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겨울?
동경생활 2012/11/05 00:23 huiya
오늘도 동경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그리고 아주 건조했다. 아니, 12시가 지났으니 어제가 되었다.
지난주는 주중에 대학축제로 이틀이나 휴일이 있어서, 일을 한 것은 이틀뿐이였다. 쉬는 날 같은 단지에 사는 일본아줌마가 오랫만에 놀러왔다. 얼굴에 살이 좀 빠졌다. 혈압약을 먹어서 그렇단다. 휴일에 나는 또 머리를 잘랐다. 이걸로 내가 자기대로 머리를 자르는 게 두 번째다. 머리숫이 많아서 신경쓰이기 시작하면 계속 머리에 신경이 간다. 그래서 날이 추워지기 전에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우선 맨 앞부터 자르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서 자르고 보니 너무 짧게 잘랐다. 뒤는 잘 안보여서 대충 손짐작으로 잘랐다. 너무 짧아서 바가지 모양의 가발을 쓴 것 같다. 아주 이상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지적으로 모자란 사람 스타일을 상상하시면 된다. 거기에다 원형탈모 자국이라도 있으면 완전 바보스타일이 완성된다. 일본에서는 문맥이 다르지만…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 학교에 갔더니 학생들이 놀란다. 그리고 한참을 웃는다. 지각한 학생도 놀라고, 웃기를 한바탕하고 난 다음에야 수업에 집중을 한다. 사실은 머리 뒷쪽이 어떻게 마무리가 됐는지 전혀 자신이 없었다. 내가 머리 뒷쪽을 보일 때 이상하면 학생들이 웃겠지 생각했다. 근데, 이상이 없는 모양이다. 무사히 지나갔다. 수업 감상문에 ‘선생님 머리에 놀랐다’, ‘머리가 개성적이여서 멋있다, 부럽다’ 는 등 호의적이다. 선생중에는 ‘선생님 머리 긴편이 더 예뻐요’ 나는 가볍게 ‘예, 저도 알아요’하고 넘긴다. 다른 선생님은 너무나 충격적인 내 헤어스타일에 쇼크를 받아서, 아무 말도 못한다.
그런데, 그 이튿날 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가을에 접어들어서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벌써 겨울이 왔어? 머리가 너무 짧아서 춥다. 날씨가 갑자기 너무 급격히 변했다. 어제는 친구가 와서 머리 뒷쪽을 정리해줬다. 그리고 나서 둘이서 주위를 산책하러 나섰다. 주위를 보니 나무에도 단풍이 들었다. 며칠전 까지 가을 길목에 들어섰나 했더니, 며칠 새에 가을이 깊어져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이 일주일 정도로 압축이 되었다. 아직 여름옷도 정리를 해서 집어넣지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계절변화에 따라가질 못한다. 나만이 아니다. 지난주 초까지 교실에 냉방을 틀었는데, 주중에 갑자기 계절이 바뀐 것이다. 여름이 너무 길어서 가을을 잡아먹어버렸다. 그래도 가을은 필요해서, 가을이 진하게 초고속 스피드로 압축된 모양이다. 아마 나무들도 바빴을 거다, 하루 이틀 사이에 확 단풍이 들어야 하고… 학생들도 기온변화에 못 따라가서 그런지 감기걸린 아이들이 많다. 나무는 감기에 안 걸리나???
그래도 아직 속에 입는 옷은 반소매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깜짝 놀란다. 교실에 들어가면 나는 우선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킨다. 창가에 앉는 학생들은 춥다고, 창문을 열지말라고 한다. 그러나 안쪽에 앉은 학생들은 덥다. 더우면 학생들이 잔다. 나는 수업을 시작하면 쟈켓을 벗고, 수업을 하다가 목에 스카프를 푼다. 반소매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춥지않냐고 물어본다. 내가 ‘말을 하니까 체온이 올라가지’, ‘아침에 요가를 해서 체온을 올리거든’, 그래도 안믿는 눈치다. 마지막으로 ‘얘들아, 지방두께가 다르단다’ 이 한마디로 학생들은 깨끗이 납득을 한다.
요새는 일교차가 심해서, 옷도 온도조절이 되게 입는다. 겉에 반코트를 입고 안에는 반소매에 쟈켓을 입고, 목에는 스카프를 한다. 아침에 나갈 때 맑으면 덥지만, 역에 서있으면 바람이 차갑다. 집에 돌아올 때는 시간이 늦으면 찬바람이 분다. 그래도 아직 어리둥절 한 상태이다. 계절변화가 실감이 안난다. 달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벌써 11월이니까, 달력과 실감하는 계절에 차가 있다. 요 몇년을 보면, 겨울에서 봄이 오나 싶으면 갑자기 여름날씨가 되고, 가을도 짧아져서 봄가을에 입는 옷을 입을 일이 별로 없다. 그 전에는 여름은 냉방으로, 겨울에는 난방으로 한여름옷과, 한겨울옷은 필요가 없었다. 봄가을옷이 많이 필요했고 많이 입었다. 그런데 요 근래는 봄가을이 압축되어 가는 경향이다. 대신 여름이 질리게 길고 무섭게 덥다. 겨울도 길어졌고 추워졌다. 옷도 그에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봄가을이 짧아진다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다. 겨울을 아쉬워하며 봄을 기다리는 시간도, 무더웠던 여름에서 가을을 맞을 여운도 없어졌다. 계절도 기온도 마치 기계적으로 스위치를 돌리는 것 처럼 변화해간다. 이 전에는 이런 변화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것은 아니였다.
오늘은 겨울옷을 꺼내서 봤다. 어떤 옷들이 있는지, 겨울옷도 있기는 있다. 그런데 아직 실감이 안난다. 가을옷도 아직 안입었는데, 겨울옷을 입을 때가 된 건가… 어쨌든 머리가 너무 짧으니 목도리는 일찌감치 꺼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