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8/24 비상사태와 안내방송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활짝 개인 날씨였다. 밤 9시가 넘어서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오늘은 도서관이 여름방학에 휴관을 하는 기간이 끝나서 처음으로 도서관에 갔다. 어제부터 도서관이 열렸지만, 어제는 태풍이어서 꼼짝도 못 하고 집에 갇혀서 지냈다. 오늘 오전에 도서관에 가려고 챙기다 보니 일주일 쉬었다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날씨가 더워진 시간이 되어 걱정했더니 예상외로 바깥이 더 상쾌한 날씨였다. 공원을 지나면서 어제 태풍에 떨어진 나무 열매를 줏었다. 크리스마스는 아니지만, 같은 것이라도 빨간색과 녹색 조합이 예뻐 집어서 도서관에 가져간다. 도서관에서 예쁜 것을 보면서 가지고 놀다가 시들면 버려도 아깝지가 않다. 태풍이 작은 선물도 줬으니까, 도서관에 가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날씨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그래도 바깥을 걸어서 등은 땀으로 다 젖었다. 연꽃이 다 지고 씨가 되었다. 씨가 된 연꽃도 사진을 찍고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신문을 읽는다. 오늘 아사히신문은 올림픽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전면광고가 앞과 뒤표지가 되어 있었다. 이런 광고는 처음 본다. 이번 올림픽이 일본에 어떤 의미였는지, 동경올림픽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내가 올림픽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과도한 열기에 걱정이 될 지경이다. 앞으로 얼마나 올림픽에 올인을 하려고 이러나, 올림픽에 올인할 상황이 아닌데…… 경제는 아베노믹스가 잘 나가고 있다고 사기를 쳤지만, 막대한 돈을 경기부양에 퍼붓는다는 것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걸 의미한다. 매스컴에서는 전혀 그런 보도가 없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방비는 사상 최고로 올라갔다. 동경올림픽도 돈이 얼마나 들어가나? 여러 상황이 막가파로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가들의 실패는 정치가가 물러나면 되지만, 부담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정치가가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국민은 아니지만,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심히 걱정스럽다.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준비체조 정도로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첫날이니까, 가볍게 5 시간 정도 집중해서 책을 읽었다. 아는 직원이 지난번에 반찬을 줬다고 답례로 양갱을 줬다. 직원 남편이 다니는 회사에서 제조한 비상식량용이란다. 도서관에서 나오면서 그 직원에게 공원에서 주운 예쁜 나무 열매를 줬다. 옆에 앉은 직원도 덩달아 기뻐한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파는 곳에 들렀더니 참외가 있어서 있는 걸 다 샀다. 달걀집에도 들러서 달걀을 샀다. 식량을 조달해서 마음이 든든해졌다.
어제는 태풍이 동경을 직격 하는 바람에 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오늘 신문을 보고 안 것이다. 나도 태풍이 지나가는 바람에 아침부터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서 도저히 바깥에 나갈 상황이 아니었다. 도서관이 열리는 날이라, 웬만하면 도서관에 가고 싶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갈 일은 아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집에서 히가시노 게고의 책을 읽으면서 지냈다. 어제 두 권을 읽었다. 어제 태풍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내가 동경에서 오래 살았지만, 태풍으로 인해서 피난 권고를 직접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아파트 3층에 사니까,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도 물에 잠길 걱정이 없다. 강풍으로 비가 옆으로 날아가는 걸 보면서 이렇게 비가 오는 걸 보는 일도 드물다면서 보고 있었다.
오전에 안내 방송이 나왔다. 비가 많이 와서 물에 잠길 위험이 있으니 대피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대피장소로 어느 어느 초등학교가 개방되었다는 걸 알려준다. 대피장소로 개방된 초등학교 수도 아주 많았다. 만약 대피해야 할 상황이라도 차가 있는 사람은 몰라도 나 같은 사람은 대피하다가 홀딱 젖고, 피난하는 것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주 재미있는 것은 피난 권고라는 비상사태를 방송하는 것이 실제상황과는 너무 상반되게 아주 평화롭고 감미롭게 울렸다는 것이다. 항상 그렇지만, 안내방송이 현실이 급박할 때는 현실과 방송과 갭이 너무 커서 내가 방송 내용을 잘못 듣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눈 앞에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라, 따로 녹음했다가 들려주는 것처럼 다르다. 가끔 안내방송으로 치매에 걸린 노인이 어제부터 행방불명, 어린아이가 행방불명이라는 것도 걱정스러운 내용과는 달리 아주 평화롭게 방송한다. 듣고 보면 아주 걱정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어제는 그 갭이 극대화한 경우다.
오후에는 피해상황을 점검하는 순찰차가 돌면서 방송을 했다. 그 소리는 멀리서 고양이가 우는 것 같이 들리지 않았다. 태풍이 불어서 창문을 닫고 있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소리였다. 나는 옆집 아기가 베란다에 나와서 노는 줄 알았다. 아니, 왜 이런 날씨에 아기를 베란다에 내놓지? 했더니, 순찰차가 안내 방송하는 소리가 들렸다가 말았다가 하는 것이었다. 방송 소리가 환기선을 타고 들어와 들리는 수준이었다. 내가 환청인가 싶어서 베란다에 나가 봤더니 아주 조그맣고 귀여운 차로 발발거리면서 순찰을 돌면서 여직원이 귀여운 목소리로 방송을 했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에 피해상황 점검을 나왔다면, 비상사태인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비상사태에 평화롭게 귀여운 목소리와 귀여운 차로 대처를 하는 갭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요새는 일어나는 일이 항상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는 일본, 동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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