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날씨가 맑았다가 오후 늦게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비가 계속 오고 있다.
일본은 오늘부터 '레이와'라는 새로운 연호가 시작되는 날이다. 나는 일본에서 TV를 보지 않아 TV에서 전하는 걸 바로 알지 못한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주변 풍경을 보고 싶어서 외출을 했다. 우선, 가까운 마트에 갔는데, 휴일이라, 사람이 조금 더 있다는 것 외에 평소와 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조금 더 큰 곳으로 갔다. 여기는 4월에 대폭 확장해서 다시 오픈 한 곳으로 이 근처에서 대표적인 마트다. 다른 점을 하나 본 것은 도미라는 생선이 좀 많이 있었다. 일본에서 도미는 '타이'라고 해서 경사롭다는 뜻의 '오메데타이'와 이름이 겹친다. 그래서 경사에는 '타이'를 먹는다. 보통은 머리가 달린 도미를 쓰는데, 오늘 본 것은 해체되어 잘린 것이었다. 거기에 설명은 지금이 도미가 맛있는 철이라고 양식이라는 안내가 있었다. 단지, 도미가 맛있는 계절이라, 좀 많았던 것인가? 아마, 그게 맞겠지. '레이와'를 축하하는 의미라면 다른 안내문이 달렸겠지.
내가 사는 동네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곳이다. 그런 곳에 가끔 적막을 찢는 소리가 있다. 가까운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 것은 소방차와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달리는 것이었다. 소방차와 세트로 다니는 경우는 드물고 구급차가 달리는 일은 종종 있어서 무감각의 경지에 이르렀다. 오늘은 휴일이라, 산리오 퓨로랜드 근처에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역시 휴일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주말과는 달리 사람이 많아서 축제라도 열린 줄 알았다.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과 젊은 여성들끼리 온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스컴에서는 '레이와'가 시작된다고 어제부터 난리가 난 모양이지만, 조금 떨어지면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아베정권에서는 '헤이세이'가 끝나고 '레이와'가 시작되는 동안 많은 의식이 치러지는 걸 통해서 자신들 지지율을 올리는데 이용하려는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아주 잘 보인다. '헤이세이'시대에 재임한 천황은 일본 국민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아베 정권에 대해서는 '견제'하는 모양새까지 보일 정도의 역할을 했다. 아베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천황을 앞세워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레이와'시대의 천황을 아베정권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어쩌다가 나는 '레이와'시대 천황과 같은 세대다. 왕세자일 때, 결혼은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결혼식도 화려했고 왕세자비가 외국 경험이 풍부하며 우수한 캐리어 관료 출신이라는 것도 아주 이색적이었다. 학교로는 왕세자비와 같은 세대라, 그 시대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경험했기에 감회가 새로운 점도 있다. 왕세자비는 그 시대의 아주 매력적인 여성상으로 왕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기도 했다. 왕세자와 왕세자비는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고, 왕세자비가 몇 번이나 거절했던 것으로 안다. 결국, 왕세자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여서 결혼한다. 젊었을 때 왕세자에 대한 보도를 보면 아주 소탈한 성격으로 술을 좋아한다는 것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당시 내 주위 같은 세대가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왕세자비 아버지가 관료이기 때문에 왕세자를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왕세자를 거절했다는 여성이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나? 어쩔 수가 없다는 말도 들었다. 한편으로 같은 세대 여성으로 친구들이 한 말은 왕세자비가 되어 왕실로 들어가는 것이 "측은하다"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왕실에 들어가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을 테니까, "안됐다"라고 봤다. 결코,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왕자님과 결혼하게 된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가 아니었다. 왕세자비가 되면 평생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왕실의 관습에 따라야 하니 개인으로서 자유가 없는 인생을 사는 것이라,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결혼해서 살면서 왕세자비가 매스컴에서 뚜드려 맞을 때도 있었다. 왕실에서 적응을 못하는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보도를 볼 때는 "안타깝다"는 마음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하며 자유롭게 살아온 우수한 캐리어 지향의 여성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봤다. 왕실 주변이나 남성들 세계인 매스컴에서 볼 때, 그런 왕세자비가 마음에 들지 않다는 시선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같은 세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복잡한 심정이 될 때도 있었다. 일본은 우수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기는 정말로 힘든 사회다. 매스컴에서 왕세자비가 잘못한 것도 없이 뚜들겨 맞을 때, 왕세자가 매스컴을 향해 날을 세워, 소신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이번 천황도 자기 주관이 있고 강단이 있는 사람이다.
같은 세대인 천황이 부디 일본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는데 힘을 써주는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황후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천황과 행복하게 살아 줬으면 한다.
오늘부터 '레이와'라는 시대가 시작되지만, 바뀌는 것은 연호일 뿐 지금까지 생활의 연장선이다. 연호가 바뀌고 천황이 세대교체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매스컴에서 '헤이세이'가 막을 내리고 '레이와'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고 온갖 쇼를 해도 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 정치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서 이용하려는 것이 너무 보인다. 뭔가 들뜬 축제 분위기가 되면 많은 것들이 감춰지기 때문에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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