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동경생활 2013/01/17 19:03 huiya
오늘 동경은 포근하고 따뜻한 날이였다.
그래서 며칠 전에 눈이 내려 쌓였던 것도 햇빛이 바랜 쪽은 다 녹았다. 햇빛이 안드는 쪽은 눈이 그냥 남아있다.
오늘 아침은 어제 일을 좀 많이해서 그런지 피곤했다. 그러나 습관이 되서 항상 일어나는 시간에 눈이 떠졌다. 아무래도 창밖 햇살이 따뜻한 날씨가 될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럴때는 우선 두꺼운 커텐을 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날이 따뜻하든 말든 내 머리쪽에 있는 커텐을 연다. 그래야 방이 밝아지니까. 그러나 추워도 커텐을 여는 것과 기뻐서 커텐을 여는 것은 다르다. 오늘 아침은 기쁜 마음으로 커텐을 열었다. 좋은 날씨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창문을 바라보니 해가 뜨기 직전이다. 이윽고 해가 뜰 것 같다. 창문을 열어서 베란다에 나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잠자던 옷차림으로 그냥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는 데 하나도 춥지가 않았다. 베란다에서 아침 해가 돋아오는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나니 춥다. 그리고 오늘은 쉬는 날이여서 평소처럼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불속은 체온이 남아있어서 따뜻하다. 다시 잠들었다. 아무래도 어제 아침 첫교시에 강의를 끝내고 다른 데 강연이 있어서 일을 많이 했던게 피곤했나보다. 강연이 힘들었다기 보다 강연하러 학교까지 왕복 하는데 빠르면 세시간 늦으면 다섯시간이 걸린다. 동경에 살면 길위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어제는 일을 두배나 한 것이다. 거기에다 일을 많이 했다고 밤에 과식을 했다. 이게 다 피곤을 더하고 잠을 많이 자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드물게 아주 늦게까지 잤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나니 벌써 오전이 지났다.
어제 산 주황색 쉐타와 빨간 윗옷을 손빨래 했다. 크리닝을 한 것이라도 손빨래를 하면 더 개운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휴일답게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어제 닭을 삶아먹었던 국물에 감자와 당근, 파와 배추를 넣고 스프를 끓여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배추는 안넣는데 아무래도 야채가 부족해서 배추도 넣었더니 맛이 더 달아진다. 스프에 간을 맞추려고 소금을 넣었다. 큰닭을 한마리 삶았던 국물이라 국물맛도 짙다. 거기에 배추도 넣어서 달아졌으니 소금도 넉넉히 넣어야 간이 맞는다. 나는 보통 국물에 소금을 안넣는다. 국물을 떠서 먹을 때 소금과 후추을 쳐서 간을 맞추는 쪽이 훨씬 소금을 덜 먹는다. 그런데 오늘은 직접 국물에 소금을 넣어서 간을 했다.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 그 국물을 먹으니 금방 몸이 부워온다.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니 마치 땅굴속에 들어있는 두더지가 되는 기분이다. 두더지와 두더지형제 자매분들께는 미안하다. 두더지에 대해서 모르지만, 그냥 기분이 그랬다. 눈도 녹았을 것이고 걸을 만 할 것 같아 산책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가니 윗층 아줌마가 우편함을 잠그고 있다.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작년말에 남편분이 내가 소음을 낸다고 그랬다는데, 우선 미안하다고. 그런데, 내가 개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내가 들어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랬더니 이 아줌마가 마치 부하직원에게 보고를 듣는 것 같은 자세다. 거만하다. 그러면 내가 소음을 안내면 어느 집에서 소음을 내느 것 같냐고 묻는다. 어느 집이 아니라, 배관에서 나는 것 같다. 관리사무소에 말해서 소리나는 원인을 조사시켜야겠단다. 마치 아파트단지 전체가 자기네 집 같다. 다른사람들이 세입자고, 자기네가 주인인거 같다. 근데 좀 이상하다. 이런사람들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 이 아줌마도 좀 이상한 건가, 그런 느낌이 든다. 결정타를 날렸다. 남편이 그러는데 목욕탕에서 나는 소리도 시끄럽단다, 그럴리가 없는데, 내가 내는 소린줄 알았다. 아니다, 목욕물 뎁히는 가스불소리가 아주 시끄럽단다. 나는 두손을 들었다. 당신네 부부 이상하구먼. 가스불소리가 시끄럽다니, 사람이 일부러 내는 소리면 시끄럽다고 해도 되지만, 기계가 내는 소리까지 트집을 잡으면 할 말이 없다. 목욕물 뎁히는 가스불소리가 시끄럽다면, 나보고 어쩌라고…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이사람네는 아파트에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네가 내는 소리는 없는 줄 안다. 다 다른사람 탓이다. 내가 분쟁을 만들기 싫어서 미안하다고 했지만, 당신네나 나는 똑 같은 입장이거든요. 당신들에게 ‘지배’를 받아야 할 사람은 없어요. 관리사무소도 마찬가지다. 같은 데 살면서 자기네가 대단한 줄 안다. 이상하다는 걸 확인했다. 상대를 하면 안되겠다. 머리가 아파온다.
낮은 산이 있는 공원까지 산책을 하고 왔다. 공원에 있는 연못이 얼어서 꼬마들이 맨발로 얼음을 깨고 놀고 있었다. 나도 눈덮인 공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왔다. 얼굴이 빨갛다. 방에 있는 꽃에 물도 갈고 시든 꽃은 버렸다. 두더지가 땅굴에서 나가 이웃과 대화를 나누고 눈덮인 공원을 산책하고 들어왔다.
내 땅굴 베란다에서 찍은 겨울해가 돋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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