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최고기온 15도, 최저기온 3도로 아침부터 맑은 날씨였다. 그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하고 좀 쉬고 있었다. 12월에 들어 갑자기 한파가 들이닥쳐서 몸이 견디지 못해서 글을 쓰기는커녕 의자에 앉지도 못하는 날이 꽤 있었다. 내일도 최고기온 11도, 최저기온 -2도라고 하니 오늘 밤도 일찌감치 목욕해서 따뜻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최선이다.
어제는 비가 오고 추워서 침대 밖으로 나온 건 밥을 먹을 때뿐이었다. 하루 종일 잠을 자다 깨면서 지냈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슷한 컨디션이 되는 모양이다. 오늘 다행히 기온도 올라갔지만 아침부터 날씨가 맑아서 집안에 햇살이 들어왔다. 사실 어제 기온이 몇 도였는지 모른다. 컴퓨터를 켜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거다. 집에는 온도계나 습도계가 몇 개 있고 휴대폰에도 날씨가 뜨지만 휴대폰에 뜨는 게 가장 비현실적이다. 참고로 내 휴대폰에 표시된 오늘 기온은 최고 32도, 최저 26도로 나온다. 이건 도대체 어디 날씨를 알려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동경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지금 내가 추위에 맥을 못 추고 있는 건 체중이 작년보다 10킬로 이상 준 것도 있지만 큰 수술을 받은 영향도 클 것이다. 거기에 날씨도 변화무쌍해서 종잡지 못한다. 일을 나갈 때와 항상 집에서 생활하는 점도 매우 다르다. 일을 나가면 전철을 타면 따뜻하고 건물 안에서도 춥지가 않다. 집에 돌아와서 추운 날에는 좀 일찍 자면 된다. 일본은 집이 춥기 때문에 집에서 지내면 날씨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아침부터 맑지 않은 날에는 바깥 기온과 상관없이 집이 춥기 때문이다.
내가 자는 방에는 날씨에 따라 걸치는 옷이 몇 종류나 쉽게 집을 수 있게 구비했다. 오늘처럼 춥지 않은 날도 집에 있으면 긴소매 티셔츠에 목에 스카프를 하고 캐시미어 원피스를 겹쳐 입고 아래는 따뜻한 레깅스에 양말과 버선을 신었다. 거기에 상의로 얇은 다운 점퍼를 입고 아래는 담요를 두 겹으로 두르고 지낸다. 이런 차림으로 바깥에 나가면 캐시미어 원피스가 너무 더워서 땀을 흘려서 다시 몸이 추워지는 악순환이 되기에 바깥에 나갈 때는 안에 너무 따뜻한 옷을 입으면 안 된다.
요새 내가 잠자는 침대에는 발 밑에 앙카라는 부드럽고 온도가 60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전열기구를 넣었다. 거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뜨거운 물로 채운 유담포라는 것이 있다. 생고무로 된 부드러운 걸 다시 타월지 주머니에 담긴 것으로 매우 소중하다. 침대에서는 여기저기로 옮기면서 추운 곳을 따뜻하게 하고 때로는 안기도 하고 등에 대기도 하면서 애용하고 있다. 거기에 핫팩이 없으면 안 된다. 핫팩은 12시간 지속되는 걸 엉덩이 근처에 붙이고 저온 화상을 입지 않게 안에 타월지 손수건을 대고 있다. 전기담요는 몸이 부어서 쓰지 못한다. 지금까지 앙카를 쓴 적도 없었고 유담포도 있었지만 거의 쓰지 않았다. 핫팩도 내가 산 건 처음이다. 누군가에게 받아서 쓴 적은 있지만 내가 쓰려고 상자로 산 건 처음이다. 이런 유용한 도구를 활용해서 추운 겨울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집안, 주로 침대에서 유용하다.
오늘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에 나갔더니 기온이 올라갔지만 어제 왔던 비와 냉기가 남아서 아주 추웠다. 집안에서 느끼는 추위와 전혀 달라서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나도 이제는 주제 파악을 해서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걸 조금씩 학습하는 중이다.
왜냐하면 일주일쯤 전인가? 집에서 누워 지내다 보니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항상 가는 마트에 식료품을 사러 나갔다. 집에서 나갈 때는 몰랐는데 가다 보니 현기증이 나고 지쳐서 걷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에 양지바른 쪽을 골라서 누워서 쉬었다. 마트에 도착해서도 앞 벤치에서 누워서 쉬고 마트 안에서도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길에 몇 번 누웠다. 그래도 따뜻한 날이었기에 망정이지 추운 날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기에 조심하기로 했다.
내 몸 컨디션과는 별도로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 침실 창문이 아침에 일어나면 물이 줄줄 흐를 정도로 젖어있다. 이런 현상은 겨울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데 12월에 들어서 날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매일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창문에 물기를 닦는 것이다. 창문에 물기로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추위가 춥다는 건 단지 엄살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 깍두기를 담았다. 친구 어머니가 손수 담은 2년이나 된 된장을 보냈다. 친구 어머니는 요리를 아주 잘한다. 친구네 집에서는 농사도 짓고 자신들 먹거리를 스스로 장만하는 편이다. 된장 맛에 감격해서 나도 깍두기를 담기로 했다. 사실 깍두기를 담는 것도 몇십 년 만인지 모를 정도로 까마득해서 어떻게 담는지 모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흉내를 낸 것뿐이다. 주위에서 받은 무에 사 온 걸 더해서 무가 3종류나 되고 말았다. 설탕이나 단 걸 넣지 않아서 맛이 어떨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중에 봤더니 무를 오래 절인 것 같아 짠맛을 빼려고 씻었더니 무맛이 다 달아나고 말았다.
나에게는 김장에 해당할 정도로 대량의 깍두기를 만든 건 주위에 나누기 위해서다. 항상 무생채나 비슷한 걸 만들어 먹고 주위에 나누기도 하지만 재료를 다 준비해서 깍두기를 담는 일은 없다. 깍두기는 월요일에 친구가 와서 친구와 친구 어머니와 친구 여동생에게 줄 것을 넘겼다. 친한 이웃과 야채를 얻어먹는 이웃에게도 나눴다. 음식을 나누는 또 다른 이웃에게도 나눴다. 그 이웃이 깍두기가 맛있다는 반응이 와서 오늘 다시 큰 병으로 한 병에 비닐봉지에 넣어서 나눴다.
사실, 나는 내가 먹는 것보다 만들어서 나누는 걸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깍두기가 많아져서 기쁜 것은 잠깐이고 이걸 다 먹어야 할 생각을 하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다른 이웃에게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깍두기를 나눌 때는 너무 많이 만든 김칫소도 같이 나눴다. 깍두기는 연말 인사를 겸해서 나눈 것이다.
지금 부엌에는 친구네 집에서 온 귤이 한 상자에 배추와 무, 대파 등이 쌓였다. 다른 이웃이 친정에서 가져왔다는 감과 귤도 한 가방 있다. 홋카이도 대학에 있는 후배가 보낸 맛있는 감자와 호박도 상자에 들었다. 일요일에 친한 이웃과 다른 이웃이 함께 키위를 땄다. 따기가 어려워서 아래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서 키위가 깨졌다. 그런 키위가 큰 비닐봉지 두 개에 가득 담겨서 쌓였다. 상처를 입지 않은 키위는 나누려고 따로 뒀는데 키위가 너무 작아서 주기가 부끄럽다.
문제는 먹을 것이 쌓였는데 내가 먹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부추와 호박, 토마토가 썩어가서 버렸다. 지금 부엌에 쌓인 건 다시 주위에 나눌 생각이다. 그러면 썩어서 버린다고 속상하는 일도 없고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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