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3 다카오산 1
오늘 동경은 화창하게 맑고 좋은 날씨였지만, 낮에는 햇볕이 너무 강했다. 오늘은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지역축제에 가서 바겐헌터의 실력을 발휘하고 왔다. 사실 별로 살 것이 없었다. 놀러 간 거니까... 거기에 갔다가 햇볕이 너무 강해서 녹을 것 같았다… 이 글을 쓰면서 보니까, 햇볕에 많이 탔다. 내일은 긴소매를 입어야지...
어제는 10시에 학생과 다카오산구치역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둘이 도착했다. 그리고 둘이서 난도가 높은 코스를 택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에 내리고 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단풍이 가장 예쁠 시기와 거진 맞먹을 수준이다. 다른 곳에 가려다가 학생과 같이 가는 것이라서 잘 아는 곳을 택한 것이 실패의 요인이다. 거기에 시간대가 가장 붐빌 시간이다. 왜냐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상에 올라가서 점심을 먹고 싶어서 점심시간에 맞춰서 올라가는 것이다.
학생과 둘이 경사진 길을 올라갔다. 말도 못 하고 묵묵히 걸어서 올라간다. 도중에 가끔 쉬며 한숨을 돌리기도 했지만, 열심히 올라간다. 열심히 올라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올라가게 된다. 올라가다가 바깥이 보이는 경치도 잠깐 보지만 거기가 어딘지는 모른다. 그냥 보느라고 본 것이다. 사진도 한 장 찍고 다시 올라간다. 마지막 정상 부근에 도착해서 아주 많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지 않는 길이 있을 텐데, 그냥 무식하게 계단을 올라가서 힘들었다. 정상에 올라가서 보니 정말로 단풍이 가장 예쁠 시기와 맞먹는 사람들이 있다. 바글바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급격히 피곤해진다. 정상에서 얼른 후지산이 보이는 쪽 사진을 찍고 사람이 적고 앉아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다행히도 거기에는 자리가 있고 주위에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아서 괜찮았다. 둘이 내가 준비해 간 주먹밥과 과일에 과자, 보온병에 싸서 간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학생은 도시락으로 편의점에서 냉면을 사 왔는 데, 내가 가져간 음식을 먹어서 냉면은 못 먹고 가져갔다. 둘이서 수다를 떠는 데, 옆에서는 자리를 깔고 자는 사람도 있고 버너를 가져가서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서는 대체로 산에서 요란하게 음식을 해서 먹거나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버너로 요리를 해도 아주 간단한 것뿐이다. 나는 버너에 소시지를 구워 먹는 걸 보고 놀랬다. 지금까지는 산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둘이 앉아서 천천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데, 아저씨가 앞에 앉아서 맥주캔을 따서 마시고 우리의 관심을 끌려고 별짓을 다한다. 나는 낌새를 알고 있지만 시치미를 떼고 일절 무시하면서 말을 걸지 못하도록 철벽으로 방어선을 친다. 솔직히 산에 가서까지 이상한 아저씨에게 휘둘려서 기분이 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어딘가를 다니면 혼자서 심심한 아저씨들이 주위를 살피면서 누군가에게 말을 부치려고 한다. 나는 그런 아저씨들을 극히 경계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아저씨들이 무섭다. 그래서 철벽방어로 원천봉쇄를 하고 싶은 것이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충분히 쉬고 내려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내려오는 길을 확인했더니, 2시까지 기다리면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방통행이었던 코스가 열린다고… 일찌감치 내려가서 길이 열리길 기다렸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와 생각이 같은지 기다리고 있었다. 내려오는 코스는 물가를 따라서 걷는 길이었다. 물이 적어서 발이 젖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올라갈 때 물가를 택해서 발도 젖고 옷이 젖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전날에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난 것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천천히 걸었다.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주위도 살피고 사진도 찍으면서 걸었다. 천천히 걸으려고 하지 않으면 열심히 걸어서 주위를 즐길 여유도 없이 내려오고 만다.
산 밑에 내려오니 햇볕이 뜨거웠다는 걸 알았다. 산밑에 가는 폭포가 내리는 곳 앞에 의자가 있어서 거기서 한참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가까이 있는 초록색 단풍나무가 아주 예뻤다. 산에 신록도 여러 색이 어우러져서 녹색계통 파스텔화로 보였다. 결국, 집에 돌아온 것은 저녁 5시가 넘었다. 아침 9시에 집을 나섰으니 하루 종일 논 것이다. 다카오산은 오전이나, 오후만으로도 충분한 데, 천천히 시간을 보낸 것이다. 다행히 학생도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고 고마워했다. 나도 연휴 같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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