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경은 장마철 날씨처럼 습도가 높고 더운 날씨였다. 최고기온이 무려 25도였다고 한다. 12월인데 최고기온이 25라는 것은 믿기가 힘들다. 오후에는 저기압에 남풍, 돌풍이 불어서 낙엽이 많이 휘날렸다. 창 밖의 느티나무에서 베란다와 집안으로 낙엽이 많이 날아 들어왔다. 창문을 하나 열어 놓고 나갔기 때문이다. 학교는 내가 사는 곳 보다 훨씬 따뜻한 지역이다. 학교에 갔더니 뜨뜻 미지근한 느낌이었다. 사람도 많지 않은 전철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날씨가 이상했다.
날씨가 따뜻해서 교실도 덥다는 말을 들었다. 2교시 교실에 들어 갔더니 난방을 두 개나 빵빵하게 틀어서 사우나처럼 후끈하다. 난방을 끄고 창문을 다 열고 냉방을 켜서 수업을 했다. 바깥 햇살도 너무 뜨겁다.
저녁까지 수업을 하고 돌아 오는 길에 버스를 타서 앉았는데 정신없이 잠을 잤다. 오늘 학교에서 아주 스트레스를 받은 일과 날씨 때문에 피로가 겹쳤나 보다. 역 가까이 오니 비가 오기 시작해서 전철을 타려는데 비가 엄청 내렸다. 전철이 빗속을 뚷고 도착한 느낌이었다.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걱정을 했는데 집근처에 오니 비가 오지 않는다. 다행이다. 역에 내리니 장마철 같이 습도가 높고 뜨뜻 미지근한 공기가 훅 올라온다. 마트에 들러서 다시마와 마른 청어를 두 마리 샀다. 다른 것은 살 것이 없었다. 고구마 과자도 두 봉지 샀다.
집에 와서는 어젯밤에 끓인 닭곰탕 같은 걸 날씨가 더워서 상할까 싶어 다시 끓였다. 늦은 시간이라, 된장국에 키위, 바나나를 먹었다. 고구마 과자도 한 봉지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피곤할 때는 과자다.
요새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로 인해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오늘도 이상한 사람이 쓸데없이 내 주변을 몇번이나 맴도는 이상한 행동을 해서 내가 견디고 있다가 거의 토할 뻔했다. 수업시간에 좀 일찍 가서 학생들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걱정하면서 필요한 조언을 써줬다. 한 여학생은 말없이 계단을 같이 내려와 주기도 했다. 교실에서는 긴장해서 수업을 하지만 긴장이 풀리면 불쾌감이 다시 몰려온다.
지난 금요일에 가까운 동료에게 상담을 해서 진전상황을 알린 상태라서 마음이 좀 든든했다. 다음부터 화요일 점심시간에는 교실에 남아서 지낼 생각이다. 나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과 말을 하는 영국인동료에게 말을 했더니 내가 너무 민감한 것이 아니냐고 한다. 말이 턱 막힌다. 토할 것 같은 상황을 겨우 참고 있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 나를 의식해서 매주 행동을 달리 하는 것을 4주째 관찰하고 있다. 나의 힘든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 항상 느끼는 것은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가해자에 대해 너그럽게 힘든 내가 왜 가해자를 이해해야 하는지 설득시키려고 한다. 머리가 아파온다. 결론은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그 사람이 하는 불쾌한 행동을 참다가 쓰러져도 내가 너무 민감한 사람이 될 뿐이다.
평소에 가깝다고 느끼던 사람에게 힘든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더 힘이 든다. 힘들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데 상대방에게 상황을 잘 전달하고 이해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내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 안된다는 걸 알았다. 내 마음을 닫는 것이 간단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학생들이 훨씬 나를 잘 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들어서 걱정하는 말을 하는 걸 보니 평소와는 달리 어른스럽다. 그와 반대로 평소에 잘 지내던 여성동료가 엉뚱한 말을 하면서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한다. 아무렴 내가 헛소리로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키고 싶을까, 나는 관종이 아니다. 사람들 시선이 귀찮은 사람이다.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사람의 본심을 알기도 한다. 그렇구나. 노랑 단풍이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색감이 대비해서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잘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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