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4 네팔 아이의 근황
오늘 동경은 오전부터 흐리고 비가 약간 뿌리는 날씨로 최고기온이 30도가 안된 드물게 시원한 날씨였다. 일기예보로는 날씨가 더울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밥을 얹고 청소를 했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청소를 마치는 것이 중요하니까…… 청소를 하는 중간 중간에 양배추를 삶고 가지와 피망도 된장에 볶았다. 청소를 마쳐서 걸레는 세제에 담가 놓고 아침을 먹었다. 요새는 아침과 밤 서늘한 시간대는 창문을 열어놓고 살아서 먼지가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청소를 할 때는 물걸레를 꼭 짜서 두 번씩 걸레질을 하면 집이 한결 청결해진 느낌이 든다. 대신에 목욕탕을 자주 써서 목욕탕 물기가 마를 겨를이 없을 정도다.
일주일에 한 번 밥을 해서 이틀에 걸쳐 먹는다. 보통은 토요일에 밥을 하는데, 금요일 밤에 현미를 불리는 걸 잊었다. 어젯밤에도 현미를 불리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는 현미를 안 넣고 쌀과 보리쌀에 콩을 넣고 밥을 했다. 아무래도 밥을 먹으면 좀 힘이 나는 것 같다. 요새 너무 더워서 그날 그날을 무사히 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어제는 날이 덥기 전, 오전에 가까운 야채 무인판매를 돌고 마트에 다녀왔다. 야채도 꽤 살 것이 있었고 마트에서도 옥수수를 사서 짐이 좀 무거웠다. 어제 한 일이라곤 그 것밖에 없는데, 피곤했다.
금요일이 피곤했던 것이다. 화요일이 연휴여서 금요일까지 다음 화요일에 발표할 원고를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금요일까지 완성해서 체크를 받으라고 지시를 거듭했다. 했다 이번 학기는 지금까지 했던 어느 학기보다 학생들이 지시를 듣지 않아 늦어졌다. 그래도 시험이 코 앞인데 학생들이 준비할 줄 알았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학생들이 준비를 하지 않아 거진 내가 각자의 원고를 완성시켰다. 점심 때도 겨우 도시락을 먹고, 눈에 불을 켜고 일하고, 3교시를 마치고도 필사적으로 일했다. 학생들이 준비부족으로 내가 집중해서 필사적으로 일을 하는데, 학생들은 떠든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들이 초등학생 같다. 학생들 태도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말을 듣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적응할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 화가 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 세대가 그런 모양이다. 너무 피곤해서 금요일 밤에 잠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피곤했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날 수가 없어서 늦게 일어났다. 금요일의 피로를 회복하는데, 일요일까지 걸린 것이다.
오늘 오후에 네팔 아이가 전화를 했다. 요전에도 전화가 왔는데, 받지않아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단다. 전화를 진동으로 해서 전화가 와도 잘 모른다. 워낙 전화 오는 일이 드무니까, 전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일에 관계된 것은 메일이다. 네팔 아이는 용건이 있으면 메일을 하던지, 전화를 한다. 네팔 아이와 졸업생을 보면서 요새 학생들이 졸업하면 어떻게 될지 감을 잡는다. 네팔 아이가 취직해서 금방 회사를 그만두거나 짤리고 다시 취직하기를 번갈아 한다. 보통 한 곳에 석 달 정도 일을 한다. 한동안 나와 싸워서 일년 이상 연락이 없었다. 일년이 지나서 다시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쓰는 메일을 보면 일본어가 엉망이다. 대학에 들어갈 때 수준보다 오히려 못 하다. 이 정도 일본어로 취직을 한 것이 기적이다. 학교에 다닐 때, 공부도 나름 해서 장학금도 받았고 상도 받았다는 아이가 이 모양이다. 그 일본어 수준을 알았을 때, 열 받아서 내 머리가 폭발하는 줄 알았다. 아니, 대학교에 4년이나 다녔으면서 대체 뭘하고 다녔길래 일본어 조차 못하는지 죽어도 이해가 안된다. 대학교에 갖다 바친 등록금이 얼마며, 시간이 얼마냐고, 일본어도 안된다는게 말이 되냐고……이게 요즘 일부 학생들 수준이기도 하다. 이 정도 일본어로는 강의를 못 알아 듣는다. 그러나, 본인은 일본에 산 기간이 있는지라, 알바를 하면서 살아 눈치 코치가 늘어서 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 그래서 꽤 실력이 있는 줄 알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석 달 다니고 그만 두겠다고 했을 때, 고래 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이 아이에게 말 할 때, 너무 기가 막히고 열 받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나도 나에게 이런 성격이 있는 줄 몰랐다. 일본어도 못 하는데, 월급 주고 일을 가르쳐 준다니 고마운 회사다. 내가 사장이라면 절대로 너 같은 사원을 뽑지 않는다. 대학에는 돈을 갖다 바쳤지만, 회사에서는 돈을 받는다. 이건 절대적으로 다르다. 아무리 말을 해도, 자신이 실력이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 아이는 월급이 적다는 둥, 다른 회사가 조건이 더 좋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지금 파견으로 IBM에서 일을 한다. 그래서 내가 꼬드겼다. 지금처럼 Google이나 애플이 없었을 때, IBM은 수재들이 들어가는 회사였어, 다 들어가고 싶은 회사였는데, 파견으로 일을 해도 그런 회사 분위기도 알고 배울 것이 많을 것이다. 일본 아이들도 회사에 들어가서 적응을 못 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면서 사회에 적응한다. 그러니, 너도 힘든 일이 있겠지만, 사회에 적응하면서 일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설득한다.
요새는 전화 와서 하는 말이 자신이 너무 부족해서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오늘은 일본어도 너무 못 한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선생님이 그동안 자신에게 얼마나 가르쳤는지도 알겠단다. 내가 왜 그렇게 미친듯이 화를 냈는지 조금은 알겠다고, 복장 뒤집는 말을 한다. 아니야, 알려면 아직, 멀었어. 사회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하는 말을 알 거야. 지금까지 나름 사람을 키웠지만, 너처럼 말을 안 듣는 사람은 처음 봤다. 너는 내가 키우지 못한 실패한 케이스야. 정말로 자신이 변화해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런 사람을 키울 거야, 너처럼 말을 안 듣는 사람에게 화를 낼 필요가 없어. 그러니까, 야단맞으면서 나에게 연락하지 마. 아니에요, 제가 선생님과 연락을 안 하고 지냈던 기간, 너무 힘들었어요. 저에게 야단을 해주시는 것도 고마운 거예요. 선생님이 있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다행이에요. 저는 지금부터 성장합니다. 선생님, 저를 버리지 마세요. 말을 참 잘한다. 믿음이 안가서 탈이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사람이 일본어를 읽고 쓸 수는 있어야지, 아무리 말을 하면 뭐하니? 일하는데 읽고 쓰는 것은 기본이야. 일본어 서류도 못 읽는 사람을 어떻게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하겠니? 네팔 아이는 그동안 죽어라고 말을 안 듣다가, 대학을 졸업해서 회사에서 짤리기를 거듭하고 지금에서야,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고…… 여기서 기대했다가, 나는 다시 열 받으면 안 되니까, 그냥 하는 말로 듣는다. 그래도 몇 달 사이에 말하는 일본어도 좀 늘었다. 소리지른 보람이 있다는 것인가? 나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인생을 택하겠다.
요새 찍은 사진이 없어서 지지난 주에 친구와 저녁을 먹은 메뉴의 일부 사진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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