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사회

혐한/혐중서적 베스트셀러 작가

오늘 동경은 습도가 높고 맑은 날씨로 낮에는 더웠습니다. 어젯밤 티스토리를 개설하느라고 늦게 자서 오늘 아침은 천천히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죠. 그래서 아침에 일을 나가는 날과 같은 시간에 깼는데 화장실에 다녀오고 다시 자서 꿈까지 꾸다가 깼더니 맙소사 11시가 넘었다. 너무 많이 잔거다. 오늘은 대학이 축제라서 생긴 귀중한 휴일인데 늦잠으로 시간을 보내다니 아깝다. 아침 요가는 생략하고 식사를 준비한다. 빵을 굽고 연어를 구어서 샌드위치처럼 끼워서 먹었다. 어제 저녁에 콩국수를 해서 먹다 남은 두유도 같이 마셨다. 커피도 마시고 후식으로 감도 세 개 먹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목구멍까지 가득 찬 느낌이다. 머리를 감고 옷을 챙겨 입었다. 위에는 인도풍 노랑색 긴 튜닉에 아래는 표피무늬 레깅스를 신고 나갔다. 화장은 하지 않았다. 도서관에 친한 직원이 일하는 날이라, 얼굴을 볼겸 찾아 볼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도착한 것은 이미 오후가 되고 말았다.


도서관에 가는 길에 농가 마당을 엿보고 무인 야채판매에 들렀다. 감이 많이 나왔는데 가격이 좀 비싸서 한봉지에 200엔이다. 보통은 100엔인데, 익은 감이 좀 더 많이 들었지만 비싼 느낌이 든다. 감을 네 봉지에 기쿠이모라는 생강처럼 생긴 야채를 두 봉지 샀다. 감과 야채는 친한 직원에게도 주려고 넉넉히 산 것이다. 막상 도서관에 도착해서 입구 카운터 직원에게 물었더니 친한 사람이 쉬는 날이란다. 내가 도서관에 가는 날 항상 엇갈려서 볼 수 없어서 오늘 학교 축제라서 만나려고 일부러 왔다고 했다. 감과 야채도 주려고 샀다고 했더니 자기가 집에 가는 길에 전해 준단다. 감과 야채를 한봉지씩 부탁했다. 친한 사람 얼굴을 본다고 열심히 갔는데 정작 못 보니 좀 실망스러웠다.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힘이 좀 빠졌다.



이왕 도서관에 간 것을 찾아 볼 책을 찾기로 했다. 나는 자료를 찾을 때, 잘 모르는 사람이면 그 사람이 쓴 책을 다 찾아서 본다. 필요한 것을 보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대충 알고 싶어서다. 어제 강의를 마치고 오면서 뉴스위크(일본판)라는 주간지를 두 권 가져왔다. 예전에는 자료로 많이 활용했는데 발행하는 곳이 바뀌면서 '우익적'인 경향이 강해져서 근래는 거의 보지 않는다. 어제는 내가 항상 보는 주간지 옆에 있는데 특집이 읽어야 할 것이었다. '켄트 길버트 현상'이라는 특집으로 그는 유타주에서 성장한 몰몬교도이며 미국인 국제 변호사로 외국인 탤런트로 예능프로에 나오는 사람이었다. 근래에는 주로 한국과 중국을 공격하는 혐오서적을 쓴 것이 베스트셀러로 많이 팔렸다. 지금은 일본 우익측 주요 논객이 되었다. 혐한/혐중이 주된 내용인 서적을 일본에서는 '헤이트 책'이라고 한다. 혐오를 조장하는 책으로 혐오서적이라고 하겠다. 그가 혐오서적을 써서 많이 팔린다는 걸 들은 적이 있지만 그렇게 많이 쓴 줄 몰랐다. 뉴스위크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책을 냈다. 표지사진에 찍힌 책을 세었더니 그 것만해도 31 권이나 된다. 그는 2015년부터 활동이 활발해졌는데 한사람의 저자가 낸 책이 이정도다. 일본 출판계에서 생산한 혐오서적 전체로 따지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인지 가늠이 안된다. 일본에서는 2014년 이후 혐한/혐중서적이 출판계에서 판을 치고 있다. 혐한/혐중서적이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출판계에서 혐한/혐중서적이 메인스트림이 되고 말았다. 혐한/혐중서적은 단지 출판계에서 잘 팔리는 분야인 것만이 아니라, 제 2차 아베정권과 맞물려 일본 전체가 혐한/혐중 분위기였다. 거기에는 '헤이트 스피치'라는 혐한데모는 아마 일본 데모 사상 최다수일 정도로 빈번히 일어났다. 마치 일본 전체가 혐한과 혐중으로 활활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일본사회 일부에서 혐한/혐중서적에 대해 반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게 되면서 표면적으로는 '헤이트 스피치'나 혐한/혐중서적이 사그라든 인상을 준다. 


사그라든 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이라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른다. '헤이트 스피치'나 혐한/혐중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일상화가 되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켄트 길버트는 2015년부터 일본을 찬양하면서 혐한/혐중서적을 많이 쓴 것으로 나온다. 그가 쓴 책 중에 '유교에 지배된 중국인과 한국인의 비극'이라는 것은 2017년 신서 논픽션 베스트셀러 1위라고 한다. 전자서적을 포함하면 51만부 팔렸다고 한다. 혐한/혐중서적이 피크를 지나서 '일본찬양'서적으로 경향이 바뀌었다고도 한다. 그런 중에 혐한/혐중에 미국인이며 백인, 국제 변호사인 그가 일본인을 대신해서 북한과 한국, 중국을 공격하는 혐오서적을 쓰며 나서는 꼴이다. 혐한/혐중을 지지하는 일본사람들에게 그는 안성마춤인 것이다. 특집기사를 읽었더니 혐한/혐중서적을 대량생산하는 제작공장이 그의 대량 집필을 가능하게 하는 모양이다. 실질적으로는 제작공장에서 일하는 일본인 스탭들이 혐한/혐중서적을 대량생산해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시스템으로 보인다. 그와 공동저자인 사람들 프로필을 보면 혐한/혐중의 대표적인 '극우 논객'으로 그 쪽을 지지하는 상을 받은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된다. 켄트 길버트 자신도 2015년에 '아파일본재흥재단'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아파호텔과 연관이 있는 재단으로 보인다. 아파호텔은 객실에 혐중서적이 비치되어 있어 중국과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는 2018년에 아베총리 부부와 문제가 된, 아베총리 친구가 경영하는 '가케학원, 오카야마 이과대학' 객원교수로 취임했다고 한다. 혐한/혐중서적을 대량생산하는 저자들이 일본에서 어떤 보호와 지지를 받고 있는지 조금만 조사해도 읽힌다. 즉, 혐한/혐중서적은 음으로 양으로 많은 지원을 받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보인다. 


나는 혐오 공격을 받는 당사자라서 이런 조사를 하는 것은 아주 정신적으로 힘들다. 오늘도 도서관이 더운 것도 있었지만, 조사하는 내용이 내용이라, 무력감이 몰려와 힘들었다. 결국, 도서관에서 작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책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쓴 책은 한권이 다른 캠퍼스에 있고 부분을 담당한 두 권도 마찬가지였다. 참고로 작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책이 어느 대학에 비치되었는지 찾아 봤다. 내가 알만한 대학은 서너군데 밖에 없다. 그 것도 개인소장이지 대학도서관에 비치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책 대부분이 대학에 비치된 것은 적었다. 대학도서관에서 혐오서적을 거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대학도서관에 있어서 학생들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책은 학생들에게 위험한 책이다. 지금 학생들은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책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간단히 잘못된 것을 사실이라고 인식하기 쉬운 것이다. 학생을 가르쳐서 먹고 사는 직업이라, 학생들이 그런 위험한 책을 읽고 잘못된 인식을 하지 말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헤이트 스피치'가 만연한 '혐오사회'에서 자랐기에 '헤이트 스피치'가 당연한 것이고 혐한/혐중이 당연한 것이다. 차별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차별과 혐오로 가득찬 세상에서 성장한 그들에게는 어떤 것이 차별인지 혐오인지 조차 분간 할 수 없다고 한다. 어른들이 이지메를 하는 사회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게 이지메를 하지 말라고 한다고 가능한 것일까.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 잘못이 아니다. 어른들, 특히 사회에서 책임있는 입장에 있는 어른들에 의해 선도되어 만들어진 사회인 것이다. '헤이트스피치'나 혐한/혐중이 상대방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 사회를 파괴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게 아닐텐데.....물론 그들은 책임따위 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