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압승이 아니었다. 그래도 압승한 것처럼 하겠지. 막가파로 개헌에 전쟁까지 달리려나. 일본은 어떻게 될까.
오늘도 동경은 비가 오고 흐린 날씨였다. 장마철이 이번 주로 끝나는지 일기예보는 내일까지 비가 오고 수요일 오후에 맑았다가 금요일에도 맑다고 한다. 올해 장마는 한 달 이상 장기전으로 날씨가 사회 분위기까지 좌우한 것 같다. 어젯밤까지도 인터넷으로 참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있었다. 자민당이 과반수를 차지했고 개헌 발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라, 아주 마음이 무거웠다. 개헌 발의 가능한 숫자가 아니어도 아베 총리는 밀어 부칠 텐데, 개헌 발의 숫자가 되면 국민이 개헌을 지지한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봤더니 개헌 발의할 수 있는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헌하려고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투표율이 저조했다. 사람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 선거를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유권자의 반에 미치지 못한 투표율이었다. 수치로는 두 번째로 낮다고 하는데 사실상 가장 낮은 투표율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전에 비해 투표 시간연장과 투표 연령도 낮췄고, 사전투표도 있었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자민당이 득표를 하게 된 것으로 자민당은 그 걸 노리지 않았을까. 또 하나는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하고 한국의 '반일'을 강조해서 자민당 지지를 끌어냈다. 토요일 서울에서 욱일기를 찢는 데모가 있었는데, 일본 매스컴에서 원하는 한국의 '반일'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그림이 되었다. 일본 매스컴에서는 그게 아니어도 어쨌든 왜곡해서 자민당 선거에 유리하게 동원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매스컴을 동원하고 선전광고를 그렇게 쏟아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선거 고지와 동시에 자민당 압승이라고 그렇게 외쳤건만 압승하지 못했다. 사실상 진 것이다. 하지만, 워낙 왜곡의 달인이라, 일본은 자기네가 좋게 왜곡하는 것이 주특기라서 이번 선거 결과도 왜곡할 것이다. 유권자의 반 밖에 투표를 하지 않았지만,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처럼 왜곡하겠지.
아베 정권이 지금까지 한 것을 보면 국민 여론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만 약간 신경 쓰는 제스처를 하지만, 실제로는 막가파다. 그렇기에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할 수 있는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도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개헌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이라는 것이 국민 여론뿐만 아니라, 쉽지 않은 일이다. 개헌하는 내용도 인권 등이 확실히 퇴행하는 내용이라, 법학자들도 기가 막혀하고 있다. 개헌을 발의하면 일본에서는 시민들이 들고일어나서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헌을 발의하면 개헌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또 하나는 아베 총리를 연임시키려는 움직임이 이전부터 있다. 개헌을 발의하지 못하면 아베 총리를 연임시키고 싶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라이벌이 될만한 사람이 없는 모양새다. 자민당에서는 파벌을 존중하고 자민당이 오래 지속할 수 있게 인사를 했는데, 아베 총리는 자기와 가까운 극우인사로 내각을 채웠다. 거기에 절대적인 권력이라, 반대세력을 철저히 탄압해서 라이벌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다. 그래서 자민당에서는 아베 총리를 연임시키고 싶은 측면이 있다. 개헌에 관해서는 아베 총리를 연임시키면 동력이 떨어져서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 일본에는 좋은 뉴스가 없다. 매스컴에서는 경기가 좋다고, 실감이 전혀 없는데 경기가 좋다고 떠든다. 아베노믹스가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처럼 하지만, 일본에서 돈을 찍어내서 경기를 돌렸다. 환율도 억지로 낮게 해서 경기를 유지시켰지만, 경기는 점점 가라앉는 중이다. 올 10월에 소비세가 10%로 인상되면 경기가 더욱 가라앉을 것이다. 새 천황의 오픈카 퍼레이드가 있으니까, 소비세 인상이 주는 네거티브한 측면에 관심이 덜 가겠지. 거기에 내년에 올림픽이 있으니 경기가 가라앉는 인상을 줄일 수 있겠지. 이전부터 앞을 내다볼 수가 없었지만, 올림픽까지는 버티어도 올림픽 이후는 어떻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다.
미국 월가에서는 일본이 올림픽을 하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일본 경제가 올림픽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침체된 분위기와 고령자에게 이전 동경올림픽의 꿈과 희망을 상징했던 추억을 다시 되새김하는 이미지로 동경올림픽을 유치했다. 그래서 일본에서 하는 말은 모든 것이 동경올림픽에 맞춘 말을 한다. 2020년 동경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에 일본을 알리자, 일본 모르는 나라가 있나? 자기가 살아생전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젊은이가 한다. 고령자에 맞춘 말을 그냥 하는 것이다. 올림픽을 정점으로 해서 그다음을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일본 사람들도 무섭다고 한다. 아베 총리가 끝난 다음 어떻게 될지 불안한 것이다. 아베 정권이 잘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조작과 왜곡을 해서 국민을 속였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 더 나빠지지 않고 현상유지를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한다. 폭탄 돌리기를 하는 실정으로 보면 된다.
아베 정권에서는 매스컴을 장악해서 외교를 잘하는 인상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박근혜 시절 자주 나가는 외유를 마치 외교를 잘하는 것처럼, 패션 외교가 어쩌고 저쩌고 포장해서 과대선전 했다. 국민들은 외교 성과가 뭔지 잘 몰라도 매스컴에서 북 치고 장구치고 떠들면 괜히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한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외교를 잘한다고 난리가 아닌데, 그 성과가 뭔지 모르겠다. 주변 국가를 혐오하게 하는 정치가가 외교를 잘한다니 믿기지 않는다. 먼 나라와는 둘째 치고 주변 국가와 우호관계를 다지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는 아베 정권은 최악의 외교를 하고 있다. 단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만이 아니다.
일본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북한을 가장 싫어하고, 다음은 중국, 세 번째로 한국, 네 번째로 러시아다. 주변 국가를 다 혐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변 국가에서는 일본을 좋아할까? 여기에는 주변 국가와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영토문제를 들먹이면서 일본이 주변 국가로부터 공격받는 인상을 심어서 개헌을 하려는 포석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주변 국가를 침략하고 식민지 지배를 한 것은 일본인데, 일본이 피해자처럼 약자 코스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이 일본 사람들에게 아주 잘 먹힌다. 명치 초기에 유럽 열강에 비해 일본이 약소국이었다는 심리가 지금도 유효하다. 대단한 언론플레이다. 사실은 반대인데, 작고 약한 일본을 주변 국가가 침략하려고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골 때린다.
사실, 일본이 왜 이렇게까지 막 밀고 나가는지 모르겠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일본의 고령화 등으로 주변 국가와 우호관계를 다지고 경제적으로 서로 의지하고 유지해 나가는 길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자꾸 거꾸로 역행하는 방향으로 간다. 주변국가에 대해서는 네거티브밖에 없다. 남을 깎아내려야 하는 우월감으로 지탱하고 있다. 정신승리다.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볼 수가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일본이 전쟁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승산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으니까 했다. 막 가파로 나간다. 그 끝이 낭떠러지든 전쟁이든 불사한다는 정치, 위험하기 짝이 없다. 북한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제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길 바란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무기나 항공모함이 아니라, 복지다. 어린이와 고령자, 여성을 위한 정치, 젊은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로 향하면 안될까. 헛소리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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