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8 플리마켓 가는 날
오늘 동경은 며칠 만에 맑고 좋은 날씨였다. 어제까지 계속 비가 오고 추운 데, 태풍까지 겹쳐서 좀 우울한 날씨였다.
휴일이어도 날씨가 좋으면 할 일이 많다. 아침에 좀 늦게 일어났지만, 일어난 다음부터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풀가동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요가는 쉬고, 이불과 베개를 널었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면서 밀린 빨래를 했다. 세탁기에 돌리는 빨래와 손빨래를 동시에 했다. 요새 추워져서 입는 옷이 많아 빨래도 많아졌다. 한동안 신지 않던 스타킹도 요새 추워서 신는다. 세탁한 빨래를 널고 나니 열 시가 넘었다. 오늘은 역근처에서 핼러윈 행사를 한다. 거기에서 벼룩시장이 선다. 날씨가 좋아서 거기에 가려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어제도 고마바에 바자가 있어서 비가 오고 추운 데도 갔었다. 보통 옷을 많이 건지는 데, 어제는 옷이 거의 없고 신발을 좀 건졌다. 신발은 좋아 보여도 신어봐야 아는 것이라, 성과는 아직 모른다. 거기에다 수공예품을 좀 건졌다. 오후가 되어 엄마네 갔다. 집안 분위기가 나쁘다. 아버지는 외출 중이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좀 싸웠단다 그래서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전에 집에 가란다. 엄마방에 가서 사온 걸 보이고 짐을 다시 챙겼다. 내복 산 걸 아버지와 아들 걸 나눠주고 내 걸 챙겼다. 반찬을 만들려고 마트에서 산 꽈리고추와 멸치도 줬다.
아랫층에 가서 밥에 인스턴트 하야시 라이스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따뜻한 코코아에 카스테라를 먹고 어두워지기 전에 일찌감치 길을 나서기로 했다. 엄마는 계속 바자에서 사온 걸 보고, 밑에서 밥을 먹는 데 있으면서 요새 어떻게 지냈는지 말을 했다. 그래도 바자에서 좀 건지고, 엄마 얼굴도 봤으니까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비가 그쳐서 다행이었지만, 짐이 많고 큰 우산도 들고 있어서 불편했다. 집 가까운 역까지 전철을 타고 왔다. 집에 와서 짐을 정리하니, 현관이 구두로 꽉찼다. 아직 여름 구두를 정리해서 집어넣지 않은 데에, 겨울구두도 나와있다. 여름구두는 날씨가 좋은 날 바람을 쏘이고 솔질을 해서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곰팡이가 쓴다. 그동안 날씨가 더웠고 비가 와서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내일 햇빛이 나면 여름 구두를 말려서 솔질을 해서 정리해야지… 오늘 아침 바쁜 와중에도 여름 셔츠를 좀 정리해서 옷장에 넣었다.
벼룩시장이나, 바자에 가서 물건을 건지거나, 싸게 사려면 일찍 가거나 늦게 가는 것이 좋다. 일단, 일찍 가면 건질 게 많다. 그대신 가격이 아주 싸지 않다. 그래도 벼룩시장 가격이니까, 건질 만한 게 있으면 아주 싸게 사는 거다. 늦게 가는 것은 가격이 아침에 낸 가격에서 반으로 내리거나, 아니면 떨이로 싸진다. 그대신 물건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물론 가게에 따라서 가격을 안 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어중간한 시간에 가는 게 별로 안 좋다. 건질 물건이 있을 확률도 낮고 사람도 많고 가격도 싸지 않다. 그러나 그 때가 가장 벼룩시장다운 시간이기도 하다. 벼룩시장이 재미있는 것은 꼭 물건을 싸게 건지는 것 만이 아니다. 물건을 보면서 파는 사람과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벼룩시장에서 가게를 내는 사람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자기가 쓰던 물건을 파는 사람과 장사로 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기가 쓰던 물건을 파는 사람걸 사고 말을 한다. 물건을 보고 사면서 먼저 쓰던 사람의 추억도 공유한다. 사는 사람도 두 종류로 나뉜다. 생계형과 취미형이다. 나는 생계형이면서 취미형이다. 요새, 생계형이 부쩍 늘었다. 실은 어제도 벼룩시장이 열릴 예정이었는 데, 태풍으로 중지했다. 오늘도 행사가 열릴지, 안 열릴지 몰랐다.
오늘은 일찍 가려고 했는 데, 이불을 널고 세탁을 하다 보니 열 시가 훨씬 넘었다. 바겐헌터로서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겐헌터의 고수답게 나름 패셔너블하게 입고 간다는 것이다. 멋쟁이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파는 사람들이 대하는 것과 말하는 차원이 다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치이지만 세계적으로 통한다. 오늘은 청바지에 민소매 빨간 티셔츠, 빨간스카프, 감색 윈드 브래커를 걸쳐 입고 빨간 샌들을 신었다. 백팩도 감색으로 나름 오늘 날씨에 맞게 입고 나갔다. 벼룩시장에서는 더워서 윈드 브래커를 벗고 빨간 티셔츠에 스카프를 한 차림이었다. 오늘만큼은 눈에 확 띄는 사람이라는 게 장점이고 효과적이었다. 파는 사람들이 말을 건네보고 싶은 사람인 것이다.
가까이 살면서 어중간한 시간에 나간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광장 쪽을 보니 한산했다. 벼룩시장은 열리나 그러면서 벼룩시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와글 와글하다. 벌써 물건을 건져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가 좀 일찍 왔어야 했는 데 어쩔 수가 없다. 맨 밑에서 차근 차근 보기 시작한다. 아랫쪽에서 좀 비쌌지만, 몇 개를 샀다. 그 옆가게도 좋은 물건에 사이즈가 맞는 것이 있어서 좀 샀다. 주로 흰색옷과 신상 티셔츠를 싸게 샀다. 그 다음부터는 하나씩 보지만, 건질 만 한게 별로 없었다. 가게도 보통 때 보다 적었다. 맨 위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본다. 같은 단지에 사는 아줌마가 놀러 온다는 시간이 몇 시였는지 확인하는 메일을 했다. 두 시인 모양이다. 야채와 과일을 파는 가게가 있는 줄 알았더니, 오늘은 없다. 먹을 걸 파는 가게도 아주 적다. 아무래도 태풍 때문에 어제 쉬어서 그런 것 같다. 이틀 연속이면 몰라도 하루를 위해서 가게를 설치하고 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