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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생활

날씨에 따라 다른 컨디션

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21도, 최저기온 8도로 아침부터 맑고 따뜻한 날씨였다. 내일을 다시 비가 오고 최고기온이 13도로 급강하한다고 해서 두렵다. 그저께도 비가 왔고 어제도 오전에는 흐려서 추웠다. 날씨가 워낙 들쑥날쑥해서 몸이 따라가기가 힘들다. 

 

오늘은 며칠 만에 아침부터 맑은 날씨라서 집안일을 하느라고 바쁘게 지냈다. 아침밥을 하는 것과 동시에 담요를 빨아서 널고 베란다 식물에 물을 주고 베란다 청소를 했다. 날씨가 좋아서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밥을 하면서 유리창 청소를 휘리릭했다. 요새 바깥 풍경이 예쁜 시기인데 유리창이 맑으면 더 잘 보인다. 유리창이 맑으면 시야가 밝아져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도 든다. 이상하게도 유리창 바깥쪽보다 안쪽이 먼지가 더 많이 낀 것 같다. 날씨가 건조해서 정전기로 인한 건가? 아침밥을 해서 먹고 청소를 했다. 요새 맛있게 먹고 있는 건 알배추 쌈이다. 

 

유리창 청소와 빨래, 집안 청소는 기분전환에 매우 효율적인 일이다. 날씨가 좋아서 청소를 많이 해도 가볍게 끝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오늘은 베란다청소로 시작해서 유리창에 목욕탕 바닥까지 가볍게 청소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 남은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으로 남은 공간을 채우려고 쓰레기를 모아서 기다리고 있다. 

 

휴대폰을 봤더니 어제 보낸 메일 답신이 왔다. 다시 메일을 하고 첨부해서 보낸 파일을 공유해달라는 메일도 있어서 공유를 했지만 혹시나 해서 첨부파일 다운로드가 안되면 다시 메일을 달라고 했다. 

 

그동안 살면서 날씨에 따라 컨디션이 심각하게 변하는 걸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아마, 작년 말에 큰 수술을 받아 병원에서 지내다가 처음 추위를 맞는 것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요새 날씨가 흐리고 추우면 맥을 못 추겠다. 기온이 낮아도 날씨가 맑으면 집에 햇볕이 들어와서 따뜻하기에 집에서 지내는 건 쾌적하다. 하지만, 일이 있어서 이른 시간에 나가거나 늦은 시간에 들어올 때는 힘들다. 내가 사는 곳은 동경에서도 서쪽, 교외라서 시내와 기온 차이가 좀 있다. 거기에 어떤 옷을 입어야 좋을지 애매한 것도 있다. 

 

어제는 2주 만에 친구가 와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온 후가 날씨가 흐리고 추워서 이불 밖에 나오기가 싫었다. 그런데 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온다고 연락이 와서 나는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추운 날에는 집에서 어슬렁거리면서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어제는 낮부터 날씨가 맑아져서 기온이 올라갔지만 집은 오전 햇살이 들어오지 않아서 추웠다. 

 

지난주에는 일요일과 목요일, 금요일에 일을 하러 나갔다. 보통 아침 일찍 가거나 밤늦게 끝나서 집에 들어오면 매우 피곤하다. 뒷날 충분히 쉴 수 있으면 피로가 회복되는데 연일 바쁘게 지내면 피로회복에 며칠 걸린다. 일하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아침 일찍 나가거나 밤늦게 들어오는 시간대가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편한 시간에 맞게 조정할 수도 없지만 다른 일을 할 때도 아침 일찍 가거나, 밤늦게 들어오지는 않았다. 아침 이른 시간에 나가려면 추운 것도 있지만 붐비는 전철에 흔들리면서 최소 편도 1시간 반은 가야 한다. 목적지에 가는 것만으로 하루에 쓸 에너지를 소비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건 내 사정이기에 현장에 가면 일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요새 하는 일은 인터뷰라서 처음 만나는 상대와 온 신경을 집중해서 2-3시간 이상 인터뷰를 한다. 집중해서 일하는 동안에는 추운지 피곤한지도 모른다. 일을 마치고 때에 맞춰 식사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화장실도 못 가는 일도 있다. 그럴 때는 집으로 향하는 순간 피로가 몰려온다. 집 가까운 역에 도착하면 기진맥진할 정도다. 집에 와서 겨우 밥 한술이라도 먹을 수가 있다. 지난 목요일이 그런 날로 아침 8시에 집을 나서서 돌아온 것은 오후 4시였다. 그동안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고 화장실에도 가지 않았다. 물론, 밥도 먹을 수가 없었다. 

 

금요일에는 오후 늦게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끝나서 식사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은 밤 12시가 넘었다. 그날 밤은 목욕을 했지만 일하느라고 긴장해서 집중했던 탓에 2시 넘어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뒷날까지 매우 피곤한 채로 지냈다. 날씨도 흐리고 춥고 비가 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며칠 쉬면 몸이 회복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요새 일과였던 산책을 못하고 있다. 피곤해서 거기에 산책을 하면 무리가 올 것 같아 조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도 목요일 병원에 가서 항암치료를 받고 저녁부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멀리 시내로 나가서 밤늦게 귀가할 것 같다. 금요일에도 저녁부터 인터뷰가 잡혀있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지만 생각대로 체력이 따라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항암치료 가기 전에 집안일을 하고 청소를 해놓는다. 거기에 먹을 것도 준비해놓고 가는 것이 좋다. 항암치료를 받고 컨디션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만약 컨디션이 나빠질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래저래 병원에 가기 전에 할 일이 꽤 많다. 

 

날씨에 따라 컨디션에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았던 것은 매우 좋은 일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다른 친구들이 날씨 때문에 컨디션이 어떻고 하면 이해를 할 수가 없었는데 나도 날씨에 따라 컨디션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 사람으로 변했다. 그래서 오늘처럼 좋은 날씨에는 밀렸던 집안일을 하고 다른 일도 하느라고 바삐 지내느라 또 피곤해진다는 함정이 있다. 그래도 날씨가 좋다는 것만으로 아주 좋은 날이 된다. 이렇게 좋은 날에 산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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