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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제주도 사람들

책이 왔다!

2018/09/02 책이 왔다!

 

오늘 동경은 아침부터 비가 오다가 멈춘 흐리고 아주 선선한 날씨다. 이틀전 최저기온 보다 낮은 25도가 오늘 최고기온이란다. 날씨가 너무 흐려서 여름에서 갑자기 겨울이 느낌이 든다. 오늘은 비가 오고 날씨가 나빠서 일요일 행사인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지금 태풍이 오는 중이라,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진 모양이다. 비가 오는 것은 가을에 접어드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 기온변화라서 약간 당황스럽다.

 

 

제주도에 관한 책이 새로 나왔다. 8월 초순에 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3일 전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작업이 늦어진 모양이다. 책 제목을 한국어로 하면 '제주도를 알기 위한 55'이 될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장을 썼다. 제주도를 연구하는 많은 저자들이 쓴 것을 한권으로 엮은 책이다. 제주도에 대한 연구 입문서다.

 

원래, 이 책은 엮은이에 이름이 나와있는 양성종 선배로 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양선배 혼자서는 일이 벅찰 것 같아 김양숙 씨가 같이 돕는 걸로 해서 시작된 모양이다. 책을 만드는 중간 양선배가 작년 말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급작스럽게 돌아 가실 줄 몰랐다. 나도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잠깐 본 것이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나중에 들었더니 양선배가 돌아가신게 연말에 갑작스러워 장례도 가족만 지냈다고 한다. 김양숙 씨가 갖고 있던 호상옷을 가지고 화장을 하기 직전에 전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가까운 사람들이 양선배가 모은 제주도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했다고 한다. 양선배를 비롯해 제주도 1세 선배님들이 일본에서 제주도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본에서 제주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줬다. 이번 책을 쓴 저자들도 양선배에게 이전에 신세를 진 적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양선배가 마지막까지 했던 것은 '탐라연구 통신'이라는 것이다. 한달에 한 번 정도 '탐라연구회'가 내는 걸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혼자서 한 걸로 알고 있다. 말년에 경제적이나 건강도 힘든 상태였지만 제주도에 관한 것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양선배가 돌아가신 후 또 한 명 이지치 씨가 더해져서 책이 완성된 모양이다.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다. 그 책이 만들어지는 이면에 또한 많은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이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책 내용에 나오지 않는 제주도사람들과 제주도를 연구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엮어내는 상호작용이 있었다. 이런 것이 제주도사람들을 연구하는 나에게는 '제주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1세들이 제주도에 대한 '사랑'은 단순하지 않았고 인생의 많은 고비를 넘겨도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았다. 그들에게 제주도가 어떤 존재였을까, 1세 선배들이 돌아가시고 2세나 3세 젊은 사람들은 어떻게 계승할까, 상상했다. 이번 책을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잘 할 것이라는 알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내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양선배가 돌아가셔도 가까운 후배가 힘을 더해서 책이 되어 나왔다. 양선배도 기뻐하실 것이다. 나도 이 책을 보면서 양선배가 편안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 선배들이 하던 걸 후배는 후배들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승되어 갈 것 같다. 제주도사람들이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영위해 왔듯이 제주도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그런 영향을 조금은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를 바란다.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야채 무인판매가 있는 가까운 신사에서 마쓰리를 했다. 주변에 신이 지나는 길에 초롱도 달았다. 단 이틀이었지만 신사는 갑자기 활기를 띠고 들떠 있었다. 또 옆동네는 이번 주에 마쓰리를 한다. 어제도 북소리가 들렸고 오늘 낮에도 날씨가 나쁜데도 마쓰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오래 전에 1991년 여름, 이토라는 곳에서 재일 제주도사람 1세의 생활사를 들으러 간 적이 있다. 그 분은 정식 무당은 아니지만, 혼자서 주변의 힘든 일을 기도한다고 했다. 그 동네 마쓰리날에 같이 바닷가에 가서 고사를 지냈다. 나는 지켜보는 역활이다. 바다를 통해서 제주도에 있는 제주도사람들을 돌보는 신에게 제물이 갈 것이라면서 제물을 바다에 던졌다. 일본 동네 마쓰리날은 일본 신이 오는 날이니, 제주도 신에게도 길이 통하지 않겠냐는 해석이었다. 북한에 사는 조카들이 건강히 살기를 바라는 기도도 있었다. 나는 지켜보면서도 이토의 바다와 제주도의 바다가 연결이 될지, 일본 동네 신이 오는 날이니 제주도 신에게도 통할지는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지금은 그런 기도를 했던 심정을 알 것 같다. 동네 신사에서 마쓰리라고 울리는 북소리를 들으면서 저세상으로 돌아간 양선배에게 책이 나왔다고, 후배들이 뒷정리를 할 것이고 요망진 후배들이 선배들이 했던 일을 잘 계승해 갈 것 같다는 걸 전하고 싶다아니다, 선배는 그리던 제주도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제주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것처럼, 다시 아이가 되어 산과 들과 바다를 누비며 즐겁게 지내시길 바란다.

 

 

사진은 동네 신사로 통하는 길목에 초롱과 동네에 핀 꽃탐라연구 회보와 책 사진을 올렸다맨 아래에서 위로 사진을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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