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2016-1

2016/08/15 야스쿠니 2016-1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30도로 흐리며 선선한 날씨였다. 아침부터 잔뜩 흐려서 비라도 올 줄 알았다. 친구와 9시에 집 앞에서 만나 같이 야스쿠니에 다녀왔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덥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친구와 구단시타 역에서 내려 야스쿠니를 향해 갔다. 야스쿠니를 향해서 가는 길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여러 단체에서 자신들의 주장이나 활동을 선전하는 자료를 배부한다. 자신들의 주장에 찬동하는 사람에게는 서명을 부탁하는 곳도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받은 자료를 한눈으로 훑으며 앞으로 나간다. 한눈으로 훑기만 해도 내가 보기에는 ‘황당한’ 주장들이다.

 

야스쿠니에 들어갔더니, 예년에 비해 경계가 삼엄했다. 우익들이 모여서 연설을 하던 곳에 경비를 하는 경찰이 섰다. 본 적이 없는 철책을 놓고 입장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조금 더 갔더니 전몰자 추도모임을 하고 있다. 국가가 나오고 참석자가 절을 하고 있었다.

 

올해 눈에 띈 것은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기모노가 예스러운 복고풍인 것이 특색이었다. 이런 여름에 더운 기모노가 아닌 유카타를 입을 법도 한데, 여성들이 입은 것은 소화 시대 초기를 연상시키는 기모노였다. 아무래도 야스쿠니라서 예의를 갖추느라고 유카타가 아닌 기모노인 모양이다. 남성들도 복고풍으로 하오리 하카마를 입은 사람도 있었고, 유카타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옛날 수병 옷과 복고풍 기모노로 코스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커플도 있었다. 야스쿠니가 영화 세트장이 아니기에, 시대도 소화 초기가 아니기에 그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튄다. 근데, 이런 복장을 하는 것도 유행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 시대가 그립다는 거다.

 

조금 더 올라갔더니 욱일기에 옛날 군복을 입고 코스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올해는 어린 여성의 마네킹에도 (간호사)제복을 입힌 것이 보인다. 내가 깜짝 놀라서 마네킹이 너무 어리다고 했더니, 친구가 옆에서 실제로 어렸다고 중학생이었다고 고증을 한다. 친구는 전쟁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야스쿠니 안으로 들어가서 일반 참배를 하는 사람들 옆에서 참배하는 곳 사진을 찍었다.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참배를 하고 있었지만, 날씨가 흐려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참배하는 사진을 찍다가 친구와 엇갈리고 말았다. 참배하는 열에서 빠져서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참배하러 나오는 곳으로 이동했다. 입구 옆에는 보도진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예년보다 많은 느낌이 들었다. 나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국회의원들이 나오는 걸 기다렸다. 국회의원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카메라를 치켜들고 사진을 찍었다. 올해는 국회의원들이 아주 많은 인상을 받았다. 셀 수도 없이 많이, 지나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릴 정도로 많았다. 주위에 서서 국회의원들이 나오는 걸 기다리던 사람들은 아는 사람이 나오면, 누구 누구 선생님하고 소리를 친다. 손을 흔드는 사람도 있다. 그런 광경은 마치 인기 있는 가부키 배우에게 성원을 보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참배하는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보고 아베 정권이 개헌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는 만나질 못하고 혼자서 여기저기로 친구를 찾으러 다녔다. 유슈관에 가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항상 있는 전시와 올해 새로운 전시를 봤다. 새로운 전시로 어린이들이 사생대회를 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잠수함이나 전투기가 아주 멋있고 예쁘게 그린 그림들이었다. 금상을 받은 그림인지, 금색이 붙은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륙하려는 전투기를 향해 사람들이 깃발을 흔들면서 환송을 하는 것이었다. 그림 분위기가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이 기쁨에 넘치는 것이었다. 어떤 설명이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했나? 주최측이 원하는 그 이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네. 금상을 받겠구나. 은상은 전쟁터에서 부상한 동료를 돕는 그림이었다. 동심은 동심이라서 여과 없이 자신들의 상상력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전쟁을 그린 그림도 예쁘다. 그림이 예뻐서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담배를 피우는 곳에 사제로 군복 같은 제복을 입은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주목받고 싶다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친구가 연못가에서 기다린다는 문자를 받았다. 연못가에서 쉬면서 친구가 싸온 주먹밥을 먹었다. 잠시 쉬고 연못에 있는 비단잉어를 찍었다. 햇빛이 안 나서 비단잉어가 호화롭게 보이질 않는다. 그 때, 멀리서 일본 국가가 들리더니 만세 삼창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만세소리가 들린다기보다 지진처럼 땅이 진동을 한다. 만세소리가 울려서 땅이 진동을 하는 걸 몸으로 느낀다. 일본 사람들의 숨겨진 무서움이 살짝 드러난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비단잉어 사진을 찍고 친구와 잠시 수다를 떨면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친구에서 만세소리를 못 들었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단다. 비슷한 위치에서도 느끼는 것에 차이가 있는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 봤더니 대만에서 온 사람들 단체가 보인다. 이 년 전과는 규모가 아주 축소된 아담한 모임이 되었다. 야스쿠니를 걸어서 나오는데, 입구 쪽에 몇 년 전에 봤던 앙케트 조사를 하는 것이 있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에 찬성을 하는 답을 얻기에 최적인 장소에서 앙케트를 한다. 얼핏 보면 정당한 방법으로 보이지만, 처음부터 답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방법이다. 참으로 허망한 일이다. 이런 걸 여론이라고 하겠지?

구단시타 역으로 나오는 길에 자료를 배부하는 사람 중에는 관동대지진에서 조선인을 학살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한다. 물론 난징대학살도 거짓말이라고 한다. 위안부도 한국이 날조한 거짓말이란다. 일본은 아시아를 유럽 열강의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했다고, 그래서 한국과 중국 이외 다른 나라들은 일본에 감사하고 있단다. 즉, 한국이나 중국은 일본에게 은혜를 모르고 대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본이기에,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반성이나 책임’이 없다. 자신들이 아시아를 위해서 ‘희생’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위험한 착각’이 아닐 수가 없다. 자신들에게 가장 ‘위험한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