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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무기력한 학생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비가 오다가 저녁 무렵에 개었습니다. 기온은 낮아서 최고기온이 20도였지만, 습도가 높아서 좀 움직이면 머리에서 땀이 쭉 내려왔습니다. 손수건 한 장을 완전히 적셨습니다. 아침과 낮에 지진이 있어서 좀 길게 흔들렸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지반이 단단하다는 곳으로 지진으로 큰 피해가 있었다는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지진이 난 후에 택지개발을 해서 엄청 비싸게 팔았는데, 그곳은 주변과 담을 쌓아서 지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거기는 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출근하려면 역까지 꼭 차를 타고 나와야 합니다. 주변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담을 쌓았다는 게 웃겼지요. 

 

오전에 세무서에 가려고 했는데, 점심시간과 애매하게 겹치면 가서 기다리는 시간이 기니까, 아예 점심시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나갔습니다. 에고, 하필이면 내가 나간 시간에 전철에 자살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다행히 내가 탄 전철을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 지나치는 역에서 사고가 났다니 기분이 영 께름칙합니다. 동경에서는 자살사고가 일상이라서 익숙해지고도 남을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자살사고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사람들이 익숙해져야 한다는 어떻게 '정상적'인 것이며, 일상이 됩니까? 하지만, 동경의 현실은 그런 걸 받아들이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지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에 상처 받다가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나도 같은 인간인데 오며 가는 길에 사람들이 길에서 죽는다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면 너무나도 '비정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동경의 상황이 그렇답니다. 

 

일본에는 '고립'된 사람이 많아서, 천만명이라고 합니다. '고립'된 사람들은 여러모로 가장 취약한 조건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고독사' 예비군이겠지요. 전철의 자살사고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독사'도 보통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주에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걸 알리는 전단지가 왔습니다. 아파트에는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고독사'를 예방하는 차원입니다. 2015년 동경도 23 구내에서만 '고독사'가 3,127 명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말하면 서울 시내라고 보면 될까요? 서쪽으로는 많은 시가 서쪽으로 전개되지요. 제가 사는 주소는 하치오지시인데, 면적이 동경 23구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아주 넓지요. 그런데, 2015년 동경 시내에서만 '고독사'가 3,127 명, 2016년에는 3,179명이라고 해서 한국은 어떤지 궁금해서 검색해봤습니다. 일본자료라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2016년 1,232명이라고 나옵니다. 일본의 경우는 2011년 닛세이라는 보험회사에서 추산한 것이 27,000명이라고 합니다. 적게 봐도 연간 3만이 넘는다고 봐야겠지요. 일본에서 자살이 연간 3만 명이 넘는 것이 10년 이상 지속했는데도 무관심했던 것이 기억에 있습니다. 자살이 3만 명이 10년이면 지방도시 하나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합니다. '고독사'도 마찬가지겠지요. 

 

일본에서 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가 '고령화'인데, 즉 '저출산'이라는 거지요.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참으로 무심합니다. 현재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무심한데, 젊은 사람들이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고 싶을지 궁금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결혼해라' 하면서,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아이를 '낳으라'라고 하기 전에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정치를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케어하지 않고 자꾸 낳으라는 것은 설득력이 상당히 부족해 보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젊은 외국인을 '노동자'도 아니고, '학생'이나, '연수생'으로 어정쩡하게 받아들여서 싼 임금으로 노동을 시킵니다. 아주 대놓고 착취하는 거지요. 이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쓰지요, 제 전문분야이지만, 너무 문제가 많아 화가 치밀어서 쓰기 싫을 정도입니다. 일본은 실업률이 낮은 정도를 넘어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상합니다. 히키코모리라는 은둔형이 6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들은 다 집에서 '재택근무'라도 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분명히 일을 못하고 있을 텐데, 그들은 실업자인데 통계상으로 들어가지 않는 거지요. 한국에서는 일본이 '천국'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가끔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사회문제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이라도 하지, 일본에서는 말도 못 합니다.

 

요전에 제가 분노한 것은 요코하마에서 어린아이가 두 명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원인을 조사하다가 드러난 것은 후쿠시마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걷어낸 오염토를 요코하마 보육원과 유치원 300군데와 학교 5군데에 넣었다는 겁니다.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런 오염토를 말도 못 하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아야 하는 곳에 넣었다는 게 '악마'가 할 짓이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했지요. 완전히 분통이 터져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느냐고 화를 냈더니, 친한 동료가 웃습니다. 이게 웃을 일이냐고 했더니, 나처럼 화를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웃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른이 지켜야 할 아이들을 그런 위험에 처하도록 하는 것에 화를 내면 안 되냐고 했습니다. "미쳤어, 완전 악마야" 화를 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라고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기가 막힌 일이지요. 어린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런 무서운 일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잊었나 싶을 정도로 무기력합니다. 학생들도 별다른 감흥이 없어서 제가 화를 내면 재미있어합니다. 나는 화를 내는 것이 이상하냐고, 이런 것은 분노해야 돼, 일본의 미래를 박살내고 있는 거야. 학생들은 자신들이 분노하는 것조차 잊고 있다는 걸 잘 모릅니다.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모에 관해서도 말하지만, 멀고 먼 자신들과는 1도 상관이 없는 일로 여깁니다. 

 

이번에 연금으로 부족하다고 노후를 위해서 2천만 엔을 더 저금해야 한다고 해서 난리가 났습니다. 나는 2천만 엔은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 조건이 훨씬 좋은 후생연금을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걸로 압니다. 2천만 엔으로는 턱도 없는데, 보통사람들에게는 2천만 엔을 저금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연금을 내고 거기에 다시 저금을 해야 한다니 부담이 크다는 겁니다. 나는 연금에 대해서 학생들이 민감하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한데, 왜 그럴까.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더 민감한 것이 아닐까. 시내에서는 연금 때문에 데모도 했다고 합니다.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에 대안이 있는지가 관건이지만, 야당에서는 이런 찬스를 살릴 수 있을까요?

 

학생들은 장학금을 빌리고 있어서 취직을 하면 한 달에 2만 엔씩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 일본은 급료가 적은데, 한 달에 2만 엔을 갚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 장학금을 갚다가 보면 결혼도 못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더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학생들이 졸업해서 취직하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갖고 아이를 낳아 살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거의 취직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당연시했던 결혼에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산다는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대학에서 아무 걱정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모자랄 판에 학생들이 벌써 현실을 알고 피로감을 느낍니다. 자신들이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경제상황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상황이겠지요. 그런 걸 직시하기 싫어서 애써 외면합니다. 무력감을 해소할 길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는 '투표'하라고, 너희들이 꼭 '투표'한다고 나서면 일본 정치는 변하지 않을 수가 없다. '투표'하라고 강조합니다. 

 

일본의 현실은 장마철 날씨처럼, 우중충해서 매일 비가 오는 것같이 찌뿌둥해서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상에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 장마철에 핀 수국은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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