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동경생활 2012/07/16 16:10 huiya
오늘 동경 날씨는 맑고 덥지만 바람이 분다.
집안에 있는 온도계를 확인했더니 30도나 된다. 어제는 28도였는데, 집안이 30도라면 바깥은 32도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바람이 불어서 무더위를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데, 조금 움직이면 땀이 난다. 일본은 오늘 연휴이다. 나는 연휴와 상관없이 월요일에 강의가 없어서 밖에 나가질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상적으로 하는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와 빨래와 청소를 했다.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잘 말라서 기분이 좋다. 베란다도 물을 뿌려서 씻어냈다. 베게와 이불도 말리고 침대 매트레스도 방향을 바꿨다. 이번 주 종강을 하는 강의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냈다.
어제 사진을 찍은 수국혁명을 응원하는 니트사진도 아침에 다시 찍었다. 어제 사진을 찍다가 밧데리가 나간것도 있지만, 내 베란다에서는 아침햇살을 받는 사진이 좋아서 였다. 역시, 아침에 찍은 사진이 분위기가 살아난다.
직업상 강의준비를 하다보면 컴퓨터로 문장을 쓰는 일이 많다. 그래서 바쁠 때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손톱을 짧게 깍는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다. 이 건 청소를 대강 빨리 하려고 할 때 안경을 벗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오늘은 일이 많은게 아닌데, 요즘 일을 안해서 손톱이 길었다. 나는 손톱이 얍아서 금방 부러진다. 그리고 손톱이 길면 마치 아무일도 안하고 사는 사람처럼 손이 화려해진다. 그 손톱에 매니큐어라도 바르면 정말로 쓸데없이 오만해진다. 마치, 나 걸레나 행주 안 빨아! 이런 것처럼, 마음에 안든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돌려주러 가야 하는 날이다. 아마 저녁이나 밤에 좀 선선해지면 책을 가지고 가야할 것 같다. 아침에 날씨가 더워지기 전에 책을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어제 저녁에 읽었던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서 카피를 뜨든지 아니면, 책 제목을 메모해야 한다.
책을 읽다보면, 신의 계시를 받는 것 처럼 내가 꼭 찾고 있었던, 필요로 하는 부분이 나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전 부터 알던 사람도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물론 그 반대로 감동을 해서 눈물을 흘렸던 게 나중에 다시 읽으면 도대체 자신이 어떤데서 감동을 했는지 조차 모르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감동을 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기억한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것은 헌신짝처럼 아무런 미련도 없이 버린다.
어제 저녁에 읽은 책에 내가 찾고 있던게 있었다. 그 전부터 알고있던 분이 쓴 것이었다. 갑자기 새로운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책도 다시 읽으려고 내려놨다. 그 책을 편집한 편집자가 내게 준 것이였다. 아마 그 편집자는 내가 갈 방향을 벌써 오래전에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랫동안 그 걸 몰랐다. 긴 시간이 지나, 지금 내가 가고싶은 방향에 있는 것이다. 그런 걸 발견하면 길동무를 만난것 처럼 반갑다. 길동무 중에는 아주 오랫동안 같이 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신경이 쓰이는 저자가 있으면 , 그 저자가 쓴 것은 다 찾아서 읽는다. 그리고 푹 빠져서 작품을 통해서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리고 길동무를 할지 안할지를 생각한다. 이 분은 적어도 올여름 동안은 길동무가 될 것 같다. 오랫만에 만나는 반가운 길동무이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야지, 그리고 도서관에 반환하러 가야지. 길동무와 다시 만나는 건 조금 만 뒤로 미루자, 학기가 끝나, 여름방학이 되면 다시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때까지 잠시만 안녕. 그래도 책 한권은 침대 옆에다 두었으니 외롭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