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1 수국혁명
일요일인 오늘도 동경 날씨는 꾸물거린다. 습기가 많고 잔뜩 흐렸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추워서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이다. 실내온도가 24도로 양말을 안 신어서 발이 차가워 양말을 주워 신었다. 창밖은 습기가 많은 바람이 불고 있다. 블로그를 쓰는 동안, 드디어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작년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크고 작은 반원전 데모가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주요 매스컴에서는 그 걸 전하지 않아서, 나 자신도 외신 보도를 통해서 알 정도였다.
지지난주 토요일(16일)에도 학교 도서관에서 신문을 봤더니, 전 신문이 ‘원전 재가동’이 중요한 기사였다. 도쿄신문만, 반원전 데모 기사를 크게 실었다. 신문 중에는 ‘샤프’나 ‘히타치’ 주주총회 석상에서 주주로부터 앞으로도 ‘원전’에 관련된 기술개발이나 사업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샤프’는 어물쩡, ‘히타치”는 ‘계속 정진을 해서 좀 더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 ‘계속 정진을 해서 좀 더 발전된 기술을 개발하겠다’, 좋다. 그런데 그 게 언제 안전한 레벨까지 개발이 될 것이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간이 희생되고, 자연이 파괴되고, 비용이 걸리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걸 누가 부담을 하고, 누구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가. 그 날 신문을 읽고 나서 울화통이 터졌다. 거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원전 재가동에 대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그리고 재가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무력감을 가져다주는지에 관한 기사는 없었다.
아사히신문에 반원전 서명운동 기사가 있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오에 겐자부로 씨 등이 750만 명 서명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서명운동은 천만명을 목표로 해서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생각해 보시라, 750만 명이 직접 서명을 하고 주소를 쓴 것이다. 이 게 얼마나 엄청난 숫자이며, 그야말로 ‘민의’인 것을, 기사는 그런 것을 언급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갔다. 괘씸하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대학생은 그 기사를 읽고 그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판단할 정도 지식도 없거니와 미디어 리테라시를 할 능력이 없다. 즉, 그 정도로 써서는, 그 기사에서 전달하려는 내용이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된다. 미디어는 현재 대학생들이 읽어서 정확히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기사를 써야 한다. 물론, 요새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걸 인정한다. 그래도 미디어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많은 ‘난독증 독자’를 의식해서 써야 한다.
그리고 전날에 있었던 만 오천 명이 재가동을 반대해서 수상관저를 둘러싼 데모에 관해서는 기사가 없었다. 외신(알자질라)으로 페이스북에 들어왔다. 계속 일본 신문들이 데모 뉴스를 무시한다, 이 걸 여기서는 ‘자주적인 보도규제’라고 한다. 즉, 시민, 독자들이 알 권리를 멋대로 우롱하는 말장난이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23일) 신문에, 도쿄신문과 아사히신문에 전날 밤(6월 22일) 약 4만5천 명 시민들이 수상관저를 둘러싼 데모부터 “아지사이 가쿠메이(수국혁명)”라고 불리면서 조용히 번지고 있다. 그 이름에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것에서 따왔다는 것과, 수국을 머리에 꼽고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마침 지금 수국의 계절인 것이다. 수국 꽃 하나하나는 특별히 아름답지 않아도 모여서 피어 있는 그 꽃은 아름답다. 시민들이 힘이 모여 지길 바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데모가 지금까지 반원전 데모를 주최해 왔던 시민운동 단체에 의한 게 아닌 그야말로 시민에 의해 자발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주요 매스컴, 마이니치신문, 아시히 TV, 아사히신문에도 보도를 안 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반원전 데모(재가동)는 29일 금요일에도 있어서 주최 측 발표 20만 명(경찰 발표 2만명) 모였다. 일본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전 후 1960년 미일 안보조약 반대 이후 처음인 것이다. 결국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까지도 보도를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오면 주요 매스컴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다, 지금까지 보도를 안 해왔던 게 너무나 이상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세대들이 정년퇴직을 해서 할 일도 없고 잃을 것도 없을 테니, 반원전 운동을 해서 그야말로 젊은 세대들이 숨통을 터주길 바랬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희망사항이지만…
그런데, 샐러리맨을 비롯한 그야말로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그렇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바람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 나도 “아지사이 가쿠메이”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수국 꽃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조금 밟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는 끈질김으로 금요일 밤마다 계속 피어 가길 바란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그 소식을 듣고 안심을 하고 조금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으니까. 응원하고 있다.
아지사이 가쿠메이(수국혁명), 이름이 좋다. 계속 무리 지어 아름답게 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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