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20 제철 먹거리
오늘 동경의 날씨는 어제와 변함없이 아주 더운 날씨다. 최고기온이 35도에 최저기온이 26도다. 습도가 70%가 넘지만 바람이 약간 불어서 선선하게 느껴진다.
이번 주는 매일 폭염이라는 자연재해 속에서 지낸 힘든 일주일이었다. 거기에 학기말이 다가오니 학생들과 나도 신경이 곤두서 있다. 특히 학기 중에 결석이 많다거나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학생들이 시비를 걸어온다. 지난 화요일에도 학생들과 실랑이가 있었다. 학생이 앞으로 과제를 해오면 단위를 주느냐고 한다. 과제 한 걸 보여주고 그런 걸 물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하기도 전에 결과를 알려줄 수가 없다. 그런 실랑이가 있었던 학생이 오늘 수업에서 무섭게 도끼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속으로 저 눈은 뭘 말하고 있는 걸까? 내용을 봤더니 포기했던 곳에서 다시 분발해서 과제를 했다. 학기말 시험을 볼 내용도 준비했다. 아, 다행이다. 진작에 이랬으면 될 것을......
이번 주는 학생들에게 학기말 과제를 내고 학기말 시험 볼 준비를 시킨다. 학생들이 발표할 과제를 내가 다 손보고 고쳐서 원고를 돌려준다. 이번 학기에서는 학생들이 내가 수정한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원고를 수정하는 지금까지 똑같은 방법인데 학생들이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나 보다. 학생들 과제물을 손보느라고 매일 집중해서 일을 너무 많이 했다. 오늘은 집에 오는데 발걸음이 이상할 정도로 피곤했다. 오늘로 주말을 맞는 것이 아니라, 내일 보강이 있어서 학교에 가야 한다. 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더니 일본의 복날인지 장어를 먹는 날인 모양이다. 장어를 쌓아 놓고 큰소리로 외치고 있다. 싸게 파니까 사라고 한다. 장어가 지구에서 멸종되어 간다는데 일본에서는 무관심하다. 마지막 한마리까지 먹어 치워서 지구에서 민물장어라는 종을 없애야 하는 건가? 마음이 복잡해진다. 지구에서 장어가 멸종된다면 전통적으로 장어를 많이 먹어 온 일본은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 사실 장어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 마트에 장어를 사시사철 쌓아 놓고 싸게 팔면서 인 것 같다. 거기에 장어를 많이 먹지 않던 다른 나라에서도 장어를 많이 먹기 시작해서 장어가 줄어드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인간들이 작정하고 그렇게 먹어 대는데 아무리 양식을 해도 남아나겠나. 결국, 장어들이 지구상에서 없어 질지도 모르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마트에 들러서 주말에 먹을 맛있는 게 있을까 봤지만 매력적인 것이 없었다. 집에 와서 가방을 놓고 야채를 사러 길을 나섰다. 신선한 야채라도 많이 있어야 기분이 풀릴 것 같아서 간 것이다. 농가 마당에는 감자와 양파밖에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야채 무인판매는 문을 닫지 않았을까? 내일 보강을 가야 해서 내일도 못 가니까, 날씨가 조금 걸을 만한 지금 가야 한다. 다행히도 문이 열려 있다. 블루베리가 있다고 쓰여 있는데 다 팔렸는지 없다. 오늘 최고기온의 영향으로 따끈따끈해진 토마토와 오이, 참외를 사서 배낭에 넣고 등에 졌다. 과일과 야채가 따뜻해서 갑자기 땀이 나기 시작한다. 헌책방에도 들렀더니 구부러진 오이가 착한 가격에 있고 각종 방울토마토와 토마토가 있어서 욕심껏 샀다. 배낭이 넘쳐서 손에도 가득 들었더니 무거워서 힘들다. 그래도 이렇게 많이 살수 있다는 게 어디냐. 피곤한 데 무거운 짐을 지고 들고 집에 돌아왔다.
무겁게 산 야채와 과일을 펼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실제 양은 무지무지하게 많은데 사진으로 보니까 많게 보이지 않는다. 제철 과일이나 야채를 배터지게 먹고 죽자. 따끈따끈한 참외는 물에 담아서 식히고 다른 것은 냉장고에 넣었다. 저녁으로는 중국식 비빔냉면을 만들어서 먹었다. 그전에 입었던 옷을 빨아서 널었다. 피곤하지만 야채와 과일을 많이 사서 스트레스는 좀 날아갔다. 제철에 나오는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가진 생명력과 색감이 일상의 피로를 씻어준다. 동경에서는 쉽게 살 수 없는 참외를 샀다는 것도 행운인 것이다. 방울토마토도 많은 종류가 들어 있다. 예쁜 것들 기다려 내가 먹어 줄게.
실제로 냉장고에는 토마토와 오이, 복숭아 참외 등 제철 야채와 과일로 채워져 있다. 냉장고에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을 때, 자신이 열심히 일을 한 결과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내일 보강은 영화를 보여주고 학기말 발표할 원고를 돌려주고 마지막 점검을 한다. 학기말이 될 무렵은 학생들과 친해져서 편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타이밍과 같다. 지지고 볶던 학생들과 헤어지는 것이 학기말이기도 해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어쨌든 이번 주말에 배 터지게 먹을 과일과 야채를 확보했다. 먹고 죽자. 폭염이야 어떻든 알게 뭐야.
과일을 사면 부엌에 진열해서 쳐다보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은 여름이라 부엌에 진열한 것은 오렌지와 하귤뿐이다.. 오늘 산 것은 냉장고로 직행했다. 아래쪽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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