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17 2016 야스쿠니 후기
오늘 동경은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씨였다. 오후에는 비가 왔고 저녁이 되니 바람이 세어지며 북쪽에서 비바람이 들이친다. 일기예보에는 오늘 최고기온이 30도라고 해서 선선한 날씨구나 하고 있었다. 습기가 많아서 기온은 낮아도 습기가 많은 불쾌지수가 높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오후에 접어드니 기온이 좀 많이 올라갔다. 저녁이 되어 안 것은 최고기온이 33도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최고기온이 30도가 아니었어.
동경에는 태풍이 접근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가는 치바현은 내일 새벽 전철 운행이 정지된단다. 여기도 태풍이 지나가느라고 이렇게 비바람이 치는 것 같다. 나는 아까 비바람이 쳐서 물이 흐르는 계단을 작은 칫솔로 흙먼지를 청소하고 말았다. 여기까지 쓰고 아예 밖에 나가서 목욕탕 물을 떠다 뿌리면서 솔로 계단을 청소하고 왔다. 내가 3 층에 사니까 1층 계단까지 물을 부어 솔로 박박 문지르고 청소를 하고 왔다.
어제 야스쿠니에 다녀온 후기를 쓴다. 근래 8월 15일에 야스쿠니에 가지만, 해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내가 느낀 올해 분위기를 쓴다. 이전에는 일반사회와 야스쿠니는 확연히 달랐다. 그러나 지금은 일반사회가 점점 야스쿠니를 닮아서 표면적으로 야스쿠니와 일반사회는 그다지 차가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는 야스쿠니이기에 특별한 장소이다.
어제 갔던 야스쿠니는 일반사회에서 사는 내게도 크게 긴장감을 주는 곳이 아니었다. 구단시타 역에서부터 역에 있는 안내원에게 유도를 받으며 1번 출구에서 지상으로 나와 길가에 늘어선 각 단체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실은 자료를 배부한다. 서명을 부탁하는 단체도 있다. 그런 단체들의 긴장감도 전에 비해 훨씬 누그러진 감이 있다. 익숙하다고 할까……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자료를 배부하는 사람들은 중국사람들이다. 어떤 의미에서 야스쿠니는 야스쿠니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적과 민족을 떠나 국제적이기도 하다. 대만에서도 해마다 단체로 참배를 오는 사람들도 있고, 야스쿠니 경내에는 동경 재판에서 일본에게 유리한 의견서를 낸 인도 사람 흉상도 세워져 있다.
조금 걸으니 야스쿠니를 청소하는 모임을 알리는 여성은 옛날 기모노를 입고 있었다. 그 모임을 알리는 다른 여성도 복장이 마찬가지였다. 복장을 그렇게 입기로 정한 것인지, 우연히 맞춰서 입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젊은 사람들이 빈테지를 입는 패션감각으로 옛날 기모노를 입는 일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든 사람이 그런 걸 입는 것은 조금 황당하게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옛날 전쟁 시절 한복을 입고 나왔다고 상상해 보시라. 그런 복장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하고 있나 보다. 그러나, 남성들이 전쟁 때 입었던 군복을 입는 것이, 젊은 남성들도 멋있는 패션 인양 군복 코스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주 보통인 야스쿠니에서 여성들도 그 시대의 기모노를 입고 나온다는 것은 전혀 황당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올해 야스쿠니에서 가장 멋있는 패션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패션의 포인트는 기모노라도 전쟁 때를 연상하게 하는 기모노라는 것이다.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남성들이 많다. 여성은 소수라고 할 수 있지만, 야스쿠니로 가는 길에 보이는 단체 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여성이 적지 않다. 야스쿠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반사회에서 만나면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야스쿠니에 갔을 때, 특히 불쾌하게 느끼는 점은 없다. 야스쿠니에서는 사람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나도 긴장감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혹시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게 알려지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도 있다.
올해 야스쿠니에서 느낀 점은 예년에 비해 외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외견상 외국인으로 보이는 외국인도 있었지만, 언어가 다른 외견상 외국인으로 보이지 않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들에게는 관광할 가치가 있는 이벤트처럼 일본의 패전 기념일의 야스쿠니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야스쿠니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첨예화하지 않은 점도 있는 걸까??
야스쿠니에 가면 좋든 싫든 전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야스쿠니의 의미도 달라질 것이다. 내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은 점점 전쟁이 좋은 일이었다는 분위기다. 마치, 전쟁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더 그렇다는 것이다. 참으로 ‘위험한 망상’이다. 그런 분위기가 극히 일부분인 야스쿠니에서만 볼 수 있다면, 지극히 야스쿠니적인 특수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야스쿠니에서 만이 아니라, 일반사회에서도 느낀다는 것이 두려운 점이다. 내 감성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전쟁도 결코 '아름다운' 것이 될 수가 없다. 현실이 아닌 픽션이라면 많은 의미를 부여해서 전쟁을 얼마든지 왜곡할 수가 있겠지. 그러나, 현실적으로 전쟁을 그리워하고 열망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야스쿠니에서 느낀 것은 전쟁을 그리워하고, 열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야스쿠니는 점점 특별한 고양감에 도취되어 행복감마저 느끼는 특수한 공간이 되어간다. 그러나, 그들의 도취된 것은 결코, 전쟁이 아니다. 마약 같은 애국심이다. 애국의 실현이 전쟁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각자의 생각은 다를 법도 한데, 평화스럽고 여유롭다.
내가 느끼는 점이 아주 피상적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은, 연못에서 비단잉어를 보다가 들은 땅울림이 일어나는 만세소리에서다. 왜, 나는 그들의 만세소리를 듣고 소름이 끼쳤나?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는 무엇일까? 그들의 숨겨진, 아니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야망을 본 것 같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만 것 같다. 마음이 아주 복잡해진다. 야스쿠니에 가는 것에 익숙해서 긴장을 안 한 것 같았지만, 나는 내내 긴장을 했다. 그 긴장감은 긴장이 풀려서야 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서 큰 닭 한 마리를 비롯해 많은 과일을 샀다. 아침을 제대로 먹었고 점심에는 주먹밥을 두 개나 먹었으니 배가 고플리는 만무했는데, 허기를 느꼈다. 아주 심하게 주체할 수 없는 허기를 느꼈다. 그 허기는 뭘 뜻하는 것일까, 물리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허기인 것이다. 먹는 것으로 허기가 채워질까? 허기가 채워지기는 하는 걸까? 2016년 야스쿠니에 갔던 감상은 극심한 허기로 남겠다.
사진은 어제 올렸던 사진에서 간추려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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