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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채점이 끝났다!

2015/07/31 채점이 끝났다!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5도였다. 요새는 최고기온이 35도가 그냥 보통이 되고 말았다. 결코, 보통이 아닌데, 매일 35도가 계속된다. 그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에 놀라지도 않는다. 지난주 일주일 동안에 더위를 먹어서 구급차로 실려간 사람이 7400명이나 된단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뜬금없이 더위에 주의하라면서 보건센터 홈페이지를 보라는 안내가 나왔다.

오늘까지 채점을 마쳤다. 성적도 내서 일단락을 지웠으니 본격적으로 여름방학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학기를 마감하면, 분위기는 좋은 데 강의가 어려워서 평상점은 낮았던 과목에서 가장 좋은 리포트들이 나왔다. 요새 일본 분위기가 너무 나빠서 젊디 젊은 학생들도 살아가는 자체가 힘들어서 허덕인다. 내 강의를 들으면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해서 기가 막혔다. 그 나이에 무슨 걱정이 있어서 살아가기가 힘드냐고? 그런데, 그냥 살기만 하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러니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는 것조차 힘들게 하는 것이 된다. 그저 건강히 살아주길 바라는 식이 된다

올해는 리포트 과제를 과목과 상관없이 거의 같은 걸 냈다. 학생들이 살아갈 희망을 적극적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취지에서… 나와 주위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려면... 강의를 참고로 할 것, 국가나 정치가가 뭔가 해주길 기대하지 말고 자신이 뭘,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술하라는 것이다

좋은 레포트가 많이 나온 과목은 노동사회학이었다. 만점을 받은 리포트는 평소에 뺀질이로 뺀질뺀질 하는 학생이었다. 종강때 리포트를 제출하고 남아서 나에게 악수를 해달라고… 난 그냥 퍼포먼슨가 했다. 감상문에 “선생님 강의를 듣고 저는 많이 변했습니다. 정말로 선생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 자랑은? 아분가? 점수와 상관이 없는 데… 그런데, 리포트를 읽었더니, 인간드라마가 쓰여 있었다. 평소에 마지못해 쓰는 감상문이나, 뺀질이가 아니었다. 확신에 차 있었다. 정말로 변한 것 같다. 육상선수였다고, 중학교 때 100m에서 우승도 했었단다. 대회에 나가기 직전에 불안해서, 지난번보다 기록이 좋게 나오지 않아 울 때, 할머니가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으니까, 좋은 결과를 기다리자”라고 했단다. 결국, 결승에 남았고 최종으로 자신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우승했단다. 그래서, 신문에도 났고 자신을 돌봐준 주위에게도 공을 갚을 수 있었단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 졸업식날, 졸업식 때에 ‘동일본 대지진’이 나서 한순간에 집도 없어지고 남동생과 할머니도 돌아가셨다고. 행복했던 가족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 달정도는 현실이 아니라, 꿈이라고 받아드릴 수 없었단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실이라는 걸 알고 괴로워서 미칠 것 같았다고. 자신도 미쳐서 육상도 그만두고 매일 목적 없이 놀기만 하면서, 어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반항만 해서 힘들게 했단다. 그런 자신에게 꿈을 다시 보게 해 준 것은 할아버지다. 할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와 공장, 공장에 있던 설비도 피해를 입어서 부서졌다. 할아버지와 종업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공장을 재생했다고, 할아버지도 마누라와 손자를 한꺼번에 잃고 회사와 공장도 잃어서 힘들었을 텐데 재기해서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 자신은 대학을 졸업한 다음 일을 배워서 할아버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꿈이라고, 그 것이 힘들게 한 가족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이번을 계기로 후회 없이 살겠다고… 어린 나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엄청난 시련을 겪었구나. 엄청난 시련과 좌절이 앞으로 살아가는 힘으로 전환되길 바란다

변하고 싶었던 학생에게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가 강의나 리포트에 있었다면 다행이다

여성학에서 만점을 준 리포트는 3년 전에 ‘자살’한 사촌오빠에 관한 것이었다. 잘 ‘사는’ 것은 ‘죽음’과도 관계가 있다. 결국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살아’ 가는 것이기에… 

노동사회학은 내용이 좀 어렵지만, 작년에 여성학을 듣던 학생들이 있어서 무조건 선생을 믿고 따라가는 분위기다. 강의는 어려워도, 즐거워요. 선생님이 우리 편이라는 걸 알아요. 뭐 이런 분위기다. 그래서 리포트를 열심히 쓴 모양이다. 세상적인 점수로 따지면 낮은 편에 속하는 학생들이다. 높은 점수에 속하는 학생들 리포트에는 열심히 했다는 ‘성의’가 부족하다. 채점에 ‘감동’이 없으면, 그냥 피곤한 노동이 되고 만다. 그러니까, 사람은 끝까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좋은 자극을 받으면 잠재된 능력이 나온다. 학생들이 열심히 했다는 걸로 만족하는 눈치였다. 자신들이 만족했으면 점수도 잘 나온다. 도서관에서 리포트 읽다가 울어서, 눈물에 콧물까지… 아, 이상한 아줌마도 창피했다. 

성적을 내고, 학생들 성장하는 경향도 분석을 끝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면 알려줘야지…

사진의 꽃은 옛날 일본에서는 이 꽃이 길게 피면 그 해는 풍년이고, 짧게 피면 흉년이 든다고 점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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