못한다. 감기에 걸린 학생들이 많다. 불쌍하게 마스크를 하고 콜록거리면서 수업을 듣는다. 학생들이 젊은 데도 불구하고 체력이 약한 것 같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손빨래를 했다. 그리고 수채통을 깨끗이 청소했다. 가끔 하수구에 연결되는 수채통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하면 산뜻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는 연례행사인 연휴에 열리는 지역축제를 하는 곳에 갔다. 플리마켓이라고 자기네가 쓰던 물건들을 가져다가 파는 것이다. 뭔가를 건지려면 일찍 가는 데 좋다. 그러나, 나는 특히 뭔가를 기대하기보다 구경삼아 갔다. 갔더니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근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조금씩 가까이 가서 쓸 만한 뭔가가 있는지 보기 시작했다. 일상시에 쓸 만한 것들이 조금 있다. 그런데 옷들이 사이즈가 너무 작다. 자기가 입던 걸 가져와서 팔기에 파는 사람을 보면 대충 사이즈를 알 수 있다. 나는 보통 사이즈보다 좀 넉넉해야 한다. 더군다나 아직 내 몸이 인간계를 이탈 중이라, 더욱 그렇다. 오늘 내가 건진 것은 호주제 로션과 핸드크림, 빨강색 면 니트 폴로셔츠, 오렌지색 긴 타월, 기모노로 만든 작은 가방, 요들송을 부를 때 입는 것 같은 하얀 블라우스, 산책할 때 입을 노랑 바지, 닻 무늬가 있는 감색 폴로셔츠 등이다. 산책할 때 입을 점퍼, 스포츠웨어가 좋은 게 있었는 데, 왠지 당기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집에 입지 않은 게 두 장이나 있다. 바겐헌터인 내 눈으로 봤을 때, 오늘은 건질 만한 물건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사람이 많거나 값이 조금 비싸도 매력적인 것이 있었다면 바겐헌터는 힘과 용기를 냈을 것이다. 바겐헌터의 실력을 발휘할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산 옷은 손빨래를 해서 널었다.
이왕 나간 길이라, 백화점 지하매장에 들러서 구미 과자를 두 봉지 샀다. 슈퍼마켓에 들렀더니, 여기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이기가 힘들다. 뭔가 사는 걸 포기했다. 두 번째 슈퍼마켓에 들렀다. 여기도 평소보다 훨씬 사람이 많다. 그래도 돌아다닐 만하다. 오늘은 망고가 많이 나왔고 싸다. 그래서 망고를 좀 샀다.
어제도 망고를 일곱 개나 샀다. 그래서 어제도 먹고, 오늘 아침에도 먹었다. 어쩐지 망고 결핍인 것 같아서 망고가 당겼다. 가끔은 망고를 충분히 공급해 줄 필요가 있다. 나는 망고를 좋아한다. 시드니에 살 때, 망고를 좋아해서 망고가 가격이 내려가는 망고 일기예보까지 연구해냈다. 물론, 내 망고 일기예보는 정확히 맞는다. 망고가 싼 일기예보에 따라 쇼핑을 갈 때는 망고 상자를 운반할 수 있게, 카트를 가져간다. 가장 큰 사이즈 망고를 상자로 사서 카트에 매달아 집에 가져온다. 그리고 망고상자를 침실에 넣고 망고 냄새를 맡으며 행복하게 잔다. 매일 망고가 익어가는 것을 보며 망고가 썩기 전에 먹어 치운다. 집에서는 망고를 다 먹어 치울 때까지 망고 냄새가 난다. 쓰레기통에서도 망고껍질이 썩어가는 냄새가 나고 내 몸에서도 망고 냄새가 난다. 내가 2년 동안 호주에 안갔다. 즉, 그동안 망고를 충분히 못 먹었다는 것이다. 내 몸에 망고를 보충해야 될 시간이 꽤 지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망고가 당겼나 보다. 오늘 산 망고는 23개다. 그 이상은 운반을 할 수가 없다. 내가 평소에 먹는 애플 망고가 아니라, 필리핀에서 나는 펠리컨 망고다. 펠리칸 망고 치고는 사이즈가 크다. 애플 망고와 펠리컨 망고는 크기와 맛이 다르다. 오늘만 해도 망고를 몇 개 먹었는지 모르겠다. 어제와 오늘 망고를 15개나 먹었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남아 있는 게 15개다. 망고를 30개쯤 먹으면, 망고 결핍증이 조금 완화될까? 어쨌든 내 몸에서 망고 냄새가 난다. 오랜만에 망고가 된 기분이다.
사진은 며칠 전에 산책길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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