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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겐헌터

벼룩시장 첫날

2018/05/03 벼룩시장 첫날

 

오늘 동경은 아침에 비가 왔다. 어젯밤부터 비가 와서 아침까지 왔다. 오늘은 가까운 곳에서 어린이 축제가 3일간 열리는 첫날이다. 내가 좋아하는 벼룩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가서 건질 것을 건지고 올 생각이었다. 아침을 먹고 재빨리 준비해서 나갔다. 11시에 네팔아이가 놀러 온다고 했으니 그전에 벼룩시장 탐험을 마치는 것이 좋다. 9시가 넘어서 갔더니 벼룩시장이 열릴 낌새가 보이질 않는다. 비가 와서 벼룩시장이 열리지 않나 보다.

 

일부러 나갔으니 다른 것이라도 보면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공원을 한바퀴 돌고 위에서 보며 내려오기로 했다. 맨 위에서 핸드메이드 주머니를 하나 샀다. 천이 예뻐서다. 다른 가방도 사고 싶었지만 내가 쓰질 않는다. 시간이 있어서 천천히 보면서 내려왔다. 예년에 비해 가게가 적고 사람도 적었다. 아무래도 비가 와서 그런 모양이다. 지역 할머니들이 모여서 바느질을 하는 가게에 갔더니 작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거기에서 살 것이 없었다.

 

적십자사에서 하는 가게에서 면쉐터와 구두와 손수건을 샀다. 다 신제품이다. 여기도 가격이 예년에 비해 비싸다. 세상 경기가 나쁜데 왜 이런 가격 책정을 했는지 묻고 싶지만, 기부하는 셈으로 샀다.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들이 많아서 가게가 붐볐다. 물건도 잘 볼 수가 없다. 답답하다.

 

지나갈 때 꼭 사 먹는 도넛도 네팔 아이와 만나서 두 개씩 사서 먹었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야채를 보러 갔지만 살 것이 없었다. 마트에서도 살 것이 없었다. 맨 위에서 고구마를 네 봉지 사서 가방에 넣고 토마토도 큰 걸로 세 개 사서 짐이 무거웠다. 마트 밖에서 작은 토마토와 오이, 만다린을 샀다. 짐이 더 무거워졌다. 네팔 아이가 들어줬다. 오늘 내가 건진 것은 시립도서관에서 재활용하는 책을 내놓고 골라서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나는 7권을 골랐다. 네팔 아이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그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자기가 고르는 거야. 나는 내 책 고르기에 혈안이 되어서 다른 사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짐은 더욱 더 무거워졌다.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으로 중화풍 냉면을 해서 먹었다. 큰 토마토와 오이도 곁들였다. 생각보다 배가 부르다. 디저트로 과일을 종류별로 다섯 종류를 반 씩 먹었다. 커피도 마셨다. 네팔 아이가 처음으로 바나나 한 봉지와 만다린 한 봉지를 사 왔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고 칭찬을 했다. 그런데 비싸게 샀다. 내가 사는 가격 두 배나 주고 샀다. 돈이 아깝네.

 

오늘 말을 들어보니 전보다 월급이 거의 두 배로 늘었는데, 저금하는 돈이 없다고 해서 잔소리를 했다. 아침에 만났더니 깨끗이 씻지 않은 것 같아 잔소리했다. 아침에 샤워하고 다니라고, 여자들이 냄새 난다고 싫어해. 여자들이 싫어하는 일은 하면 안 되는 건 기본적인 상식이야. 여자들이 좋아할 일은 못해도 싫어할 일은 하면 안 돼. 저녁에 씻고 잤어요. 저녁에 씻는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고 아침에 씻는 것은 사회생활을 위한 에티켓이라고 군말 없이 실시하도록 명령이다. 너 아직 20대인데 아저씨 냄새가 나잖아. 청결이 항상 중요해. 옷도 깔끔하게 보이도록 입어. 얼굴이 검은데 오늘 입은 옷차림을 봐, 뒷골목 깡패 같잖아, 여자들이 무서워서 도망가게 생겼네.

 

저녁에 산책을 다녀와서 고구마를 찌는 동안 샤워를 했다. 냄새가 없어졌다. 샤워를 하기 전에는 온 집안에 아저씨 냄새로 충만했는데, 한결 나아졌다. 샤워를 해놓고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 , 이상하다. 내가 입던 자켓을 줬다. 아침에 무더운 날씨에 가죽점퍼를 입고 와서 기겁하게 만들어서 점퍼를 벗고 내가 준 자켓을 입고 오사카로 야행 버스를 타고 간단다. 동경에서 가죽점퍼는 겨울에만 입는 거야. 습도가 높은 날씨에 입으면 땀을 흘려서 냄새가 나요. 옷도 일기예보를 보고 날씨에 맞게 입어. 버스 타고 가면서 먹을 과자와 과일도 챙겨서 줬다. 가죽점퍼는 벗어서 우리 집에 맡겨 놓고 갔다.

 

고구마를 세 개 쪄서 반으로 나눴다. 크고 비싼 토마토가 예상외로 맛이 없었다. 싸고 작은 토마토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작은 토마토를 하나씩 잘라서 저녁으로 먹기로 했다. 네팔 아이가 먹기 전에 한마디 한다. 고구마가 너무 많다, 토마토를 이렇게 먹은 적이 없다고. 한국에서는 여행을 다닐 때 배고프면 안 된다고 길을 떠날 때는 많이 먹어야 해. 이 토마토가 맛있을 것 같아서 잘랐으니까, 못 먹으면 남겨. 마치 고구마와 토마토를 안 먹을 것처럼 하더니 웬걸 허겁지겁 먹는다. 너무 성급히 뜨거운 고구마를 먹으며 얼음물로 식혀가며 먹는다. 한마디로 웃긴다. 흡입한다는 표현이 실감이 났다. 토마토도 먹더니 맛있다고 난리다. 고구마도 맛있는 고구마네요. 기가 막혀서, 너 이상한 아이다. 나는 놀러 왔다고 기왕이면 맛있게 먹이고 싶어서 하는데 먹어 보지도 않고 군소리를 하더니, 허겁지겁 먹네. 그러는 거 아냐, 정말 싫어하는 것이 아니면 차린 것은 먹어 보고 싫으면 남겨도 되는 거야. 먹기도 전에 차린 사람 성의도 생각하지 않고 군소리를 하면 짜증 나잖아. 두 번 다시 잘해줄 마음이 사라져. 너 결혼해서 마누라에게 이런 식으로 하지 마. 이혼당해. 지금까지 살면서 너 같은 사람 본 적이 없어. 속으로 내 남편이었으면 상을 엎어 버려. 엇따 대고 군소리야, 생각했다.

 

네팔 아이를 보내 놓고 방에서 길에서 만나면 피하고 싶은 아저씨 냄새가 나서 봤더니 벗어놓고 간 가죽점퍼에서 나는 냄새다. 냄새가 나지 말라고 가죽점퍼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묶었다.

 

네팔아이를 역까지 바래다주고 오는 도중에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 우리 집에 일본어 공부하러 손님이 올 것 같다. 집중 단기 속성으로 일본어 초급을 가르칠 예정이다.

 

오늘 산 것은 사진을 찍으면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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