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거리는 토요일
동경생활 2012/07/14 19:45 huiya
오늘 동경은 아침에 좀 상쾌한 날씨였는데, 오후가 되면서 흐리고 눅눅하고 칙칙한 날씨가 되었다. 어젯밤에도 비가 와서 아침이 상쾌해도 그다지 덥지는 않았다. 그러나 습기가 많아서 그냥 앉아 뜨게질을 하는 데도 땀이 나서 끈적거린다.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땀이 나서 몸이 끈적거린다. 옷도 눅눅해졌다. 수국혁명을 응원하는 니트를 마쳤다. 내일 날씨가 좋으면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지.
학기말이 다가와 다음주로 마치는 수업이 있고 그 다음주에 마치는 수업이 있다. 나는 시험을 안봐서 시험기간이 되기전에 수업이 끝난다. 이번 주말부터 채점과 점수를 입력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가능하면 종강까지 점수를 발표한다. 거기서 문제가 있으면 학생과 말을 하는 것이다.
6월부터 매주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나서 영어를 가르치는 동료에게 개인적으로 한시간 정도 한국어를 가르친다. 그녀는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사람으로 어릴 때는 서울에서 지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한국어를 했는데, 너무 어렸기 때문에 다 잊고 만 것이다. 언니는 중학생 때 까지 있어서 한국어도 한국에서 배운 노래도 다 외우고 있다고 한다. 그 녀는 이번 여름방학 때 인터내셔널스쿨을 졸업한 딸과 같이 서울에서 3주간을 지낸다. 딸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간다고, 서울에서 집중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일본에는 그런게 없느냐고 했더니 없단다. 그래서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터라 뭔가 도움을 준다면 기본적인 한국어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한 것이다. 그 녀는 한국드라마를 좋아해서 나에게 한국드라마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 녀가 아는 많은 것들을 나에게 알려준다. 그 녀의 정체성과 외모는 미국인인데 행동은 일본 사람이다. 아버지가 무역을 해서 어릴 때 이태원 유엔빌리지에서 살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요코하마 야마테라는 외국인들이 사는 고급 주택가에서 살고있다. 학교는 인터내셔널스쿨을 거쳐 대학은 미국에서 마쳤다.
자신은 젊었을 때부터 백인이나 서양인에게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도 남자친구는 아시아계였다고 한다. 그녀는 키도 크고 멋쟁이에다 한 미모를 한다. 작년에 다이어트를 해서 10킬로 몸무게를 뺐다. 건강상 이유로 인한 것이였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다이어트에서도 확실히 결과를 보여주었다. 언니는 젊었을 때 모델이였단다. 지금은 대학교수다.
지난 주 금요일에 요새 동경대학 근처에 간다고 해서 내가 그 근처에 내가 좋아하는 쵸콜렛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했더니, 어제는 한 상자를 사다 주었다. 오랫만에 먹는 오렌지필을 쵸콜렛으로 감은 쵸콜렛은 맛있었다. 어제 저녁에 만났던 다른 교수님께 하나를 드리고, 전차에서 만난 학생에게도 하나를 주었다. 집에 가져와서도 아끼면서 먹는 중이다. 그 녀는 딸이 둘이고 남편은 수년전에 사별을 했다. 그 녀가 일을 하면서 두 딸을 키운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어릴 때 부터 유복하게 자랐고 별 걱정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녀도 나를 존중해 준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번, 금요일에 일터에서 만나는 걸 통해서 서로가 작은 위안을 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항상 받는 게 많고, 받기만 한다. 그 녀는 내가 수업이 끝나, 피곤 할 텐데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내준다고 미안해 한다. 내 쪽에서 보면 일주일 일이 끝나서 피곤해 있는데 그 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오히려 피곤이 풀리고 리후렛슈를 한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과 행복한 기분으로 주말을 향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거기에다 매주 뭔가 선물까지, 내가 훨씬 아주 많은 혜택을 본다.
이렇게 한 사람이 서로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걸 교환하는 것 만으로도 인간은 행복 할 수 있다.
내 주위에는 어쩌다가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격렬히 좋아해 주는 사람을 보면 무서워진다. 나는 그 감정을 받아주거나 공감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감정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의 감정인 것이다. 그 중에는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는/ 자신의 뜻대로 안되는 나를 미워하는 쪽으로 전환을 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건지, 미워하는 건지 어느 쪽으로 백톨이 향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참 귀찮다. 요전에 새로온 직장 동료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물어봤다. 나를 좋아하냐고, 좋아한단다. 그러지 마세요, 제가 무서우니까,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고, 적당히 감정조절을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을 했다. 나는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릴거라고… 물론 이 경우는 말을 할 수 있는 아주 오픈된 것이고, 상대방이 여성이라 물어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어보고 말을 할 수가 있으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뭘 하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못 보는 무신경한 남성인 경우가 많다.
어제는 수업시간이 끝날 때 한 여학생이 편지를 주었다. 4학년인데 벌써 항공회사에 취직을 했다. 학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더이상 학교에 오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내 강의에서도 단위를 받는 데 필요한 요건은 끝마쳤다. 그 학생이 수업시간에 나를 보는 눈이 동경하는 눈이였다. 참고로 그 여학생은 키가 크고 우등생이며, 예쁘고 매력적이다. 나는 그 학생 시선이 원래 그렇게 꿈을 꾸는 것 같은 눈으로 사람을 보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근데 그 게 아니였던 모양이다. 어제는 읽어달라면서 정중히 편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연락처도 다 써놓았다. 나를 만날수 없어서 너무 너무 섭섭하다면서 앞으로도 선생님과 연락을 하면서 지내고 싶단다. 나는 어쩌다가 팬레터를 받는 사람이지만, 학생에게 이렇게 봉투에 봉한 편지를 수업중에 받아본 적은 없다. 그 편지 내용은 아직 모르겠다. 책갈피에 끼워놓고 가져오는 걸 잊었다.
살다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친다, 그 중에는 좋은 감정도 그렇지 못한 감정도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서로가 좋은 감정을 적당히 교환할 수 있는 관계는 적다. 그래서 인간관계가 어렵고, 서로가 원활히 좋은 감정을 교환할 수 있는 관계가 소중한 것 같다.
아무래도 몸이 너무 끈적거린다. 밤에 목욕을 하지만, 아무래도 그 전에 샤워를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