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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겐헌터

물건을 산다는 것

오늘 동경은 맑고 기온이 낮아서 추웠다. 어제는 최고기온이 3도에 저녁에는 눈까지 오는 아주 추운 날씨였다. 나는 눈이 아주 많이 올 줄 알았더니 많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밖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있는 곳도 꽤 있다. 눈이 남아 있다는 글을 쓰고 밖에 나가서 확인 했더니, 거진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공원이나,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는 눈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다음주 내내 이번 겨울들어 가장 추운날이 계속될 모양이다. 동경은 겨울에도 평균 최고기온이 10도 이상으로 15도 이하다. 최저기온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별로 없어서 영하로 내려가면 추운 날씨다. 다음주는 최고기온이 10도에 미치지 못하니 추운 날씨가 된다.


어제는 날씨가 추워서 옷을 많이 껴입었다. 티셔츠를 두 장에 레깅스도 두 장 겹쳐서 입었더니 몸이 둔해서 움직이는 것도 이상했다. 저녁 무렵에 발견한 보온대책은 모자를 쓰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밖에 나갈 때도 추운 날에만 모자를 썼는데 방에서 모자를 썼더니 아주 따뜻하다는 걸 알았다. 그만큼 어제는 추웠다. 최고기온이 3도였으니까, 추운 날이었다. 거기에 하루종일 눈이 왔다. 



오늘은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지역축제라는 작은 시장이 서는 날이다. 아는 사람이 수공예 한 물건을 판다고 했다. 거기에 아는 이웃이 있어서 물건을 사주러 가는 것이다. 아침 10시에 시작하는데 빨리 가지 않으면 좋은 물건이 다 팔린다고 한다. 오늘은 햇볕이 나서 아침에 빨래를 한번 돌리고 이불을 널었다. 다시 빨래를 세탁기에 집어 넣고 서둘러서 집을 나섰다. 주민센터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많았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쌀을 쪄서 떡을 만들고 축제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우선, 건물에 들어가서 봤더니 내가 찾는 가게가 없었다. 안내에 있는 분에게 물었더니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바깥에 그다지 들지 않는 곳, 바람이 부는 곳에 가게가 있었다. 외국에 여행을 갈 때, 아는 사람이나, 새롭게 만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착한 가격에 쓸만한 것이 있으면 평소에도 많이 사는 편이다. 오늘은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팔아 주러 간 것이다. 처음에는 살게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주변에 걸린 옷이나, 소품들을 찬찬히 보고 있었다. 다른 곳도 둘러 봤지만, 그다지 살만한 것이 없었다. 다시 아는 사람네가 하는 곳에 왔더니 물건을 많이 내놔서 살 것이 꽤 많았다. 


살 것을 대충 사고 옆에 새로 가게를 낸 사람 물건이 좋아 보여서 보러 갔다. 물건은 나쁘지 않은데, 말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자기가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서 외국에서 산 물건이라고 한다. 물건을 집어서 가격을 물으면 원래 비싼 것이라고 한다. 계속 하는 말이 자기 자랑이다. 주로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해서 나도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했다. 나에게 해외여행 다닌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래도 계속 뭔가 가르치려고 든다. 나는 이사람 물건이 팔리지 않겠다는 걸 알았다. 물건이 나쁘지 않은데 관리상태가 나쁘다. 아무리 비싼 것이라도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상태가 좋지 않다. 그리고 그런 장소에서 파는 것은 원래 가격이 얼마라서 어쩌고는 필요가 없다. 물건의 상태에 대해서도 한 두 번 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이 더럽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물건을 보는 걸 좋아해서 찬찬히 보고 말도 들었다. 결국, 거기서 산 것은 신상으로 가장 싼 것만 샀다. 그것도 아주 싼 가격도 아니었지만, 그냥 쓸 만한 것 같아서 샀다. 장소는 그늘이 져서 추운 곳에 오는 사람도 없는데, 유일한 손님인 나에게 자기 자랑만 늘어 놓다니,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오히려 그말을 들어준 내가 돈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이런 사람에게 물건을 사면 나중에 좋지 않은 기억이 남을 것이라, 신상으로 소모품만 샀다.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봤던 사람은 얼마 사지 않았는데도 작게 접을 수 있는 새 쇼핑백에 넣어서 준다. 쇼핑백도 팔아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아주 귀여운 극세사 양말을 여러 켤레 나와서 샀다. 작년에 호주에서 손님이 왔을 때, 아주 좋다고 해서 선물로 쓸 예정이다. 양말이 귀엽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돌아 가셨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귀여운 걸 하고 있으면 간호사들이 관심을 더 가져준다고 한다. 그래서 귀여운 양말을 많이 사뒀는데, 어머니는 돌아 가시고 신상 귀여운 양말이 많이 남은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듯 말을 하지만, 딸이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 놓고 어머니가 간호사들 눈에 들길 바라는 마음이 보인다. 이런 사람에게는 살 것이 있으면 더 사고 싶다. 


내가 지난번에 한 번 인사한 사람 가게에 돌아 왔다. 다시 아는 사람네 가게에 갔더니, 착한 가격에 쓸만한 물건들이 있어서 대량으로 구매했다. 수공예를 다양하게 많이 하는 분이다. 내가 물건을 좀 샀더니, 덤으로 이것저것을 주신다. 덤으로 받아도 될 만큼 산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 사람이기에 조심스러워서 물건을 살짝 보고 살 것이 있으면 말을 걸고 살 것이 없으면 조용히 떠났다. 다양한 수공예품을 착한 가격에 내놔서 나중에 차를 마시러 갈 때 물어봤다. 왜, 그런 가격에 물건을 내놓느냐고 했더니, 자기가 원래 만드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좋아해서 활용해주면 기쁘다. 그리고 이런 지역행사를 돕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서 낸다고 한다. 이분 물건을 보면 그런 마음이 보인다. 단지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걸 제공해서 다른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원한다. 역시, 그렇구나 싶었다.


이분이 낸 물건을 아주 많이 샀다. 착한 가격이라도 많이 사면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아마, 그런 곳에서 비싼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많이 산 걸로 치면 나만큼 산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결국, 물건이 나쁘지 않아도 사는 사람에게 자기 자랑이나 하는 사람에게서 물건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건을 살 때는 단지 가격이나 품질만이 아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공유하는 마음도 따라온다. 내가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은 좋은 마음으로 나누려고 물건을 만들어 내놓은 사람 것이었다. 당연하다. 물건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느끼니까, 기분이 좋아서 결국은 돈을 꽤 많이 쓰면서도 좋은 기분이 된다. 


오늘 물건을 꽤 많이 샀지만, 나를 위해서 산 것은 별로 없다. 대부분 아는 사람이나, 아직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산 것이다. 거기에 좋은 기분이 딸려 왔으니, 바겐헌터로서는 괜찮은 쇼핑이었다. 바겐헌터의 길도 쉽지 않아서 단지 비싼 것을 싸게 사는 것만이 아니다. 나쁘지 않은 걸 기분좋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누군가에게 줄 선물은 좋은 기분으로 산, 좋은 기분을 전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아, 참 강아지 산책에서 가끔 만나는 사람에게 산 잇세이미야케의 플리츠 플리즈 바지를 300엔에 사서 집에 와서 레깅스 위에 입고 청소를 했다. 널널하고 아주 편한다. 무진장 편해서 여행을 다닐 때 유용할 것 같다. 잘 산 것 같다. 이바지를 하나 건진 것으로 오늘 산 것이 다 공짜가 되는 느낌이다. 




사진은 오늘 산 물건들이다. 위에서 차례로 소개하면 인형이 많다. 가방들이다. 작은 지갑이나 가방이다. 수세미와 작은 손뜨개 가방은 덤으로 얻었다. 빵꽃이다. 자기 자랑을 하던 사람에게 산 것이다. 귀엽고 따뜻한 양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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