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6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아내들
오늘 동경은 아침은 흐렸다가 낮이 되면서 비가 왔다. 오늘은 가까운 대학에서 일 교시에 강의가 있는 날이다. 꾸물거리다 지각할 뻔했다. 교실에 들어가면 냉방을 켜지 않아서 교실이 후덥지근하다. 학생들에게 먼저 오면 냉방을 켜라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강의를 마치고 도서관에서 원고를 교정하고 읽은 책을 반납하고 새로 책을 빌려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야채파는 곳에서 햇감자와 오이, 즈키니를 사 왔다.. 집에 와서 손빨래를 해서 널고 감자와 즈키니를 볶아서 일찌감치 저녁을 먹었다.
월요일에 빌린 책이 요새 화제가 되고 있단다. 도서관에서 빌릴 때, 카운터에 있는 사람이 “선생님, 이 책이 요새 화제랍니다. NHK에서도 …….” 나는 제목을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내용을 훑어봤더니, 제대로 쓴 책이었다. 일본 여성들의 감춰진 속내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일본에 오래 살지만, 여성들의 속내를 제대로 알려주는 책은 별로 없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래전에 여성들이 죽어서 남편과 같은 무덤에 들어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죽어서도 남편과 얽히는 것이 싫다는 걸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결혼해서 죽으면 남편과 같은 무덤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까. 남편들은 충격을 받았다. 아내들이 그런 속내를 전혀 몰랐으니까. 이번에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남자들이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아내들”이다. 언뜻 제목을 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못된 것 같지만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책에 나온 내용만이 아니라, 내 동창생과 주위 사람들에게 상담을 하니까, 들은 말들과 비슷하다. 단지 내가 상담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남편이 죽기를 바랄 정도의 애정이 없을 뿐이다.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그래도 남편에게 애정이 남아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왜 남편이 죽기를 바라게 되는 걸까?
이전에는 전업주부가 많았지만, 점차 맞벌이 부부가 많아져 가는 추세다. 전에는 맞벌이라도 남편은 정규직에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남편이 정규직이라도 평생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추세라서 여성들도 정규직으로 취직하면 이전처럼 결혼이나 출산으로 퇴직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결혼이나 출산으로 퇴직을 하는 여성이 적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둘셋이나 낳고 키운다. 친정이나, 시집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같이 살면서 아이를 봐주는 도우미 아줌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내가 매일 전쟁처럼 사는데, 남편이 적극적으로 가사나 육아를 돕지 않는다. 아내가 육아와 가사에 정규직으로 일하느라고 미친 듯이 사는 걸 같이 사는 남편이 남의 일처럼 방관했다. 아니, 도움을 주지 못할 망정 부담을 주면 안 되는데,, 부담을 줬다.
예를 들면, 아내가 임신해서 입덧을 하느라고 먹지도 못하는데, 남편은 혼자서 외식하고 술을 마시러 다닌다. 남편은 아내를 배려한 것이라지만, 아내도 배가 고프고 술도 마시러 다니고 싶다. 아내가 임신 중에 바람을 피우는 남편도 있다. 아내는 화가 난다. 화가 나지만 참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아내가 육아휴가를 받아서 아기를 돌보고 가사도 전담하게 된다. 남편도 법적으로는 육아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2014년 2.3%가 받았다고 한다. 그 기간도 5일이란다. 남편으로서는 최대한 노력해서 받은 것이지만, 아내 쪽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남편이 육아휴가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회사에서 싫어하니까…… 아내가 육아휴가를 받아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면 남편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보다 편해진다. 그것에 익숙해서 아내가 복직해도 아내가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게 된다. 남편은 일이 더 바빠지니까…… 아기들은 보육원에 맡겨도 열이 나고 각종 병을 잘 얻어온다. 열이 나도 일터에서 아기를 데리러 가는 것은 엄마다. 복직을 해도 회사나 동료에게, 보육원에도 미안해하면서 아기를 데리러 가야 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픈 아기를 혼자서 돌본다. 남편이 있지만, 도움이 안 되는 실질적인 싱글맘 상태다. 그런 것이 쌓이고 쌓여서 몇십 년을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는 아빠니까, 아빠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정서상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혼을 하면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도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주 버겁다. 그래서 이혼보다 조건이 나은 것이 남편이 죽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죽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싱글맘으로 살 수 있을 정도의 사회보장이 있다면, 이혼을 택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중심으로 사는 아내와 회사일을 중심으로 사는 남편은 점점 집에서 말도 안 하게 된다. 말도 안 하는 사이에 섹스도 없다. 남편은 아내가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지만, 눈치로 화가 난 것은 안다. 화가 난 아내는 무서우니까, 피하고 싶다. 평일에도 늦게 오고 휴일에도 잔업을 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피신처가 되니까 회사에 가고 싶다. 악순환이다. 그렇게 사이는 점점 벌어져 가는 것이다. 통계상으로 남편이 아내에 대한 애정이 식는 것도 아니다. 통계상의 아내가 남편에 대한 애정은 점점 식어간다. 부부 사이가 나쁜 것은 아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 실질적 싱글맘으로 산 아이와 아내의 관계가 돈독한 것에 비해 남편들은 고립되고 소외된다.
한편 남편이 나쁘냐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남편들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이 육아나 가사를 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밖에서 일을 해서 월급을 갖다 주면 되는 걸로 안다. 즉, 남편으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아내가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가사를 한다는 걸, 남편이 꼭 원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 것도 아내고 일을 계속하고 싶은 것도 아내다. 그리고 가사나 육아도 같이 해봐야 어떻게 하는지 안다. 남편들도 아내를 돕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노동으로 회사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아내를 도울 정신적이나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다. 그래도 회사 일만 하는 남편들은 아내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다. 아내가 보기에는 남편이 도울 마음이 없는 것 같아 괘씸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규직인 아내가 아니라, 전업주부도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항상 수면부족인 생활을 보낸다. 아이를 둘이나, 그 이상을 키우면서 정규직으로 일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화요일에 영국인 동료에게 물었다. 영국인 동료는 아들 하나다. 일본 여성이 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둘 이상 키웠다는데, 상상이 되냐고 하니까, 자기는 죽었을 거라고.. 자기 남편은 많이 도와주는 편이라,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고 싶지만 어렵단다. 자기는 파트타임이라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어도 힘들었다고 한다. 가족이 각자 시간대가 너무 달라서 가족이 함께 할 기회조차 적다고 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불쌍하다고.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 텐데, 일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회다. 물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 필요가 있지만, 가족이 희생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희생된 결과 남편이 죽기를 바라는 아내가 되는 것이다. 아내에게 사랑받는 남편으로 사는 길도 있다. 남편들이 그 길을 택해서 노력을 하느냐에 달려있지만 말이다.
남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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