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30 갈등하는 채점
오늘, 어제 학기가 끝났다.
아니 내 수업이 끝났다.
내 과목은 시험을 안 보니까, 실질적으로 학기가 끝난 거다.
나는 가능하면 마지막 수업에서 채점 결과도 발표하는 편이다. 채점 결과를 발표해서 의의가 있는 학생과 그 의의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떨어진 학생에게도 왜 떨어졌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면 평상시에 과제나 짧은 리포트를 내게 한다. 평상점을 준다. 그 게 평균이 도장 20개면, 높은 점수는 도장이 30개 정도이다 (도장을 많이 받는 학생은 당연히 결석도 안 한다). 낮으면 10-15개이다. 15개정도면 단위를 못 받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일찌감치, 결석 3분의1이상, 도장15도장 15개 이하는 단위 못준다, 나를 원망하지 말아라. 그 이상이면 최대한 단위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말도 미리 해둔다.
학생들 중에는 그동안 과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가 한꺼번에 왕창해서 들고 와서 성적을 달라고 한다. 과제는 그때 그때 배운 것과 연관시켜서 학습효과를 생각하면서 내는 것이다. 맨 나중에 왕창해서 들고온다고해서 학습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일을 지키지 않는데 별의미가 없다. 기본적으로 지시대로만 하면 A를 받을수 있건만,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서 A주기도 힘들다.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어서 학생들 수업태도를 유심히 본다. 평소 수업태도가 착실했는데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점수가 약간 모자라서 떨어지는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학습태도가 불량한 학생도 체크를 해둔다. 결과적으로 학습태도가 착실한 학생은 높은 점수를 받았고, 학습태도가 불량한 학생은 순전히 점수상 단위를 못 받는다는 거다. 구제하고 싶은 학생은 스스로 자활하고있어서 구제할 필요가 없다. 학습태도가 불량한 학생은 구제할 필요가 없다.
오늘 수업은 못받고 조퇴를 해서 가는 학생이 일부러 편지를 써서 가져왔다. 내 수업에서 배운게 많았다고 고마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평균점수에 못 미쳐 단위를 못 받았다.
그런데, 점수가 정말로 약간 모자라는 학생이 있다. 학습태도 불량도 아니고, 성실도 아닌, 나름대로 아슬아슬하게 출석을 해서 요령 있게 효율적으로 단위를 받으려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은 수업에 따라서는 과목전체를 전혀 배우지도 못하고 단위만 따는 경우가 있다. 본인은 요령이 좋은지 모르지만, 내가 보면 요령이 나쁜거다. 비싼돈 내고 시간 쓰고 얼마 건지질 못하니까. 참 아깝다.
어제 끝난 과목은 인기가 있는 과목들인데, 학생수 제한이 있어서 그 과목을 들으려고 3년 기다렸다는 4학년들도 있었다. 내 수업은 인기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강도도 높다. 90분 수업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수업시간 내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3년 기다렸다는 학생들이 조금 강도가 높아지면 금방 결석을 한다. 결석을 하면 그 다음은 쫓아올수가 없다.
결석한 학생이 뭐라고 하면 미안하다, 내가 가정교사가 아니여서 개인적인 대응은 못하겠다.
친구에게 물어봐.
친구가 없어요.
친구는 여러모로 중요해, 사회성도 키워야하는거야, 친구 만들어라.
골치가 아픈 건 점수가 약간 모자라는 4학년에게는 재시험 볼 기회를 줘야 한다. 결석이 많으면 재시험도 못 보지만, 물론 재시험을 봐도 떨어질게 약속된 학생도 있다. 그래서 고민을 한다. 점수가 정말로 약간 모자라는 학생에게 점수를 줄 이유를 생각한다. 이런 학생들이 특징은 점수를 줘야 할 이유를 생각하면 그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점수를 약간 더 줘서 단위를 내준다.
다음 부터는 과제를 제때에 안내면 평가를 못한다고 못 박아 놔야겠다.
정말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대학생이 학기중 과제를 학기말에 한꺼번에 해서 내는 게 말이 되냐고???
정말로 말을 안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