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NHK에 의하면 동경도의 신규 확진자는 13명으로 확진자 누계가 5,396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311명으로 사망률 5.76%이다. 일본 전국에서 신규 확진자는 38명으로 요코하마항 크루즈선을 포함한 확진자 누계가 17,914명이 되었다. 사망자 누계는 어제와 같은 929명으로 사망률 5.18%이다. 같은 날,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38명으로 그중 5명은 해외유입이고 33명은 지역감염이다. 확진자 누계는 11,814명, 사망자 누계가 273명으로 사망률 2.31%이다. 한국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이 꽤 많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날이 드물다. 우선 동경도에서 사망자가 없으면 아, 다행이다. 일본 전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아도, 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 오늘이 그런 날이다. 한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가슴이 아프다.
오늘 친구와 만나서 주변을 좀 돌아다녀서 동경이 비상사태를 해제해서 음식점이 문을 열었지만 주변이 어떤 상황인지 볼 기회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더니 전화가 울렸다. 나에게는 전화가 오는 일을 극히 드물다. 대학에서 급한 용무나 강아지 산책을 같이 하는 친한 이웃이 아니면 전화 올 일이 없다. 보통은 거진 다 메일로 주고받으니까. 전화를 받았더니 대학교수 친구가 가까운 본교에 이사회가 있어서 온다면서 회의가 끝나면 오후에 얼굴을 보자고 한다. 늦은 점심을 같이 하던지, 차를 마시자고 한다.
오후에 시간을 내기 위해서 오전 중에 서둘러서 눈이 빠지고 손목이 아프도록 수업에 필요한 배부자료를 입력했다. 친구가 12시 반쯤에 전화를 한다고 했는데, 전화가 없다. 아침부터 회의를 했는데 점심 시간에 쉬지도 않고 연속으로 회의를 해서 2시까지 했다. 아침 9시 넘어서 회의를 시작했는데, 휴식도 없이 점심도 먹지 않고 장장 회의를 몇 시간을 했나? 무엇보다도 이사회 구성원이 고령자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이런 시기에 모인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동경에서는 그렇다. 친구가 2시 반이 넘어서 온 걸 보니 눈이 충혈되었다. 그것만 봐도 회의에서 사람 진을 뺐다는 걸 알겠다. 일본에서 회의가 아주 길다. 회의라는 게, 거의 극기훈련 수준의 인내력 테스트와 한계성에 도전한다고 보면 된다. 오늘 회의에서 발언을 많이 하는 이사장은 85세라고 한다. 회의도 독재적으로 진행하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고 한다. 대학 이사회가 아니라, 거의 조폭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의를 다 녹음하고 촬영을 하고 있는데, 그럴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학이 허접한 곳은 아니고 서울이라면 연고대 다음 정도에 속한다.
오늘 친구의 말을 들으니 내가 20년 전에 일본의 지방 국립대학에서 보고 겪은 것과 똑 같은 이야기를 해서 어쩌면 이렇게 똑같으냐? 그래도 지금은 21세기가 되어 20년이나 지났는데, 일본하고도 동경의 명문 사립대학 경영진들이 하는 짓이라는 게, 뭐 조폭과 비슷하니? 조폭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이전에 겪은 걸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다면서 내가 이상해진 걸로 취급했다. 친구의 경우도 대학 경영의 핵심인 이사회까지 가지 않았으면 보지 못할 걸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딜 가도 외국인도 없고 여자도 나만 있었는데, 친구는 다행히도 다른 여성이 한 명 더 있다고 한다. 성희롱 발언이 있어서 문제가 되어 있다. 나도 얼마나 지긋지긋하게 들었는지 모른다. 분명히 성희롱을 하면서 나에게 특별히 신경 써서 칭찬해 주는 거니까, 고마운 줄 알라는 식이었다. 친구도 같은 걸 느꼈다. 내가 그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출세를 했는지 몰라도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라고 했다.
친구와 같이 가는 전망이 좋은 레스토랑은 시간이 늦어서 영업시간이 끝났을 것이다. 피자를 맛있게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전화했더니 낮 영업시간이 끝났다. 그래서 가까운 호텔에 가기로 했다. 호텔에 가면 점심시간도 지났으니 한가하고 사람도 적을 것이라서 마음도 편하다. 호텔 주차장에 갔더니, 주차장이 완전히 텅텅 비었다. 뭔가 이상하다. 프런트에 갔더니, 호텔 로비도 어둡고 영업을 하는 건지, 아닌지 모를 분위기다. 레스토랑이 여러 종류가 모여 있어서 그래도 몇 군데는 열려 있겠지 했더니, 점심시간이 끝나서 문을 닫는다고 한다. 호텔 로비도 영업을 하지 않아 넓은 곳에 불을 꺼놔서 이상했다. 결국, 호텔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열린 곳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 차를 타고 좀 거리가 있지만 항상 열려있는 여러 종류의 빵을 끊임없이 가져와서 권하는 레스토랑에 갔다. 주차장이 텅 비어 있어서 친구가 먼저 내려서 봤더니, 영업시간이 끝났다고 한다. 어쩔 수가 없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돌아서 역에서 가까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여기도 주차장이 비어 있어서 불길해서 내가 먼저 내려서 2층에 갔더니, 가게가 영업 중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손님이 정말로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내가 앉은 옆을 보니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어서 손이 닿는 곳은 휴지에 물을 적셔서 닦았다. 청소상태가 심각하게 불량하다. 친구와 건강식으로 보이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고 디저트까지 먹었다. 친구와 3시간 정도 수다를 떨면서 앉아 있었는데, 소독액에서 바퀴벌레 냄새가 났다. 왜 그런지 모른다. 원래 소독액 냄새가 그런 건지? 아주 신경에 거슬린다. 건너편에 중년 커플이 와서 앉았는데, 남자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 불쾌해서 친구를 방패 삼아 내 얼굴이 보이지 않게 앉았다. 친구에게 말을 해서 든든한 방패로 삼았으면 더 좋았을 걸 했다. 친구나 나도 나이를 먹은 아줌마다. 나는 일을 하다가 급하게 나가서 마트에 갈 정도 차림에 비비크림을 바르고 수수한 색 립스틱을 칠한 것뿐 머리는 모자를 써서 살짝 눌린 상태다. 남의 시선을 끌만한 요소가 적다. 일본, 동경에서는 항상 그런 불쾌한 시선을 받지만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밖에 나갔더니 오늘도 당했다. 불쾌하기 짝이 없다. 상대방이 불쾌해하는 게 보이면 좀 삼가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변태는 내가 불쾌해하는 걸 즐기는 것 같아 더 열을 받는다. 친구가 성희롱당한 상담을 하는 날에 나도 성희롱을 당하다니, 동경에서는 아줌마도 여차하면 성희롱을 당하는 세계다. 아주, 욕을 해주고 싶지만, 실제로는 무서워서 못한다. 내가 사는 동네라서 언제 어떻게 마주칠지 몰라서 해코지가 무섭기 때문이다.
오늘 주변을 돌아 다녀 봤더니, 비상사태를 해제해서 영업을 할 수 있어서 레스토랑이 문을 열기는 열었지만 거의 손님이 없다. 영업시간을 아주 단축한 상태인 모양이다. 허긴, 비상사태를 해제했다고 하지만 코로나 19에 대한 방역을 하지도 않고 PCR 검사를 받기도 어렵고 감염했다가는 '범죄자' 취급을 받으니 사람들이 마음 놓고 밖으로 나와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가 없다. 오늘 간 곳은 다 차를 타고 가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텅텅 비었다. 나는 동경도 지사가 동경을 말아먹고 있다고 화를 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 누가 감염이 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이기에 아예, 모두가 감염된 걸로 여기기로 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지만, 모두가 나에게 옮길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사람들이 밖에 나다니기도 불편하다.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데도 긴장해야 하기에 피곤하다. 음식점은 휴업이 풀렸으니 동경도에서는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손님이 없어서 장사를 할 수가 없다. 결국, 망하라는 소리가 된다. 정말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치가의 죄가 크다. 이러면서 올림픽을 한다고? 어림없다.
친구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하기에 남편 시골에서 지내다가 회의가 있어서 왔다고 한다. 친구도 아픈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 전철을 타는 것도 엄두도 못 낸다. 회의가 끝나면 다시 시골에 가서 지내다가 오라고 했다. 주위에 보는 눈이 없고 감염자가 없다는 것만으로 밖에서 편히 숨을 쉴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냐면서 온라인으로 일을 하니까, 가능하다.
친구는 아직도 아베노마스크가 도착하지 않았고 급부금 신청서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노마스크가 오면 잘 보관한다면서 20년쯤 지나면 비싸게 팔리지 않을까 했다. 마스크 기부를 받는 곳에서도 아베노마스크는 기부를 받지 않는다고도 한다. 정말로 웃픈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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