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0 야스쿠니 신사 2013-2
오늘도 동경은 최고기온이 34도로 뜨거운 하루였다. 요새 일기예보를 보면, 기계로 찍은 것처럼 일주일 내내 똑같다. 날씨라는 게 들쭉날쭉하는 게 아니었나? 내일 새벽에 천둥번개에 비가 온다니까, 기대를 해야지. 가끔은 비라도 와서 좀 식혀주었으면 한다. 너무 뜨거운 날이 계속되니 견디다 못해 넌덜머리가 난다. 이번 주는 도서관도 문을 닫아서 도망갈 곳이 없다. 그냥 집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지낸다. 더우면 책도 읽을 수 없다…
야스쿠니 신사에 갔던 이야기를 계속하자. 친구와 같이 다른 신사나 절에 가서 하는 것과 같이 손을 씻고 입을 헹구고 참배를 하는 곳에 갔다. 사실 참배하러 간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예의는 지켜야지. 지난번에 실었던 사진은 배전이라고 누구나 갈 수 있다. 다른 신사나 마찬가지로 돈을 던져서 손뼉을 쳐서 짧은 묵도를 하는 걸로 참배를 한다. 나는 참배가 아니라, 돈도 안넣고, 다른 사람들이 참배하는 걸 본다. 돈을 던지거나, 꽃을 넣는 안쪽에 경찰이 서있다. 이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신사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만약에 대비하는 것 같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람들이 서서 기다리는 왼쪽에 거대한 팬에서 시원한 증기 같은 물이 뿌려진다. 이른 시간이어도 햇살은 뜨겁다. 사람들이 많아서 꼼짝을 못 하고 기다려야 하니, 햇살이 뜨거운 데에 사람들 체온으로 데워져서 뜨겁다. 그러나 사람들은 뜨겁다는 표현을 안 한다. 뜨거움을 넘어서는 일종의 경건함이랄까, 뜨겁다는 표현을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맨 앞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들이 돈을 던지고 참배를 하는 데, 나는 그 걸 보고 있으니 안쪽에 있는 경찰과 눈이 맞는다.
친구와 화장실에 가려고 유슈관이라는 곳에 갔다. 상설전시장인데, 안쪽에서는 특별전시도 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전시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화장실을 쓰러 간 거라, 그냥 들어갔다. 정말로 전시를 볼 마음은 없었으니까. 화장실은 크고 넓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사람들이 주변에 앉을 수 있는 곳에 앉아있다. 그러면 그렇지, 저 뙤약볕 아랫사람들이 피곤하지… 우리도 앉을 만한 곳을 찾아서 조금 걷기 시작했다. 친구가 그 주변에 있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한다. 친구는 중국에 억류되었던 전쟁포로에 관한 연구를 한다. 나도 옆에서 말을 들으니, 만주국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로 전쟁이 끝난 게 3살 때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전쟁 때 돌아가셨다고, 전쟁이 끝나서 일본에 돌아와 친척이 있는 미야자키현 시골에 가니 너무 가난했고 먹을 게 없었단다. 그래서 친구가 시골은 도시보다 식량사정이 좋았잖느냐고 했더니, 만주에 있을 때 보다 못했다고, 어렸기 때문에 다른 건 잘 모르겠고, 항상 배가 고파서 먹을 걸 찾아다닌 기억이 강하단다. 친구는 할아버지와 계속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방해가 안되게 주위를 보고 사진을 찍었다. 벽에는 아주 유명한 만화가들의 그림이 걸려있다. 그중 일부 사진을 올린다. 아마,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사람들 이리라.
첫 번째 사진은 위쪽이 사자에상으로 유명한 하세가와 마치코의 그림이다. 만화가는 죽었지만 지금도 TV에서 계속 연재하고 있는 일본의 국민적인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쇼와시대의 노스탤지어를 느끼게 하는 인기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서민적인 생활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동경 세타가야에 사는 중류층의 생활을 보여준다. 쉽게 말하자면 아주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상인 것이다. 이 그림은 현재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는 초기의 작품으로 보인다.
그 아래는 한국이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톰을 그린 데즈카 오사무의 그림이다. 친구와 말을 하던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데즈카 오사무의 아톰이 나왔을 때, 아주 감격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다음 사진 아래쪽에 보이는 노라쿠로라는 개가 캘릭터인 (군대) 만화가 인기있었는 데, 아톰은 눈이 크고 동그랗게 귀여운, 팔다리가 긴 체형으로 전혀 일본 사람의 얼굴이나 체형이 아니었다. 전후에 자신들이 동경하는 서양적인 얼굴과 체형인 주인공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들이 아톰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감격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걸 처음 들었다. 자신들의 컴플랙스와 정반대인 캐릭터를 가진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등장해서 활약함으로 자신을 얻어갔다는 것이다. 재미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입을 통해서 듣는 시대상이기도 하다.
다음은 윗 사진이 잘 안 보이지만, 마츠모토 레이지라는 만화가의 그림으로 대표작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우주전함 야마토’와 ‘은하철도 999’이다. 밑에 그림은 전쟁 때, 비행기에 탔던 분위기를 풍긴다. 치바 데츠야의 대표작은 권투선수를 다룬 ‘아시다 노 죠’라는 작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작품을 본 것 같다.
다음 위쪽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일원이기도 했던,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그림이다. 만화 ‘혐한류’의 작가도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아래 그림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어시스턴트를 했던 작가라고 한다. 분위기가 치란에서 출격한 가미카제 특공대의 전투기가 가고시마 사쿠라지마를 배경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 옆에는 특별한 경향이 강한 책이 진열되어있다. 그 옆에는 ‘순 일본제’라는 자위대용 손목시계가 진열되어있다. 물론, 다 파는 것이다. 그리고 옆으로 더 가면, 일장기와 목도, 군가 CD와 자위대가 먹는 빵 통조림 등을 팔고 있다. 전시되어 있는 전투기와 기차에 관해서는 설명을 읽지 않아서 뭔지 잘 모르겠다. 안쪽에서는 전쟁에 관한 특별전시를 하고 있었다. 바깥쪽 상설전시장 입장권이 있으면 그냥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시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화장실을 사용하러 갔다. 사진을 찍거나 매점을 둘러본 것도 순전히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때우느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전시물 설명도 제대로 안 봤다. 매점에 놓여있는 물건들은 ‘전쟁 마니아’들이 좋아할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쇼와시대의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물건들도 팔고 있었다. 나는 전쟁에 관한 전시를 보러 가지는 않을 것이다.
호주 캔버라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간 적이 있다. 그야말로 전쟁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기념관인 것이다. 그런데, 야스쿠니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전쟁기념관에서는 전시를 보고 거기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식사도 했다. 그리고 호주 사람들과 전쟁에 관한 말도 들었다. 호주를 위한 직접적인 전쟁이 아닌, 영국의 식민지로서 호주 사람들이 여러 전쟁에 나갔던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캔버라의 전쟁기념관은 전쟁에 관한 결코 단순하지 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야스쿠니에서 보는 전쟁에 관한 전시물은 캔버라에서 느낀 메마른 감정이 아니다. 전혀 다른 느낌이 직접적으로 나의 몸을 두들기는 것처럼, 베어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울림이 쓰나미가 되어 덮쳐 온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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